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톺아보기-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책골 경계해야할 새 대통령 1987년 민주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만큼 유리한 정치지형을 지닌 대통령은 없었다. 박 대통령에겐 우선 가장 약체의 야당이 존재한다. 원내의석수에서도 소수지만 제1야당은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진보정당들은 지난해 경선비리와 종북논란으로 분열된 데다 힘이 현격하게 떨어져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여당 내에 견제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에다, 야권엔 정치9단이라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모두 버티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야합’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3당 합당으로 난국을 돌파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라는 숙적이 잠시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곧 돌아왔다. 당내의 구 민정당계 중진들도 만만한 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합정권에 성공했지만, 대선 .. 더보기 법조인의 병역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왜 고위공직자의 아들들은 죄다 신체적 결함들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할 따름이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이 최근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이 불거졌을 때 내놓은 촌철살인의 논평이다. 좀 더 좁혀 보면, 고위 공직후보자로 발탁되는 법조인들의 아들들은 왜 멀쩡하던 신체에 이상이 생겨 군복무를 면제받거나 공익근무로 대체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한 개그 프로그램의 익살처럼 궁금하면 오백 원? 이젠 그걸 궁금해 하는 국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홍원 새 총리 지명자의 아들도 첫 신체검사 때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몇 년 뒤 재검을 받아 디스크(수핵탈출증)로 5급 판정과 함께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정.. 더보기 탈북자 재입북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탈북자의 남한생활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묘사한 독립영화 ‘무산일기’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받은 16개 상이 입증할 만큼 복잡한 감정을 이입한다. 개성 있는 연출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문제의식, 남한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실감나게 그렸기 때문이다. 병마 때문에 이미 고인이 된 2008년 탈북자의 실화라는 점이 이 영화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전승철의 고향 함경북도 무산(茂山)은 ‘나무가 무성한 산’이라는 뜻이지만 이젠 민둥산으로 전락했고, 서울 역시 그에게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무산’(無山)이다. 이 영화는 박정범 감독이 직접 주연하면서 대학시절 친구였던 탈북 청년 전승철 역을 소화해낸 특별한 영화다. 전승철은 영락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우리와 똑같은 얼굴에다 같은 언어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 더보기 이정현의 롤모델, 누사덕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황제인 측천무후는 3대 악녀로 꼽힐 만큼 잔인무도했으나 용인술이 출중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측천무후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신뢰한 인물이 명재상 적인걸(狄仁傑)이다. 아부라는 말을 모를 만큼 강직한 이가 적인걸이었다. ‘천리마’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걸출한 인재인 적인걸을 추천한 인물은 누사덕(婁師德)이다. 근면하고 충직한 재상으로 8년간이나 일한 적이 있는 누사덕은 대범하기로 이름났다. 두 사람 사이의 흥미로운 일화가 ‘신당서 누사덕전’에 전해온다. 적인걸은 누사덕을 늘 경멸하고 업신여겼다. 그럼에도 누사덕은 적인걸을 재상에 임명하라고 측천무후에게 여러 차례 상주했다. 재상이 된 적인걸은 못마땅하게 여기던 누사덕을 수도 밖으로 몰아내려고 안달했다. 누사덕은 그걸 눈치챘지만 .. 더보기 파격적인 드림팀을 짜라 1584년 4월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었다. 훗날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는 침소로 잠입하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잠자리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 무기를 챙겨들었다. 문 밖으로 나간 그는 굴뚝 옆에 몸을 숨겼다.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 침소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객을 발견했다. 누르하치는 벼락처럼 빠른 동작으로 자객을 넘어뜨린 뒤 시위병을 불러 묶게 했다. 시위병들은 그 자리에서 자객을 찔러 죽이려 했다. 누르하치는 순간적으로 자객을 살려주고 그의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자객에게 “소를 훔치러 왔느냐”고 물었다. 누르하치의 의도를 눈치 챈 자객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시위병들은 죽여 없애야 한다고 고집했다. 누르하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도둑이 맞는 것 같다”며 자객을 풀어주라고 했다. 그 해 .. 더보기 개성을 시안, 교토처럼 개성(開城), 시안(西安), 교토(京都)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고대국가의 수도였다는 사실이다. 개성은 474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고, 시안은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한 당나라를 비롯해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교토는 헤이안시대가 열린 794년부터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도쿄(東京)로 천도한 1869년까지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동아시아 3국의 장구한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이들 고도(古都)는 찬란한 전통과 문화유적으로 먹고 산다. 관광객들에겐 단연 인기도시다. 개성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세 도시가 최근 들어 첨단공업도시로도 부상하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두주자는 일본의 교토다. 일반인들은 그리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교토는 독창적인 경영모델.. 더보기 문재인의 숙제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당혹스럽다.’ ‘말투는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 이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선거캠프에서 복합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영화배우 한 사람이 트위터에 남긴 말 한 마디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경청하겠다”는 공식논평을 내놓을 만큼 예민한 촉각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는 게 민주당 대선 캠프다. 배우 유아인이 일갈한 글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심경을 정제하지 않은 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만족스럽냐.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야권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문재인 진영의 인식은 문 후보 등록 기자회견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듯하다. 관건은 문재인 쪽이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쪽과의.. 더보기 중국은 통일장애국가? 얼마 전 짧은 기사 하나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 국민은 10년 뒤 남북 평화통일에 가장 큰 장애가 될 나라로 중국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는 내용이다. 10년 뒤 한국의 국가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나라로도 중국을 먼저 들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더플랜코리아를 통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통일 및 외교안보 관련 국민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현재 최대의 안보위협국가가 북한이라는 응답이 다수인데 비해 평화적 남북통일에 가장 장애되는 나라는 미래나 현재 모두 중국을 꼽는 게 특징이다. 그것도 과반이거나 이에 가까운 숫자다. 10년 전 대통령선거 무렵이나 진보정권 당시 미국이 몰매를 맞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 더보기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국회의원들이 200여 가지에 이르는 특권 가운데 단 하나라도 18대 대통령 선거일까지 반납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지난 5월30일 임기를 시작한 19대 국회는 국민의 추상같은 개혁압력에 쇄신안을 줄줄이 읊어댔다. 수십 년 동안 약속어음에 번번이 부도를 내 오던 터라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번만은 특권 내려놓기가 하나쯤은 가시화할 것으로 착각했다. 그것도 최단시일 안에. 그 뒤 다섯 달이나 지났지만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속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늘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다섯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되짚어 보자.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연금제도 개선,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윤리위 기능 강화,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6대 쇄신안과 결의문을 내놓은 게 6월8.. 더보기 세상은 정말 바꾸기 어려운가 망명생활 때문에 ‘구두보다 더 자주 나라를 바꿨다’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수많은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분노와 불굴의 의지, 학문과 불타는 열정, 민첩하고 주도적인 행동, 오랜 심사숙고, 냉정한 절제, 무한한 인내, 특수한 경우와 조화에 대한 이해.’ 시인이자 극작가인 브레히트가 열거한 게 필요충분조건이라면 세상을 결코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잔뜩 받는다.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작가이자 언론인 고종석의 고뇌도 어쩌면 브레히트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그처럼 어렵다는 세상 바꾸기에 대통령 후보들이 분연한 어조로 나섰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치에 나선 것이 권력을 원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해 권.. 더보기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