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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소설 로마’…황제들의 ‘이중성’을 읊다 입력 : 2007-05-11 15:53:30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 1~3…로버트 그레이브스|민음사 ▲막스 갈로의 로마 인물소설 1~3…막스 갈로|예담 로마제국만큼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재현되는 역사 소재도 드물다. 책, 영화, 연극, 드라마, 음악, 발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책만하더라도 학술서적, 소설, 시집, 대중 역사서, 다큐멘터리, 여행기, 희곡 등 장르를 몇 손가락으론 꼽기 힘들 정도다. 이번 주엔 로마제국을 주제로 한 번역소설 두 종류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모두 역사소설 가운데서도 일대기성 인물소설이라는 게 먼저 시선에 잡힌다. “또 로마야”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 책들은 감흥으로 순위를 매기면 어디에도 뒤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흥미진진 운운하면 품격이나 위상에.. 더보기
[책과 삶] 동로마제국-‘반쪽 서양사’를 완성하다 입력 : 2007-04-20 16:10:42 ▲비잔티움 연대기…존 노리치|바다출판사 마치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진한 영상이 머릿속에 영롱하게 그려진다. 88명의 비잔티움 제국 황제,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궁중 음모와 권력 암투, 암살과 쿠데타, 영웅과 여인, 장군과 악당, 전쟁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기기묘묘한 전략전술과 외교의 세계가 살아 꿈틀거리듯 펼쳐진다. 여기에다 비잔티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성상(聖像) 논쟁, 헤시카슴과 동서교회 통합논쟁 등이 짜릿하게 곁들여진다. 비잔티움의 대명사인 화려하고 현란한 예술세계도 맛깔스럽게 버무려진다. 오스만투르크의 메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6년 뒤인 1459년 완공한 토프카피 궁전. 수려하면서도 호쾌한 필치는 ‘역사의 인디애나 존스’를.. 더보기
[여적] 외톨이 증후군 입력 : 2007-04-20 17:59:03 “방에 틀어박혀 있다가 당신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나왔다.” 한때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던 일본 소설가 다키모토 다쓰히코가 지난해 난생 처음 해외여행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한 독자가 재치있게 던진 첫 마디다. 다키모토는 히키코모리를 다룬 체험적 소설 ‘NHK에 어서 오세요’의 팬 사인회를 갖는 자리에서 동병상련의 독자를 만나 이런 말을 듣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는 일본 인구의 1%인 130만명이 다키모토 작가가 겪은 히키코모리라고 추산한다. 대중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숫자를 부풀렸다는 설도 없지 않으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만은 분명하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6개월 이상 집에 틀어박.. 더보기
[책과 삶] “2035년. 한국이 세계 강대국 된다” 입력 : 2007-04-13 15:36:27 ▲미래의 물결…자크 아탈리|위즈덤하우스 “엉터리 예측에 목을 매느니 차라리 동전을 던져라.” 미국 경영컨설턴트 윌리엄 A 서든은 미래학자들에게 이처럼 저주를 퍼붓는다. 그는 미래학자들이야말로 동전을 던지는 것보다 못한 50% 이하의 적중률로 뭇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예언가들이라고 매섭게 몰아친다. 미래를 팔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면서 실명까지 들먹인다. 앨빈 토플러, 존 나이스비트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도 그의 지적 살생부 예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선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피터 드러커 같은 이는 미래에 대한 놀라운 혜안을 지닌 미래학자로 추앙받지만 ‘미래예측’이란 낱말을 싫어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더보기
[여적] 사과법 입력 : 2007-04-13 17:56:39 사과(謝過)만큼 잘하기 어려운 것도 드물다. 자존심을 꺾고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그래선지 학자들은 사과를 ‘무너져가는 커뮤니케이션을 회복하기 위한 고등기술’이라고 조금 유식하게 일컫는다. 사과는 ‘난 사람’이나 ‘든 사람’보다 ‘된 사람’일수록 잘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진정성이 사과의 요체이기 때문이리라.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고단위 처방인 몸을 던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본에선 몸을 던지는 사과로 할복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되곤 했다.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사죄하는 것도 몸을 던져 사과하는 범주에 포함된다. 사실 바닥에 엎드려 사과하는 것은 누구나 선뜻 내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땅바닥에서 조아리는 모습처럼 효험.. 더보기
[여적] 역설의 정치 입력 : 2007-04-06 18:07:36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12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이 사건은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을 만들어 한층 더 유명세를 치렀다. 이 영화는 2003년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같은 소재로 극영화 ‘엘리펀트’를 제작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접한 호주 콴타스항공의 최고경영자 제프 딕슨이 쓴 시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덧붙여 가는 기(奇)현상까지 낳았다. 댓글이 아니라 시 자체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우리 시대의 역설(逆說)’이라.. 더보기
[여적] 역발상 시계 입력 : 2007-03-30 18:23:31 “가장 낭비하는 시간은 방황하는 시간이고, 가장 교만한 시간은 남을 깔보는 시간이다. 가장 자유로운 시간은 규칙적인 시간이며, 가장 통쾌한 시간은 승리하는 시간이다. 가장 지루한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이며, 가장 서운한 시간은 이별하는 시간이다. 가장 겸손한 시간은 자기 분수에 맞게 행동하는 시간이고, 가장 비굴한 시간은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 시간이다. 가장 불쌍한 시간은 구걸하는 시간이며,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은 최선을 다한 시간이다. 가장 현명한 시간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시간이고, 가장 분한 시간은 모욕을 당한 시간이다. 가장 뿌듯한 시간은 성공한 시간이며, 가장 달콤한 시간은 일한 뒤의 휴식 시간이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고, 가장.. 더보기
[책과 삶]‘富國의 가면’ FTA는 공정한가 입력 : 2007-03-23 16:01:01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조지프 E 스티글리츠 외|지식의숲 조지프 E 스티글리츠가 쓴 책에선 대개 봄날 같은 따스함이 배어나온다. 최신작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도 예외는 아니다. 흔히들 경제학을 ‘차가운 학문’이라고 단칼에 베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의 경제학은 따뜻하다. 마치 무성한 숲 같은 수염 사이로 묻어나는 그의 미소처럼.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 출신의 아마르티아 센에 버금간다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제목이 시사하듯 ‘공정성’이다. 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척도 가운데 하나가 ‘효율성’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단(異端)이다. 그럼에도 그는 서슴없이 ‘공정성’에 저울추를 하나 더 올려 놓는.. 더보기
[여적] 따라하기 입력 : 2007-03-23 18:01:17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무척 좋아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대인인 프로이트는 나치의 모진 박해를 받아야 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를 포함한 수많은 독일인들이 히틀러에게 동조해 프로이트와 같은 유대인 박해와 배척운동에 앞장섰다. 처음엔 히틀러의 생각에 동조할 의사가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보면 ‘동조행동’의 하나다. 남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 불안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생각에 동화시키는 심리가 그것이다. 동조심리 연구의 권위자인 클러치 필드라는 동조심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성향을 분석했다.. 더보기
[여적] 행복학 박사 입력 : 2007-03-16 18:06:17 스위스에서 어떤 노인이 자신의 여든 살 생애를 세부적으로 나눠 계산해 보았다고 한다.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다.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식사 시간 6년, 혼자 공상하며 낭비한 시간 5년, 담배 피우는 데 1년, 세수하는 데 228일, 아이들과 노는 데 26일, 넥타이 매는 데 18일. 여기에 ‘남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기다린 시간 5년’이 더해진 게 이채롭다. 막상 중요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46시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처럼 짧은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도처를 헤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돈을 벌면 파랑새를 찾을 수 있을까. 권력을 잡거나 지식을 얻으면 될까. 인간의 이런 노력은 추상적인 ‘행복학’을 어느덧 입증이 가능한 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