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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지상전 성공사례 없는 미국 초강대국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상군을 투입한 전쟁에서 목적을 달성한 적이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가장 먼저 치른 한국전쟁부터 그렇다. 더글러스 맥아더장군은 38선을 돌파하더라도 중공군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다. 하지만 30여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민해방군의 개입으로 말미암아 현재까지 정전상태에 머물러 있다.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을 물리치기는 했으나 결과는 현상유지에 그쳐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얻지 못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피그만 침공 역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주도한 베트남전에서도 치욕적인 패퇴를 맛보았다. 북베트남군이 어뢰정으로 미 군함을 선제공격했다며 통킹만 사건을 조작한 뒤 본격적인 베트남전쟁 개입을 시작했던 것은 2003년 이라크 전.. 더보기
먹물들의 속물근성 나라 밖에서 중동 민주화 열풍과 역풍, 일본 대지진·원전 위기 소식으로 온 세상이 뒤덮여 있는 사이에 나라 안에선 속물적 외설사건들이 일일연속극처럼 대중의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도 우리 사회의 최고엘리트 집단인 먹물들의 허위의식과 이중성이 발가벗겨진 속물근성이어서 수다와 가십을 드러내 놓고 즐기는 세태와 맞물려 간다. 상하이총영사관 스캔들, 장자연 자필편지논란, 신정아 자서전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포르노그래피다. 먹물들의 이상한 욕화가 스멀거린다. 린 헌트 미 펜실베니아대 역사학 교수는 포르노그래피를 정치적 무기라고 규정한다. 헌트는 이란 저작에서 포르노그래피가 귀족집단의 위선을 폭로하기 위한 정치팸플릿이 하나의 장르로 정착돼 현재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더보기
[김학순 칼럼] 스웨덴 복지모델의 앞날 입력 : 2006-09-19 17:57:21 지리적으로나 이해관계로도 그리 가깝지 않은 나라의 일이지만 스웨덴의 총선 결과가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줄잡아도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은 넘어 보인다.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시민사회에 이르기까지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한다. 공고한 위상을 자랑하던 스웨덴 중도좌파 정권이 총선에서 우파연합에 진 것은 하나의 모델이 언제까지나 지지받기 쉽지 않음을 입증한다. 지난 12년간, 그것도 과거 74년 가운데 65년간이나 굳건하게 집권해 온 좌파 정권의 수명이 다했다는 사실은 지구촌 사람들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한 뉴스다. 스웨덴이 복지국가 모델 중의 모델로 손꼽히며 요즘 들어 찬반 양론이 극명한 한국에서는 여느 외국 선거 못지 않은 관심사가.. 더보기
[김학순 칼럼] 강과 바다의 ‘만리장성’ 입력 : 2006-08-29 18:49:35 일행 가운데 누군가가 중얼거리듯 한마디를 던졌다. “중국에는 지율스님이 안 계신가 보네.” 지난주 극히 짧은 답사기간 동안 양쯔강 중류의 3개 협곡 물줄기를 틀어막은 싼샤(三峽)댐을 통과할 때였다. 중국인들이 ‘새 만리장성’(新長城)이란 별명을 붙인 대역사(大役事)에 입을 다물지 못하다가 한국의 환경운동이 불현듯 떠올랐던 모양이다. 듣던 대로 수려무비한 풍광을 자랑하는 120㎞ 길이의 협곡을 ‘괴물’처럼 막아선 싼샤댐은 다목적이긴 하지만 개발지상주의를 고스란히 웅변하는 오늘의 중국을 상징하고 있었다. 만리장성 이래 최대 역사라는 싼샤댐은 사실상 서부대개발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지난 5월20일 완공된 싼샤댐은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기념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 더보기
[김학순 칼럼] ‘물폭탄’ 맞은 한나라당 입력 : 2006-07-25 18:19:36 나라와 물은 자주 같은 반열에 놓이곤 한다. 사람들이 일찍부터 물을 나라처럼 다스리는 것(治水)으로 인식할 만큼 무겁게 여겼기 때문이리라.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섭게 받아들였다. 하나같이 거대한 강을 끼고 있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저수지와 운하를 만드는 치수사업이야말로 최우선·최대 과제였음을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나라의 지도자와 목민관에게 주는 물의 첫번째 교훈은 바로 치수의 긴요성이 동서와 고금을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 최초 왕조로 알려진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 왕도 치수의 전설로 시작된다. 우왕은 아버지 곤이 9년간이나 황허(黃河)의 홍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벌을 받는 것을 지.. 더보기
[김학순 칼럼] 北 미사일과 ‘죄수의 딜레마’ 입력 : 2006-06-27 18:16:59 남북한관계나 북·미관계에서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이 곧잘 부상한다. 주로 북한의 전략적 국면전환 카드로 시작되는 게임에서 미국이나 남한이 약속위반에 대한 ‘되갚기’ 여부를 고민해야할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이론화한 ‘죄수의 딜레마’는 간결하게 풀이하면 이렇다. 범죄를 함께 저지른 두 사람이 경찰에 체포된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에 갇혀 사전에 입을 맞출 수 없다. 경찰은 두 혐의자에게 각각 이런 제의를 한다. 먼저 공범을 배신하고 자백을 하는 사람은 바로 풀려나겠지만 상대방은 15년 징역형을 받는다. 그렇지 않고 두 명 다 자백하면 나란히 10년 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만약 둘 다 자백을 거부하면 불법무기 소지만 문.. 더보기
[김학순 칼럼] 투표일 아침의 단상 입력 : 2006-05-30 18:07:02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전히 통한다고 인식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적어도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오랫동안 그렇게 각인돼 왔다. 여기엔 선거야말로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는 비관주의가 바탕에 도도히 흐른다. 다른 한편으로 좋은 것의 적(敵)은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이라는 역설도 선거전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현상의 하나도 이런 역설적인 적(敵)개념이다. 보다 적확하게 얘기하자면 인기있는 후보의 적은 더 인기있는 후보인 셈이다. 이미지가 이미지를 눌렀다는 시선도 맥락은 흡사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초기에는 한동안 여야를 통틀어 한나라.. 더보기
[김학순 칼럼] 공자와 마부, 그리고 평택기지 입력 : 2006-05-02 18:08:17 공자(孔子)가 타고 다니던 말이 어느날 한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농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끌고 가 버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오겠느냐?”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말재주가 좋다고 소문난 제자 자공(子貢)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마부도 함께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자공이 가는 것이 좋겠다.” 공자의 말에 자공이 휘파람을 불며 농부에게 갔다. 하지만 자공이 손이 닳도록 빌고 설득해도 농부는 말을 돌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에 잡혀 있는 말고삐를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 더보기
[김학순칼럼] 정주영과 신문대학 입력 : 2006-04-04 17:59:37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신문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남달랐다. 이런 일화를 들으면 금방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게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회장을 청와대로 불렀을 때였다. “소(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분이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명문을 나온 직원들을 그렇게 잘 다루십니까?” “제가 왜 소학교밖에 안 나왔습니까? 저도 대학을 나왔습니다.” 정회장이 섭섭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정회장께서 소학교만 졸업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어느 대학을 나왔습니까?” “신문대학을 나왔지요.” “신문대학이라뇨?” 박대통령은 정회장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오자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 더보기
[김학순 칼럼]‘제3의 길’은 대안인가 입력 : 2006-02-07 18:03:58 불안과 불만은 대안을 낳는가.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진영이 한결같이 대안찾기에 유행처럼 나선 느낌이다. 보수 우파 일부가 잰걸음으로 대안 모색에 나선 것은 집권대안세력에 대한 좌절과 불만이 도화선이 됐다. 그러자 불안과 위기감이라면 그에 못지 않은 진보 진영도 보고만 있기 어려웠던 듯하다. 원인제공자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정권담지자들이다. 한국 사회의 이념·정책적 대안모색이 독창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유럽에선 전통적 사회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제3의 길’이 등장하자 반론과 더불어 이른바 ‘2와2분의1의 길’ 같은 또다른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제3의 길’을 이론화하고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가 ‘신좌파노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