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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독일과 일본, 왜 이리 딴판일까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공동 개최하는 ‘유로 2012’ 축구대회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축구팬들의 여름을 더욱 달군다. ‘유로 2012’는 남미의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도가 빠진 월드컵축구대회나 다름없다. 유일하게 전승으로 8강에 올라 4강에 안착한 독일은 세계 랭킹 1위 스페인과 맞먹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독일대표팀의 경외감은 단지 축구실력 뿐만 아니다. 그들이 대회 개막 직전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을 찾아가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며 헌화하고 묵념하는 장면은 한층 뭉클하게 다가온다. 오시비엥침은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만들었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로 더 널리 알려진 곳이다. 8강전을 앞둔 지난 20일에는 독일축구연맹 회장단이 폴란드의 베스테르플라테 전적지를 .. 더보기
서정주 시문학관과 박정희 기념 도서관 전북 고창의 작은 폐교를 고쳐 세운 미당(未堂) 서정주 시문학관은 마당의 커다란 자전거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이름하여 ‘바람의 자전거’다.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라는 구절의 8자를 상징한다. 자전거가 쉼 없이 굴러가야 하듯이, 영원히 쉬지 않고 움직이는 바람의 역동성을 뜻한다. 바람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시인의 모습을 이곳을 찾는 이들과 함께 바라보기 위해 조형물을 세웠다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바람의 자전거’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미당의 명시와 함께 전시돼 있는 친일 작품과 군부독재자 전두환 찬양시들이다. ‘헌시-반도학도 특별지원병 제군에게’ ‘오장 마쓰이 송가’(시) ‘무제’(시) ‘항공일에’(시) ‘스무살된 벗에게’(수필) ‘최체부의 군속지원’(소설) 등 모두.. 더보기
세계 정상급 호화·특혜 국회의 변명 국가예산과 재정 문제에 가장 정통한 국회의원 가운데 한 사람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다. 그는 평소 국가부채와 재정위기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걸로 정평이 났다. 지난주에도 신축 국회의원회관이 호화판 논란에 휩싸이자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아비판과 함께 반성문을 썼다. “우리 국회의원 회관이 국민들 눈에 좀 지나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많았다.” 2008년 의원회관 신축공사를 시작할 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호화 지방자치단체 신축청사에 대해 호통을 쳤다. “2005년 이후 신축된 15개 지자체 청사의 평균 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청사 평균의 2배였고, 직원 1인당 에너지 사용량도 평균의 1.5배에 달했다. 유리 외벽 신청사는 한여름이나 겨울철에 냉.. 더보기
편작보다 형들처럼 우리 사회는 늘 파국을 맞은 뒤에야 숙명처럼 뒷수습에 나서는 일이 유별나게 많다. 무슨 일이든 상처가 문드러지고 곪아터져야만 그제야 치유에 나선다. 멀리는 IMF 외환위기가 그랬고, 가까이는 저축은행 퇴출사건, 학교 폭력 문제, 한진중공업 사태, 쌍용자동차 사태, 각종 부정부패 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그렇다. 그럴 때면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명의인 편작(扁鵲)의 일화가 생각나곤 한다. 편작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의사인 두 형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그대 형제들 가운데 누가 가장 실력이 뛰어난가?” 편작이 대답했다. “큰 형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은 둘째 형이며, 제가 가장 하수입니다.”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편작이 삼형제 가운데 가장 떨어진다니 왕은 의.. 더보기
차기 대권의 정·반·합 변증법 노무현 정부 후반 아이돌그룹 동방신기가 ‘O!정반합’이란 철학적인 제목과 가사의 노래로 한 때를 풍미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이 곧 정반합이며, ‘O’은 원을 상징한다. 이 노래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단순히 ‘반’을 위한 ‘반’이 아니라 ‘합’을 위한 ‘반’이 돼야 한다는 명제를 내걸었다. 정반합이 헤겔의 변증법 논리에서 따온 것임은 물론이다. 가사도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걸음 물러서 지금 이 시대를 돌아본다면/ 원리도, 원칙도, 절대 진리도 없는 것/ 시대 안의 그대 모습은 언제나 반(反)이었나/ 현실에 없는 이상은 이상형일 뿐 “O”/ 이제 난 두려워, 반대만을 위한 반대/ 끝도 없이 표류하게 되는 걸/ 나 이제 찾는 건, 합(合)을 위한 노.. 더보기
닥치고 북한 나무심기 탈북자들이 남한에 처음 도착해서 가장 놀라는 것은 어딜 가나 푸르른 숲이다. 대남공작 부서에서 상류 생활을 즐기다 탈북한 30대 후반의 남성이 들려준 ‘한국에 와서 놀란 10가지’에 산마다 울창한 나무가 앞순위에 꼽혔다. 도로를 잔뜩 메운 자동차일 법도 하지만 그건 잠깐이다. 자동차와는 달리 숲만들기는 수십 년이 걸려야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가 남한에 와서 가장 인상 깊은 두 가지를 꼽은 것에도 산림녹화가 들어 있었다. 다른 하나는 대학입학시험 때 고등학교 선배들이 대학 정문 앞에서 후배들을 격려하는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온 국민이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가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독일·영국·뉴질랜드와 더.. 더보기
‘허수아비춤’은 계속된다 새누리당이 두 달 전쯤 경제민주화를 ‘국민과의 약속’에 명시하고 재벌개혁 의지를 내비쳤을 때 ‘허수아비춤’을 다시 떠올렸다.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춤’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2010년 가을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이 땅의 재벌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준다. 재벌을 둘러싼 비리와 구조적 모순, 정경유착, 권언유착 같은 나신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작가는 무소불위의 경제 권력을 신랄하게 고발하며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건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중략) 우리는 세계를 향하여 ‘정치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해 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경제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 이 땅의 모든 기업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투명경영을 하고, 그에 따른 세금을 양심적으.. 더보기
티핑 포인트가 절실한 탈북자 북송문제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문제가 변곡점이 요긴한 시점에 이르렀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강제북송 반대 움직임의 불씨가 나라 안팎에서 번져나갈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어떤 일이든 성공궤도에 접어들기 위해선 급격하게 퍼지거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티핑 포인트’가 긴요하다. 미국 언론인이자 저술가인 말콤 글래드웰의 책 때문에 널리 알려진 티핑 포인트는 본디 물리학에서 나온 말이다. 섭씨 99도의 물은 1도만 부족해도 끓지 못한다. 1도만 더 올라가면 물은 성격이 다른 기체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극적인 변화의 시발점이 바로 티핑 포인트다. 사회현상도 마찬가지다. 작은 변화로 말미암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일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티핑 포인트가 절실할 때가 있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에 이르는 세 가지.. 더보기
판검사 직급의 불편한 진실 사법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 웬만한 대학교나 고등학교 교문에 경축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걸 아직도 어렵잖게 본다. 고향에선 그 옛날 과거에 급제한 것 마냥 펼침막을 내건다. 학교와 마을의 경사를 뽐내기 위해서다. 이름이 대학신문이나 동창회보에 실리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개중에는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검사로 임용될 성적으로 합격한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합격자가 일자리 걱정부터 한지 오래다. 사법연수원 수료자들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판·검사로 임용되거나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면, 대기업의 상무나 부장급 대우를 받으며 당당하게 입사했다.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과장급으로 낮아지기 시작했고, 요즘엔 대리급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아니, 일자리를 얻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진 게 .. 더보기
‘나꼼수’와 사회통념 논쟁 ‘사회통념’이란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사회학자나 법학자가 아니라, 의외로 경제학자다. 걸작 ‘풍요한 사회’의 저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 전 하버드대 교수다. 갤브레이스는 이 말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사회통념은 비록 진리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간단하고 편리하며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게 갤브레이스의 견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이렇다. “우리는 진실을 편익과 연관시킨다. 진실을 이기심과 개인의 안녕, 혹은 미래와 결부시킴으로써 인생에서 자신 없는 일이나 원치 않는 일탈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경제적인 행동과 사회적인 행동은 매우 복잡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는 작업은 지적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