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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추축국 독일·일본·이탈리아의 국격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8년이 지난 지금 전범 추축국(樞軸國)인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역사인식과 국격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맹성하며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반면, 일본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적반하장의 언행으로 피해자인 이웃나라들에게 끊임없이 패악질을 일삼는다. 이탈리아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파시스트 독재의 유령을 불러내는 ‘거꾸로 시간여행’이 횡행한다. 세 나라의 모습은 그 나라의 품격과 민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물론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지닐 수 있도록 반복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나치를 찬양하거나 유대인 같은 나치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형법조항은 나치 시대의 범죄행위를 공공연하게 승인·부인·고무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자유형(自由刑)에 처하는 대목이다. 자유형은 범죄인을 일정한 곳에 가두어 신체적 자유를 빼앗는 형벌을 일컫는다. 이 법은 나치 시대의 폭력적이고 자의적인 지배를 찬양하거나 정당화한 사람에 대해도 3년 이하의 자유형이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피해자들을 비방하는 문서를 반포하거나 전시·게시·상영하는 행위와 미디어 등을 통해 반포한 사람에도 3년 이하의 자유형이나 벌금형을 부과한다. 나치의 상징인 스와스티카(하켄크로이츠·卍)를 내보이는 사람은 최고 1년형을 받는다. 이 같은 규제는 극우주의자들의 나치 찬양이나 나치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언행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나치 추종자들이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놓은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나치만행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끊임없이 교육한다. 그것도 겉치레에 머물지 않고 교과서와 현장 교육을 의무적으로 병행한다. 독일 현대사 교과서의 30퍼센트가 나치 전범행위이다. 만행의 현장은 그대로 보존해 교육장으로 활용한다. 홀로코스트 유대인 추모 공원도 조성했다. 독일 지도자들이 기회만 있으면 거듭 과오를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대로다.

 

   이탈리아는 파시즘 정당을 금지한 법을 제정했으나 유명무실해졌다. 일본처럼 완전한 과거청산 없이 전후를 맞았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는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으로 거듭났다. 새 헌법은 내각과 의회 모두 공식적으로 파시즘과의 단절, 안티 파시스트들의 저항 정신을 정체성의 핵심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천명과는 달리 적극적인 파시스트 협력자에 대한 법적 처벌은 거의 없었다. 공산주의 소련과 맞서는 냉전체제를 빌미로 파시스트들은 주류사회로 재편입되는 기회를 잡았다.

 

  1994년 전후 최초로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파시스트는 보란 듯이 부활했다. 중간에 일부 단절이 있었지만 2011년 11월까지 이어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장기집권은 역사 역주행을 그대로 드러냈다. 베를루스코니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름을 주류로 다시 불러낸 장본인이었다. 그는 지안 프랑코 피니가 이끄는 포스트 파시스트들을 연정에 끌어들여 주류정치 진입의 물꼬를 터줬다.

 

   무솔리니의 손녀 알레산드라 무솔리니는 파시즘적 가치를 내건 정당을 만들어 유럽의회 의석까지 차지했다. 일본이 그랬듯이 경제위기를 빌미로 극우 파시스트들의 준동과 노골적인 무솔리니 찬양·미화는 지금도 기승을 부린다. 베를루스코니가 최근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좌우동거내각인 이탈리아에서는 극우 파시스트들이 온실에서처럼 자라고 있다. 독일과 달리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탈리아 전후 세대는 무솔리니가 에티오피아 민간인들을 독가스로 살해했다거나 알바니아·그리스를 침공한 사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극우 광풍이 가장 강하게 불고 있는 일본은 최근 들어 단순히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모자라 진실을 부인하며 피해 국가들에게 도발하는 실정이다. 독일과 같은 전범국가이면서도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고심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독일이 나치 문장을 엄금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은 제국주의의 상징이자 전범기(戰犯旗)인 욱일기(旭日旗)를 공식적으로 복권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인다. 욱일승천기는 ‘천황의 공덕이 전 세계로 퍼진다’는 뜻이 담겼다.

                                                                

   전직 총리이기도 한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나치 정권과 같은 수법으로 소리소문 없이’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망언으로 전 세계인의 비난을 자청했다. 일본은 젊은 세대에게 자학적 역사관을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며 역사왜곡교육을 실행 중이다. 불과 며칠 전에도 히틀러 식으로 경례하고 유대인을 비하하는 농담을 한 독일 신학대학생 2명이 퇴학당한 것과 사뭇 대비된다.

 

   일본이 스스로 반성하고 금지하지 않는다면 유럽 국가들이 나치 상징인 스와스티카를 엄금하듯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욱일승천기와 일본 제국주의 찬양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적극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8·15를 전후해 일본 지도자들과 극우파들이 또 어떤 언동으로 피해 국가들에게 도발할지 모른다.

 

                                                            이 글은 내일신문 8월12일자에 실린 칼럼을 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