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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문재인의 숙제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당혹스럽다.’ ‘말투는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 이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선거캠프에서 복합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영화배우 한 사람이 트위터에 남긴 말 한 마디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경청하겠다”는 공식논평을 내놓을 만큼 예민한 촉각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는 게 민주당 대선 캠프다. 배우 유아인이 일갈한 글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심경을 정제하지 않은 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만족스럽냐.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야권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문재인 진영의 인식은 문 후보 등록 기자회견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듯하다. 관건은 문재인 쪽이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쪽과의.. 더보기
중국은 통일장애국가? 얼마 전 짧은 기사 하나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 국민은 10년 뒤 남북 평화통일에 가장 큰 장애가 될 나라로 중국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는 내용이다. 10년 뒤 한국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나라로도 중국을 먼저 들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더플랜코리아를 통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통일 및 외교안보 관련 국민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현재 최대의 안보위협국가가 북한이라는 응답이 다수인데 비해 평화적 남북통일에 가장 장애되는 나라는 미래나 현재 모두 중국을 꼽는 게 특징이다. 그것도 과반이거나 이에 가까운 숫자다. 10년 전 대통령선거 무렵이나 진보정권 당시 미국이 몰매를 맞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더보기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국회의원들이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 가운데 단 하나라도 18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반납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지난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19대 국회는 국민의 추상같은 개혁압력에 쇄신안을 줄줄이 읊어댔다. 수십 년 동안 약속어음에 번번이 부도를 내 오던 터라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특권 내려놓기가 하나쯤은 가시화할 것으로 착각했다. 그것도 최단시일 안에. 그 뒤 다섯 달이나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속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늘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다섯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되짚어 보자.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연금제도 개선,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윤리위 기능 강화,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6대 쇄신안과 결의문을 내놓은 게 6월8.. 더보기
세상은 정말 바꾸기 어려운가 망명생활 때문에 ‘구두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꿨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수많은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분노와 불굴의 의지, 학문과 불타는 열정, 민첩하고 주도적인 행동, 오랜 심사숙고, 냉정한 절제, 무한한 인내, 특수한 경우와 조화에 대한 이해.’ 시인이자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열거한 게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세상을 결코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잔뜩 받는다.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작가이자 언론인 고종석의 고뇌도 어쩌면 브레히트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그처럼 어렵다는 세상 바꾸기에 대통령 후보들이 분연한 어조로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치에 나선 것이 권력을 원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권.. 더보기
일본의 자충수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1984년 10월22일 공산당 원로들의 모임인 중앙고문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자들이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에 대해 물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이 문제는 일본과 분쟁 중인 사항이다. 댜오위다오는 일본에서 센카쿠열도(尖閣列島)라고 부르고 있어 이름도 우리와 다르다. 우선 그대로 놓아두면 다음 세대에 가서 더 현명하게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나의 머릿속에서는 두 나라의 주권 다툼과 관계없이 공동개발은 가능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도서 주변의 해저 석유 등을 공동 개발해 공동이익을 얻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싸울 필요도 없고 많은 담판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난사군도(南沙群島·Spr.. 더보기
중산층의 기준과 대선후보 몇 년 전 미국 교육전문가 루비 페인 박사는 빈곤층·중산층·부유층을 흥미로운 질문으로 분류했다. 방금 끝낸 저녁식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사회적 계급이 드러난다. “배부르게 먹었니”하고 묻는다면 빈곤층, “맛있게 먹었니”라고 물으면 중산층, “차려진 음식이 보기 좋게 나왔니”하면 부유층이라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 타임스는 중산층을 ‘소득은 먹고 살아가기에 충분하지만 퇴근길에 피자 한판을 사거나, 영화를 보거나, 국제전화를 걸기 위해 돈을 쓸 때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있으나 작은 씀씀이라도 함부로 하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최근에는 한국, 영국, 미국,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을 비교하는 인터넷 사이트 글이.. 더보기
안철수가 고민해야할 ‘상식’ 정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세계적인 사회학자이자 네크워크과학 전문가인 던컨 J. 와츠의 명저 ‘상식의 배반’(생각연구소) 추천사에서 이렇게 썼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상식’을 배반하며 살아온 것 같다.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프로그래머에서 경영자로, 그리고 다시 교수로… 효율성과는 거리가 먼 삶이지만,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왔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보편적 진리인 ‘상식’을 왜 비판적 시각으로 음미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경제, 문화, 정치, 심리, 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흥미로운 사례를 읽다 보면 ‘의외로 해답은 상식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언뜻 보면 자신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상식파’라고 일.. 더보기
‘서민 코스프레’와 진짜 서민의 삶 요즘 들어 정치권에서 ‘서민 코스프레’란 낯선 조어가 부쩍 뜨기 시작했다. ‘친서민 이벤트’ 정치를 비판하는 말로 주로 사용되곤 한다. 최저임금도 모르고 고용복지를 운운 하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민주통합당의 논평에 등장한다. 이언주 원내 대변인은 지난주 현안브리핑에서 “최저임금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세대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하는 서민들의 노력과 일치하는 문제”라는 전제 아래 “박 후보의 서민 코스프레는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매우 분노할 일”이라고 일침을 놨다. 김두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캠프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앞두고 한 브리핑에서도 ‘서민 코스프레’가 동원됐다. 김 후보 캠프의 전현희 대변인은 “그동.. 더보기
두만강엔 푸른 물이 없다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은 푸르지 않고, 이미륵의 압록강은 오늘도 말없이 한恨)을 껴안고 흐른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압록강 2000리, 두 번째로 긴 두만강 1500리를 지난 일주일동안 답사한 소회의 편린이다. “나는 죄인처럼 숙으리고/나는 코끼리처럼 말이 없다/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너의 언덕을 달리는 찻간에/조그마한 자랑도 자유도 없이 앉았다/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다만/너의 가슴은 얼었으리라/그러나/나는 안다/다른 한줄 너의 흐름이 쉬지 않고/바다로 가야 할 곳으로 흘러 내리고 있음을. /…잠들지 말라 우리의 강아/오늘밤도/너의 가슴을 밟는 듯 슬픔이 목마르고/얼음길은 거칠다 길은 멀다/기리 마음의 눈을 덮어줄/검은 날개는 없나냐/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북간도로 간다는 강원도치와 마조 앉은/나는 .. 더보기
개미보다 생각 짧은 공직자들 환경건축가 믹 피어스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에어컨 시설이 없는 쇼핑센터를 지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건축주는 에너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같이 주문했다. 짐바브웨에서 태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자란 피어스는 연평균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에서 불가능한 아이디어라고 여겨 망설였다. 하지만 그는 고심 끝에 이 주문을 받아들였다. 일교차가 30도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개미집 안에서 끄떡없이 생활하는 아프리카 흰개미의 지혜가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어스는 흰개미집을 본따 뜨거운 공기를 배출할 수 있는 원리를 이용했다. 10층 건물 옥상에 63개의 통풍 구멍을 뚫었다. 지표 아래도 구멍을 내 찬 공기를 건물로 끌어들이도록 설계했다. 1층엔 공기유입이 쉽도록 여러 개의 출입구를 냈다. 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