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적] 길 입력 : 2007-02-23 18:03:59 “나를 키운 건 8할이 길이었다.” 한 여행가는 ‘길 예찬론’을 이렇게 편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라고 읊조린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한 구절을 패러디한 것이다. 여행가가 아니더라도 길을 나서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함께 가는 길이 대개는 즐겁지만 혼자 떠나는 길이라고 외롭지만은 않다. 우리 앞 길에는 수려하고 정감이 넘치는 길과 험난한 가시밭길이 언제나 공존한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야할 때도 많다. 힘겨운 고갯길에서 한숨을 내쉬지만 내리막길에서는 한번쯤 휘파람을 불어본다. 골목길과 고샅길을 지나면 한길이 나온다. 비탈길, 벼랑길, 자갈길을 가면서 때론 주저앉고 싶지만 곧 반가이 맞아줄 포장길과 꽃길을 .. 더보기 [여적] 한족(漢族) 입력 : 2007-02-16 16:47:57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옹정제(雍正帝)는 한족(漢族)에 대한 사상탄압을 가혹하게 한 것으로 악명 높다. 그는 “한족이란 본래 여러 오랑캐 민족이 뒤섞여 형성된 것인데 어찌 저희들만 문명이고 남은 오랑캐라 하는가”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 옹정제는 ‘대의각미록(大義覺迷錄)’에서도 중화사상에 기반한 화이론(華夷論)을 반박했다. 중화와 오랑캐는 상대적인 개념이며 만주족도 중국 황제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중국에 혈연적 단일민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국에서 한족은 몽골족이 통치한 원나라 시절을 비롯해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통한의 역사를 감수해야 했다. 나관중(羅貫中)이 쓴 역사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한족의 한(恨)을.. 더보기 [여적] 하버드 교양필수 입력 : 2007-02-09 18:07:43 ‘하버드대 도서관의 새벽 4시-그들만의 철학 30가지’라는 게 있다. 새벽 4시가 되었는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는 도서관 열람실 사진과 함께 학생들에게 교훈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생각 서른 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전부도 아닌 공부 하나도 정복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눈이 감기는가? 그러면 미래를 향한 눈도 감긴다’ 마지막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글귀가 장식한다.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마누라(남편) 얼굴이 바뀐다.’ 이같은 ‘하버드대 .. 더보기 [여적] 작은 감동 입력 : 2007-02-02 18:19:00 불경 가운데 잡보장경(雜寶藏經)은 돈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無財七施)를 전해준다. 첫번째는 남의 짐을 들어준다거나 일을 돕는 신시(身施)다. 몸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그 중에 최고 경지는 물론 자신의 몸을 바치는 사신행(捨身行)이다. 두번째는 마음의 문을 열어 따뜻한 정을 주는 심시(心施)다. 셋째는 다정한 눈길을 주는 안시(眼施)다. 넷째는 화안시(和顔施) 또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로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을 지니는 것이다. 다섯째 언시(言施) 또는 언사시(言辭施)는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 주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牀座施)다. 일곱번째 방사시(房舍施)는 하룻밤 묵어갈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곱번째로는 굳이.. 더보기 [여적] 지식인의 이중성 입력 : 2007-01-26 18:02:55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대 재학 시절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뒤 제출한 ‘항소이유서’ 마지막에 인용된 가슴 뭉클한 시의 한 구절이다. 이 시를 쓴 러시아 시인 니콜라이 네크라소프의 생애를 돌이켜보면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는 민중의 비참한 생활상을 눈물겹게 그려내는 민중시를 수도 없이 지어냈다. 특히 농민들의 슬픈 운명을 공명(共鳴)하는 시를 써 농노해방에 선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출판사업가로서의 그는 속물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방탕한 여자관계, 도박, 음주, 돈에 대한 끊임없는 집착, 권력에 대한 아부가 현실적인 그.. 더보기 [여적] 문화의 차이 입력 : 2007-01-19 18:06:09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 여성들은 남성들이 군대 얘기를 하면 대부분 흥미롭게 들어준다고 한다. 한국 여성들이 군대 얘기라면 여전히 달갑잖게 여기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1등 하라고 다그치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엄마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을 일삼아 한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다른 사회의 풍경화다. 개화기에 한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 결혼 풍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신랑을 쏘아 죽였다는 일화도 문화의 차이가 낳은 비극이다.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발바닥을 때리며 뒤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외국인이 “사형시켜야 하는 죄인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이 무심결에 “예.. 더보기 [여적] 중국 권력투쟁 입력 : 2007-01-12 18:08:24 ‘타고난 책사’ ‘꾀주머니’ ‘공작정치의 달인’ ‘킹메이커’ ‘장쩌민(江澤民)의 오른팔’ ‘장쩌민의 손·귀·머리’. 쩡칭훙(曾慶紅) 중국 국가부주석에게 붙어다니는 별명만 들어도 그가 현기증 나는 권력게임에 어느 정도 달인인지 짐작하고 남는다. “루이싱원(芮杏文)은 중앙으로 올라갈 때 고급 가구를 갖고 갔지만 장쩌민은 쩡칭훙을 데려갔다.” 장쩌민이 상하이시 서기를 지낸 뒤 베이징의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할 때 화제가 되었던 이 일화도 쩡칭훙의 위상을 한마디로 표징한다. 쩡칭훙의 권력 요리솜씨를 보면 예술의 경지로 보인다. 지난해 후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상하이방(上海幇) 축출에 나섰을 때 쩡칭훙은 자기 편에 사정의 칼날을 겨눈 것으로 유.. 더보기 [여적] 매파와 비둘기파 입력 : 2007-01-05 18:07:22 고대 이스라엘이 로마제국을 상대로 줄기차게 독립운동을 하다가 서기 60년대 후반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그러자 유대 독립군 안에서는 결사항전해야 한다는 매파와 더 이상 싸우면 민족까지 멸망한다는 비둘기파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마치 병자호란이 터졌을 때 조선의 조정이 주전론자(主戰論者)와 주화론자(主和論者)로 나뉘었던 상황과 흡사했다. 독립군이 연전연패하자 결사대의 비둘기파인 한 랍비가 로마군 사령관이던 베스파시아누스를 찾아간다. 이 랍비는 쇠사슬에 묶여 사령관 앞에 끌려갔다는 주장도 있긴 하다. 어쨌든 이 랍비는 사령관이 곧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이 맞아 떨어지자 사령관은 그에게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겠다고 선심을 썼.. 더보기 [여적] 한 해의 끝자락 입력 : 2006-12-29 17:08:39 세밑의 강추위가 손돌바람처럼 살천스럽다. 헌 달력은 ‘마지막 잎새’처럼 을씨년스럽다. 가년스러운 서민들의 애옥살이가 한층 힘겨워 보인다.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앵돌아진 민초들의 마음을 보듬기보다 제 몸 챙기기에 더 부산하다. 본업은 뒷전인 채 여줄가리 말싸움에나 열을 올린다. 콩팔칠팔 지껄이는 정치의 언어가 콩켸팥켸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끝이 없는 지청구에 기가 질린다. 정치판만 보면 시간의 경계를 가늠하기 어렵다. 시간은 ‘동작 그만’ 구령을 단 한번도 따라주지 않는다. 시간은 시나브로 걸음을 옮기면서 만물의 운명을 옥죈다. 시경(詩經)도 “시작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도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도다”라는 영탄조의 읊조림을 담고 있는 걸 보면 회한은 .. 더보기 [여적] 엽기독재자 입력 : 2006-12-22 18:02:05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한국인들, 특히 스포츠 팬들의 유일한 기억은 축구경기에서의 아물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있을 게다. 한국 대표팀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세계 랭킹 100위권의 약체 투르크메니스탄에 2대 3으로 역전패했던 악몽이 그것이다. 당시 대표팀은 최용수, 이동국, 최성용, 유상철, 김병지 등 최정예 멤버로 짜여 있었다. 허정무 감독은 투르크메니스탄에 이어 태국에도 져 8강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이를 잊지 않기 위해 ‘패전기념 시계’를 사서 찼을 정도다. 인구 6백만 명의 투르크메니스탄은 석유 매장량 세계 5위, 가스와 광물자원 매장량이 각각 3위다. 세계에서 기름 값이 가장 싼 것은 너무나 당연한 지도 모른다. 값싼 석유 .. 더보기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