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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야권 통합, 환상방황을 경계하라 59세의 등반가가 알프스에서 폭설로 길을 잃었다. 13일 만에 가까스로 구조된 그는 산을 내려오기 위해 매일 12시간씩 걸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고작 반경 6km 안에서 빙빙 돌았을 뿐이었다. 눈을 가리고 걸으면 누구도 한 방향으로 똑바로 걷지 못 한다. 20m정도 걸으면 목표방향과 4m정도의 차이가 생기며, 100m 정도를 가게 되면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게 드러난다. 이런 현상을 환상방황(環狀彷徨), 또는 윤형방황(輪形彷徨)이라고 부른다. 등산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독일어 ‘링반데룽’(Ring Wanderung)이 바로 이것이다. 환상방황은 황순원의 단편소설 ‘링반데룽’에서도 매우 상징적으로 그려졌다. 환상방황은 과학적 실험으로도 입증됐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잔 소우만.. 더보기
남유럽 경제위기의 지경학(地經學) 서구 문화의 모체이자 세계를 호령했던 남유럽국가들이 어쩌다 천덕꾸러기 돼지(PIGS)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연민의 정까지 느껴진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권 국가들이 만성재정적자와 감당하기 힘든 국가채무, 높은 실업률로 말미암아 오래전부터 세계경제의 애물단지 수준을 넘어 ‘공공의 적’이 됐다. 2008년 7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왜 돼지(PIGS)는 날지 못하나’라는 기사에서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낸 이후 미국의 투자기관과 언론을 필두로 세계는 이들 나라에 모멸의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태풍의 눈에 자리한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상환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자 끝내 두 나라 모두 최고지도자가 사퇴하고 말았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유로존 국가.. 더보기
한나라당, 디지털 노마드당이 되겠다고? 한나라당은 영락없는 구식 형광등이다. 재밌는 얘기를 들어도 남들이 다 웃고 난 뒤라야 비로소 웃기 시작한다. 선거판이 오래 전부터 ‘세대 대결’로 변했다는 걸 알면서도 20세기식 이념대결과 정치적 허무주의에 기대보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맞선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늘 그렇다. 참패한 선거결과를 되돌아보며 복기(復棋)할 때마다 그걸 아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가도 그 다음 선거에선 ‘전과 동’이라고 외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세대 대결로 결판났듯이, 불과 여섯 달 전에 치른 4·27 분당을 재선거만해도 수도권의 만년 여당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진 것도 문제의 세대 대결 양상 때문이었다. 50대 이상 연령층은 한나라당 후보를, 4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보기
전세계의 분노가 정당한 이유--"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 ‘상위 1%가 다스리는 세계는 잘못 가고 있다. 99%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불평등을 종식해야 한다.’ 지난 주말 전 세계 82개 나라, 15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반(反)월가’ 시위와 구호를 보면서 ‘꼬리감는원숭이의 분노’가 문득 떠올랐다. 미국 에모리대 여키스영장류연구소에서 갈색 꼬리감는원숭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 결과는 동물조차 같은 일을 하고 차별적인 보상을 받으면 불만을 나타내고 항의하는 평등과 정의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경제학적 숙제를 남겼다. 연구원들은 원숭이들에게 돌을 돈이라고 생각하고 거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 뒤 그 돌을 먹을 것과 바꾸어주는 실험을 했다. 다섯 마리의 꼬리감는원숭이들이 돌을 실험자에게 건넬 때마다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훈련시켰다. .. 더보기
슈퍼스토리로 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미국 “달에 착륙했을 때보다 예수가 걸었던 계단을 걸을 때 더 흥분되었다” 아폴로 11호 우주선을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예루살렘을 방문했을 때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던 암스트롱은 말할 것도 없이 기독교도이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작은 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약진이다”라고 들뜬 목소리로 달 착륙 일성을 전했던 바로 그 암스트롱과 동일인물인가 싶을 정도다. 그만큼 기독교를 믿는 서구인들이 성지인 이스라엘에 쏟는 관심은 경이롭다. 이스라엘 정치학자인 야론 에즈라히는 이같은 현상을 ‘슈퍼스토리’(super-story)란 이론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문화적·역사적 렌즈로 여과해 본다는 게 에즈.. 더보기
박원순의 반면교사·정면교사 서울시장 도전장을 낸 박원순 변호사는 스스로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실제로 소셜 디자이너라는 말은 그에게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단지 진보적 시민운동 1세대의 희망봉이어서만이 아니다. 인생역정이나 그가 최근까지 상임이사를 맡아 운영해왔던 ‘희망제작소’도 소셜 디자이너라는 이름에 걸맞은 듯하다.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막사이사이상(공공봉사 부문)을 받은 것은 이같은 세평을 추인하는 요식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런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도전은 그의 표현대로 ‘두렵지만 기대가 되는, 가보지 않은 길’이다. 현재까지는 안철수 바람까지 얹혀 순항 중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가 건너야 할 바다는 마냥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출사표를 공식적으로 던지면 응전세력은.. 더보기
리비아 혁명의 앞날 리비아는 잘 알려진 대로 사실상 석유 하나만 믿고 사는 나라다. 정부 수입의 80퍼센트, 수출의 95퍼센트, 국내총생산(GDP)의 30퍼센트가 석유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아하겠지만 사막의 나라인 리비아는 석유가 발견되기 이전까지 국민 대다수가 농업으로 먹고 살았다. 리비아의 농업은 ‘역사학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기원전 450년경에 쓴 인류 최초의 역사서인 에도 등장할 정도다. 고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는 바다를 건너 직접 리비아를 방문한 뒤 토양과 3모작을 상술하고 있다. “키레네 지방은 유목민이 사는 리비아 땅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600미터)으로, 놀랍게도 1년에 세 번씩이나 수확을 한다. 먼저 해안 지대의 곡식이 익어 수확할 때가 된다. 해안 지대의 곡식을 거둬들이고 나면 ‘언덕들’이라는 해.. 더보기
시리아의 광주, 하마의 비극 하마는 시리아의 광주(光州)다. 아니, 민주화를 위해 흘린 피의 양만 따지면 광주는 하마에 명함을 내밀기조차 어렵다. 하마는 광주보다 100배에 가까운 피를 더 흘렸다. 공식 집계로 200여명의 목숨을 잃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2년 뒤인 1982년 하마에서는 무장봉기한 2만여 명의 시민이 보안군에 의해 무차별 학살당했다. 당시 독재자 하페즈 알-아사드 대통령은 탱크와 대포는 물론 전투기까지 동원해 ‘무슬림 형제단’이 장악한 하마를 휩쓸었다. 도시 전체가 폐허에 이를 지경이었다. 하마에 뼈아픈 과거가 재현되고 있다. 이번엔 학살의 주인공이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시위를 주도한 핵심은 30년 전 희생자들의 후손이나 친인척들이다. 최근 시리아 정부군의 무.. 더보기
스핀 닥터 정치의 빛과 그림자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실화 영화 ‘더 퀸’(The Queen)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여론을 바꿔 놓는 ‘스핀 닥터’(Spin Doctor)의 탁월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집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블레어는 꼭두새벽에 이 소식을 보고받자마자 홍보전략 책임자 알러스테어 캠벨을 먼저 찾는다. 캠벨은 이미 일어나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블레어 총리의 대국민연설을 쓰기 시작한다. 다이애나비가 숨졌다는 뉴스가 나온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 왕실은 전통에 얽매여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다이애나비의 죽음에 침묵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비통한 심정과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이를 보다 못한 블레어.. 더보기
봇물이룬 청렴서약의 역설 전남 순천시는 스스로 ‘팔마(八馬)의 고장’이라고 부른다. 더없이 자긍심 높은 이름이다. 이곳에선 학교, 체육관, 거리, 회사 이름을 비롯해 ‘팔마’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산악회에도 팔마는 인기 있는 이름이다. 죽도봉공원엔 팔마탑이 서 있고, 승주군청 앞에는 아주 오래된 팔마비가 세워져 있다. 팔마는 청렴의 표상이다. 여기에는 한 청백리에 얽힌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 고려 충렬왕 때의 일이다. 이곳 목민관이었던 승평부사(昇平府使) 최석(崔碩)이 비서랑이 되어 수도 개경으로 돌아갈 때 백성들과 향리들이 고을 관례에 따라 좋은 말 일곱 필을 선물로 주었다. 일종의 전별금이다. 최석은 일곱 필이나 되는 말이 필요 없다고 사양하다 마지못해 받아 이삿짐을 나눠 싣고 왔다. 개경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