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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부시맨의 귀향 입력 : 2006-12-15 18:02:41 아프리카의 부시맨은 독특한 생활 철학을 지녔다. 동작이 굼뜬 사슴이나 토끼 같은 동물은 절대로 사냥하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사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야생 열매를 딸 때는 반드시 씨앗이 될 만큼 남겨둔다. 벌집이 꿀을 딸 정도로 크지 않으면 건드리지 않는다. 물을 마시러 오는 동물들을 위해 우물 근처에는 절대 덫을 놓지 않는다.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 사막 주변에 살던 부시맨들과 생활한 적이 있는 한 인류학자가 관찰한 결과다. 부시맨은 2만 여년 동안 문명과 격리되어 석기시대의 삶을 지속해 왔다. 지금까지 조금도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부족 전체합의제는 부시맨을 원시상태로 잡아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찰스 다윈은 이를 ‘세상의 가장 이상적인.. 더보기
[여적] 부정(父情) 입력 : 2006-12-08 18:06:02 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를 탐사하다 언젠가는 기상이변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국제회의에서 경고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무시한다. 얼마 뒤 보란 듯이 홍수, 해일, 태풍, 토네이도 등 온갖 재해가 전세계를 덮친다. 때마침 뉴욕 퀴즈대회에 참가하러 간 아들 샘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숨막히는 결투가 시작된다. 아들은 돌변하는 이상기후를 기이하게 여겨 지대가 높은 도서관으로 피신하고, 아버지에게 사력을 다해 전화를 건다. 아버지는 아들을 구하려 하지만 백악관 브리핑 때문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결국 세계지도의 반을 금으로 그어놓고 그 위의 사람들을 모두 아래로 대피시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사투 끝에 아버지 홀은 아들을 구해낸.. 더보기
[여적] 금기 스포츠 입력 : 2006-12-01 17:57:46 이란에서 마라톤 얘기를 하면 실례다.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게임에 이란의 마라톤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란은 1974년 자국의 수도 테헤란에서 아시안 게임을 개최했을 때 마라톤 종목은 아예 없앴을 정도다. 이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라톤을 금기로 여기는 나라다. 이란이 이처럼 마라톤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데는 뼈아픈 역사가 서려 있다. 마라톤이 근대 올림픽과 국제경기 종목으로 채택된 연원이 되는 마라톤 평원 전쟁에서 고대 이란의 페르시아제국이 아테네에 참패했던 일이 그것이다. 이란으로서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마라톤 전투다. 일본에서는 국기(國技)인 검도가 태평양전쟁 직후 맥아더 미군 사령부의 금지 명령.. 더보기
[여적] 화이트칼라 범죄 입력 : 2006-11-24 18:01:37 미국 워싱턴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던 폴 펠드먼은 회사에 무인 빵 판매대를 설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떠올렸다. 그는 매주 금요일 무인판매대에 베이글과 수금함을 함께 갖다놓았다. 수금률은 95%에 육박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금 회수율에 고무된 펠드먼은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베이글 무인 판매전선에 뛰어들었다. 머지않아 인근 140여개 회사 휴게실에 만든 무인판매대의 수입이 과거 연봉을 능가하게 됐다. 그러는 동안 그는 흥미로운 체험을 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양심불량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펠드먼이 몇 년 동안 빼놓지 않고 무인 판매를 계속한 어떤 회사는 3개층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맨 위층은 임원급 고위간부들만 근무하는 사무실이었으.. 더보기
[여적] 영어 실력 입력 : 2006-11-17 18:18:56 사춘기를 지나 외국어를 배우면 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실증된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고 보면 영국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는 특이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원어민이 아니면서도 찰스 디킨스 이래 가장 뛰어난 영국작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역정은 경탄할 만하다. 그것도 사춘기를 훨씬 넘긴 스물한 살에야 영어를 접한 그였기 때문이다. 폴란드 태생인 콘래드는 양친이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17살때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4년 동안 견습 선원으로 전전한다. 정식 선원으로 일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갈 당시 그가 알고 있던 영어 단어는 6개가 고작이었다. 그 때 처음 들은 영어는 선원과 어부들의 말이었고, 눈으로 처음 읽은 .. 더보기
[여적] 고별사 입력 : 2006-11-10 18:15:59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팬들에게 이색적으로 고별사를 남겼다. 조던은 유력 신문에 전면 광고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15년 간의 프로농구(NBA) 생활을 마흔 살로 마감한 그가 고별사에서도 스타 선수다운 상상력을 동원한 것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농구에게’라는 편지 형식을 빌려 발상의 파격성을 과시했다. “우리집 주차장 뒤편에서 부모님의 소개로 당신을 처음 만난 지 벌써 28년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나의 인생이자 열정,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중략) 나의 NBA 인생은 분명히 끝났지만 우리의 관계는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들의 영웅이자 세계평화의 화신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고별연설은 청중들의 미동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더보기
[여적] 첨단 교도소 입력 : 2006-11-03 18:01:26 풍요와 호화의 상징도시로 자리잡아 가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에서는 교도소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막 위에 낙원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수형자들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혜자로 만든다. 2004년에 건설이 시작된 한 교도소는 에어컨, 체육관, 극장, 인터넷, 회의장까지 갖춘 호화 첨단시설을 뽐낸다. 비즈니스 시설을 겸비한 이 교도소는 지능범죄를 저지른 지식인 재소자들을 위해 지은 것이다. 수형생활 중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파격적인 발상의 주인공은 두바이의 기적을 일궈가고 있는 왕세자 셰이크 모하메드 알 막툼이다. 영국에서도 2년여 전 여성 전용 호화교도소가 등장해 지구촌의 눈길을 끌었다. 칙칙한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 자살률이 급증하자 내.. 더보기
[여적] 모정(母情) 입력 : 2006-10-08 18:08:34 펭귄은 모성(母性)보다 부성(父性)이 앞서는 동물로 꼽힌다. 드물게 보이는 현상이다. 남극의 황제 펭귄은 100㎞나 떨어진 오지로 걸어가서 40일 동안 암컷을 기다려 짝을 짓는다. 암컷이 알을 낳은 뒤 수컷은 2개월 이상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알을 품는다. 새끼가 부화할 때쯤 암컷이 찾아와 지키기 시작한다. 먹이를 날라다 기르는 것은 수컷과 암컷이 번갈아 한다. 부성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는 토종물고기 버들치도 흡사하다. 수놈 버들치는 알이 부화할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바위 입구를 지킨다. 물속 바위 표면에 달라붙은 알을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수놈 버들치는 그동안 부지런히 지느러미 질을 하다가 기진맥진해서 끝내 죽.. 더보기
[여적] 가을의 전설 입력 : 2006-10-03 17:47:35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는 단연 ‘가을의 전설’이 아닐까. 수채화 같은 대자연의 풍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여기에 애잔하게 흐르는 음악. 가히 미국 몬타나 평원을 적셔 놓는 사랑의 대서사시다. 스토리보다 배경과 음악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카데미상 촬영상을 받은 것만 봐도 알 만하다. 10년도 더 전에 나왔지만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까닭도 아련한 영상미에 있는 듯하다. 여성 팬들에겐 남자가 저렇게 멋질 수 있구나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브래드 피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그런 만큼 비판적인 눈으로 보는 여성들은 은근히 남성우월주의를 부추긴다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주.. 더보기
[여적] 비목 입력 : 2006-09-24 18:06:06 국민가곡 ‘비목’(碑木)은 제목부터 잔뜩 애잔하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로 시작하는 가사는 시종일관 처연하다. 4분의 4박자인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곡조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비목’이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과 더불어 3대 애창곡으로 불리는 까닭도 이처럼 애닯은 정감이 한국인들의 한(恨)과 접목돼 있기 때문이리라. ‘비목’의 탄생은 지금부터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어느 날, 동족상잔의 전쟁 상흔이 남아 있는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기슭에서 수색중대 소대장인 육군 소위가 사병들과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이끼 낀 돌무덤을 발견한다. 무덤 쪽으로 발길을 옮기던 소대장은 놀라 멈칫했다. 보통 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