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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박 대통령, 클린턴을 닮아라 불통·고집·독선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초반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때와 닮은 점이 공교로울 정도로 많다. 필자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할 당시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20년전 이 무렵에 썼던 기사와 취재노트를 들춰보면 박 대통령이 벤치마킹할만한 게 적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1월20일 취임하자마자 연이은 두 명의 법무장관 지명자 낙마, 백악관 여행담당 직원교체 번복 파문을 일으킨다. 클린턴은 자신의 호화 이발 추문, 동성애자 군입대 허용 논란 같은 개인 스캔들과 정책적 반발을 거의 동시에 불러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사실패 사례만 보면 박 대통령은 클린턴과 비교조차할 수 없을 만큼 사상 최대의 낙마 사고를 겪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새 대통령과 언론 간의 전.. 더보기
아부, 혹은 충성심이란 이름의 마약 ‘아부에는 장사 없다’는 속언은 인간의 본성을 관통한다. ‘아부의 기술’이란 책을 쓴 미국 언론인 리처드 스텐걸은 아부를 ‘정치인의 1차 무기’로 치부할 정도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살살 녹는 아부를 바친 것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아부만큼 효과가 뛰어난 최음제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아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여왕을 알현할 때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서양에도 왕의 트림을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아첨꾼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며 아부했다는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많은 지도자들이 아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방증은 숱하.. 더보기
박근혜 정부 인사의 부정적 파장 시중에는 꽤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등급에 관한 유머가 나돈다. “1등급 : 국민이 좋아한다. 2등급 : 야당도 좋아한다. 3등급 : 여당만 좋아한다. 4등급 : 적국도 좋아한다.” 오늘(25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은 몇 등급에 해당할지 자못 궁금하다. 다수 국민과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위태위태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 가운데 최저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은 44%로 조사됐다. 취임 초 ‘고소영 내각’이란 멍에 때문에 지지율이 추락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50% 이하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건 대부분 낙제점 인사 탓이 크다. 이번 조사.. 더보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국방장관 후보자 “저는 일평생을 국가안보를 위해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무려 33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군 출신답게 당당했다. 안보만 걱정하고 산 김 후보자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바로 다음날 일본으로 온천관광을 떠났다. 이 사건은 북한이 6·25 전쟁 휴전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에 포격을 해온 중차대한 국가안보위협이다.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죽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북관계도 일촉즉발 위기상황이었다. 그의 증언대로라면 김 후보자는 5박6일 동안 나라밖에서 온천관광을 즐기면서 국가안보를 염려하고 있었을 게다. 예비역 4성장군인 그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회 국방분과위원장이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그는 그해 3월 천안함 폭.. 더보기
자책골 경계해야할 새 대통령 1987년 민주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만큼 유리한 정치지형을 지닌 대통령은 없었다. 박 대통령에겐 우선 가장 약체의 야당이 존재한다. 원내의석수에서도 소수지만 제1야당은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진보정당들은 지난해 경선비리와 종북논란으로 분열된 데다 힘이 현격하게 떨어져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여당 내에 견제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에다, 야권엔 정치9단이라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모두 버티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야합’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3당 합당으로 난국을 돌파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라는 숙적이 잠시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곧 돌아왔다. 당내의 구 민정당계 중진들도 만만한 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합정권에 성공했지만, 대선 .. 더보기
법조인의 병역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왜 고위공직자의 아들들은 죄다 신체적 결함들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할 따름이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이 최근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이 불거졌을 때 내놓은 촌철살인의 논평이다. 좀 더 좁혀 보면, 고위 공직후보자로 발탁되는 법조인들의 아들들은 왜 멀쩡하던 신체에 이상이 생겨 군복무를 면제받거나 공익근무로 대체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한 개그 프로그램의 익살처럼 궁금하면 오백 원? 이젠 그걸 궁금해 하는 국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홍원 새 총리 지명자의 아들도 첫 신체검사 때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몇 년 뒤 재검을 받아 디스크(수핵탈출증)로 5급 판정과 함께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정.. 더보기
탈북자 재입북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탈북자의 남한생활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묘사한 독립영화 ‘무산일기’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받은 16개 상이 입증할 만큼 복잡한 감정을 이입한다. 개성 있는 연출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문제의식, 남한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실감나게 그렸기 때문이다. 병마 때문에 이미 고인이 된 2008년 탈북자의 실화라는 점이 이 영화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전승철의 고향 함경북도 무산(茂山)은 ‘나무가 무성한 산’이라는 뜻이지만 이젠 민둥산으로 전락했고, 서울 역시 그에게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무산’(無山)이다. 이 영화는 박정범 감독이 직접 주연하면서 대학시절 친구였던 탈북 청년 전승철 역을 소화해낸 특별한 영화다. 전승철은 영락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우리와 똑같은 얼굴에다 같은 언어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 더보기
이정현의 롤모델, 누사덕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황제인 측천무후는 3대 악녀로 꼽힐 만큼 잔인무도했으나 용인술이 출중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측천무후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신뢰한 인물이 명재상 적인걸(狄仁傑)이다. 아부라는 말을 모를 만큼 강직한 이가 적인걸이었다. ‘천리마’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걸출한 인재인 적인걸을 추천한 인물은 누사덕(婁師德)이다. 근면하고 충직한 재상으로 8년간이나 일한 적이 있는 누사덕은 대범하기로 이름났다. 두 사람 사이의 흥미로운 일화가 ‘신당서 누사덕전’에 전해온다. 적인걸은 누사덕을 늘 경멸하고 업신여겼다. 그럼에도 누사덕은 적인걸을 재상에 임명하라고 측천무후에게 여러 차례 상주했다. 재상이 된 적인걸은 못마땅하게 여기던 누사덕을 수도 밖으로 몰아내려고 안달했다. 누사덕은 그걸 눈치챘지만 .. 더보기
파격적인 드림팀을 짜라 1584년 4월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었다. 훗날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는 침소로 잠입하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잠자리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 무기를 챙겨들었다. 문 밖으로 나간 그는 굴뚝 옆에 몸을 숨겼다.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 침소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객을 발견했다. 누르하치는 벼락처럼 빠른 동작으로 자객을 넘어뜨린 뒤 시위병을 불러 묶게 했다. 시위병들은 그 자리에서 자객을 찔러 죽이려 했다. 누르하치는 순간적으로 자객을 살려주고 그의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자객에게 “소를 훔치러 왔느냐”고 물었다. 누르하치의 의도를 눈치 챈 자객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시위병들은 죽여 없애야 한다고 고집했다. 누르하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도둑이 맞는 것 같다”며 자객을 풀어주라고 했다. 그 해 .. 더보기
개성을 시안, 교토처럼 개성(開城), 시안(西安), 교토(京都)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고대국가의 수도였다는 사실이다. 개성은 474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고, 시안은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한 당나라를 비롯해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교토는 헤이안시대가 열린 794년부터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도쿄(東京)로 천도한 1869년까지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동아시아 3국의 장구한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이들 고도(古都)는 찬란한 전통과 문화유적으로 먹고 산다. 관광객들에겐 단연 인기도시다. 개성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세 도시가 최근 들어 첨단공업도시로도 부상하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두주자는 일본의 교토다. 일반인들은 그리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교토는 독창적인 경영모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