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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애정남이 애정남을 부른다면 판사야말로 진정한 ‘애정남’이다. 다툼과 갈등을 대화로 풀지 못하고 소송으로 비화하면 사법부가 ‘마지막 애정남’(물론 여성판사도 포함한다)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그 콘서트의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일까지 명쾌하게 판결해줘야하는 의무를 지닌 게 판사다. 그런 판사들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종결 애정남’의 권위와 신뢰가 화살처럼 부러지고 있다. ‘부러진 화살’의 실화인 ‘석궁 테러사건’뿐만 아니라 앞서 상영된 영화 ‘도가니’의 실제 사건, 일련의 최근 판결들이 겹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급해진 ‘부러진 화살’의 주심 판사가 위법을 무릅쓰고 선고 전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가 하면, 지난.. 더보기
오세훈과 고승덕의 역설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고승덕 의원이 달구치고 싶을 정도로 미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당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고 여기는 시각이 대다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대세론에 안주해 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진영은 그로기 상태에서 급소에 마지막 결정타를 얻어맞은 기분일수 밖에 없을 듯하다. 오세훈에 대해선 순항하던 당의 미래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대종을 이룬다. 정치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질 게 뻔한 무모한 싸움을 벌였다는 분석이 바탕에 깔렸다. 본인과 참모들의 정치판을 읽는 시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느냐는 개탄이 곁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오세훈의 행보를 복기해 보면 화가 치민다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내에선 여전히 많다. 무상급식문제를 시의.. 더보기
대권 후보들의 최대숙제, 통일 채비 차기 대통령은 남북통일의 문을 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말이다. 어쩌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일지도 모른다. 너무 앞선 생각이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역사의 흐름을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극력 반대가 예견되는 남북통일은 지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국제정치적 정세 분석에는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남북한 당사자들은 중국의 반대를 능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한밤중에 도둑 같이 오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남북한이 합의를 거쳐 체제의 기틀을 새로 마련하고 점진적 평화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다만 통일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 더보기
박근혜 아우라가 한나라당 구할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우라를 지닌 정치인으로 꼽힌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고 추어올린 한 종합편성채널의 낯 뜨거운 아부가 외려 희화화했으나,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인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후광을 받았지만, 스스로의 아우라가 이를 극복해 가고 있다는 주장도 마냥 부인하긴 어렵다. 박근혜의 아우라는 진보진영에서도 일정 부분 수긍한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다. “박근혜한테는 묘한 미망인의 아우라가 있어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의 아우라죠. 적어도 공개적으론 미국 언론이 재클린에 대해 비난하지 않습니다. 박근혜도 양친 모두를 비명에 보낸 가련한 딸이죠. 그런 정서적 지지의 기반을 정책이나 윤리로 쉽게 무너뜨릴 순 없.. 더보기
야권 통합, 환상방황을 경계하라 59세의 등반가가 알프스에서 폭설로 길을 잃었다. 13일 만에 가까스로 구조된 그는 산을 내려오기 위해 매일 12시간씩 걸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고작 반경 6km 안에서 빙빙 돌았을 뿐이었다. 눈을 가리고 걸으면 누구도 한 방향으로 똑바로 걷지 못 한다. 20m정도 걸으면 목표방향과 4m정도의 차이가 생기며, 100m 정도를 가게 되면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게 드러난다. 이런 현상을 환상방황(環狀彷徨), 또는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부른다. 등산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독일어 ‘링반데룽’(Ring Wanderung)이 바로 이것이다. 환상방황은 황순원의 단편소설 ‘링반데룽’에서도 매우 상징적으로 그려졌다. 환상방황은 과학적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잔 소우만.. 더보기
남유럽 경제위기의 지경학(地經學) 서구 문화의 모체이자 세계를 호령했던 남유럽국가들이 어쩌다 천덕꾸러기 돼지(PIGS)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연민의 정까지 느껴진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권 국가들이 만성재정적자와 감당하기 힘든 국가채무, 높은 실업률로 말미암아 오래전부터 세계경제의 애물단지 수준을 넘어 ‘공공의 적’이 됐다. 2008년 7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왜 돼지(PIGS)는 날지 못하나’라는 기사에서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낸 이후 미국의 투자기관과 언론을 필두로 세계는 이들 나라에 모멸의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태풍의 눈에 자리한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상환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자 끝내 두 나라 모두 최고지도자가 사퇴하고 말았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유로존 국가.. 더보기
한나라당, 디지털 노마드당이 되겠다고? 한나라당은 영락없는 구식 형광등이다. 재밌는 얘기를 들어도 남들이 다 웃고 난 뒤라야 비로소 웃기 시작한다. 선거판이 오래 전부터 ‘세대 대결’로 변했다는 걸 알면서도 20세기식 이념대결과 정치적 허무주의에 기대보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맞선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늘 그렇다. 참패한 선거결과를 되돌아보며 복기(復棋)할 때마다 그걸 아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가도 그 다음 선거에선 ‘전과 동’이라고 외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세대 대결로 결판났듯이, 불과 여섯 달 전에 치른 4·27 분당을 재선거만해도 수도권의 만년 여당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진 것도 문제의 세대 대결 양상 때문이었다. 50대 이상 연령층은 한나라당 후보를, 4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보기
전세계의 분노가 정당한 이유--"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 ‘상위 1%가 다스리는 세계는 잘못 가고 있다. 99%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종식해야 한다.’ 지난 주말 전 세계 82개 나라,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반(反)월가’ 시위와 구호를 보면서 ‘꼬리감는원숭이의 분노’가 문득 떠올랐다. 미국 에모리대 여키스영장류연구소에서 갈색 꼬리감는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는 동물조차 같은 일을 하고 차별적인 보상을 받으면 불만을 나타내고 항의하는 평등과 정의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경제학적 숙제를 남겼다. 연구원들은 원숭이들에게 돌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 뒤 그 돌을 먹을 것과 바꾸어주는 실험을 했다. 다섯 마리의 꼬리감는원숭이들이 돌을 실험자에게 건넬 때마다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훈련시켰다. .. 더보기
슈퍼스토리로 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 “달에 착륙했을 때보다 예수가 걸었던 계단을 걸을 때 더 흥분되었다”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던 암스트롱은 말할 것도 없이 기독교도이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약진이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달 착륙 일성을 전했던 바로 그 암스트롱과 동일인물인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기독교를 믿는 서구인들이 성지인 이스라엘에 쏟는 관심은 경이롭다. 이스라엘 정치학자인 야론 에즈라히는 이같은 현상을 ‘슈퍼스토리’(super-story)란 이론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문화적·역사적 렌즈로 여과해 본다는 게 에즈.. 더보기
박원순의 반면교사·정면교사 서울시장 도전장을 낸 박원순 변호사는 스스로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실제로 소셜 디자이너라는 말은 그에게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단지 진보적 시민운동 1세대의 희망봉이어서만이 아니다. 인생역정이나 그가 최근까지 상임이사를 맡아 운영해왔던 ‘희망제작소’도 소셜 디자이너라는 이름에 걸맞은 듯하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막사이사이상(공공봉사 부문)을 받은 것은 이같은 세평을 추인하는 요식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런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도전은 그의 표현대로 ‘두렵지만 기대가 되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현재까지는 안철수 바람까지 얹혀 순항 중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가 건너야 할 바다는 마냥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출사표를 공식적으로 던지면 응전세력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