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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침묵은 禁, 저항하고 비판하라 입력 : 2007-11-16 15:47:12 ▲지식인…스티브 풀러|사이언스북스 무릇 지식인은 소크라테스보다 소피스트들을 본받는 게 낫다고 설파한다면 수긍하겠는가? 석가모니, 공자, 예수와 더불어 4대 성인의 반열에 올라 있는 소크라테스보다 ‘궤변론자들’을 따르라니 말이나 될 법한가. 하지만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석학 스티브 풀러는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오늘날의 젊은 지식인들에게 가르칠 만한 가치가 있는 ‘지식인의 원형’이라고 우긴다. 소피스트들은 ‘경박한 박식가’ ‘거만한 허풍선이’라는 낙인과는 달리 대중이 험난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데 요긴한 지식과 방법론을 양심과 능력에 따라 전수했다는 게 그 이유다. 풀러는 소크라테스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소피스트들을 소크라테스와 비슷하게 대접해줘야.. 더보기
[여적] 산책 회담 입력 : 2007-11-16 18:02:51 산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베토벤은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한 뒤부터는 사람들과의 대화보다 자연과의 대화를 더 즐겼다. 베토벤의 말년 일과는 오후 2시까지 일을 끝낸 뒤 저녁때까지 산책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때로는 모두가 잠든 시간까지 산책만을 할 때도 있었다. 그가 여름마다 찾던 빈 교외의 하일리겐시타트에는 ‘베토벤의 산책로’가 운치있게 후세인들을 맞아준다. ‘전원교향곡’이 1808년 여름 이곳에서 작곡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산책에 취한 명사가 베토벤뿐이겠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로버트 프로스트, 장 자크 루소, 아르튀르 랭보, 빅토르 세갈렌, 로버트 스티븐슨, 피에르 상소…손가락으로는 다 꼽기 어려우리라. 특히 소로는 스스로 직업적 산책자라고 .. 더보기
[책과 삶]석유와 무관한 전쟁은 없다 입력 : 2007-11-09 15:40:27 ▲석유 지정학이 파헤친 20세기 세계사의 진실…윌리엄 엥달|길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자꾸자꾸 예뻐지면 나는 어떡해. 거울 속의 나를 보면 정말 행복해. 미녀는~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꽃미남 배우 이준기가 출연한 한 음료 CF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재기발랄한 누리꾼이 댓글을 달았다. “미국에서도 유사품 출시 예정. ‘부시는 석유를 좋아해’” 또 다른 네티즌의 패러디 버전이 이어진다. “미국은 석유를 좋아해. 자꾸자꾸 빼앗으면 우린 어떡해. 석유로 번 돈을 보면 정말 행복해. 미국은~ 미국은 석유를 좋아해.”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구실삼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속셈은 막상 석유에 있다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풍자다. 최근의 전쟁들이 .. 더보기
[여적] 호돌이의 출가 입력 : 2007-11-09 18:06:41 호랑이만큼 식성이 까다로운 동물도 드물다. 야생 호랑이는 대개 스스로 잡은 야생동물의 신선한 고기만 먹는다. 썩은 고기는 절대 먹지 않는다. 개가 풀을 뜯지 않듯이 호랑이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먹잇감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가거나 몸을 숨겼다가 덤벼들어 먹이를 잡지만, 도망가는 동물을 쫓아가서 잡아 먹는 법도 거의 없다. 배가 고프지 않으면 사냥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호랑이는 한국인들의 성격이나 행동 양태와 많이 닮았다는 견해도 그럴 듯하다. 무리지어 다니는 사자와는 달리 호랑이는 언제나 혼자서만 다니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암컷과 수컷도 홀로 지내다가 짝짓기할 때만 냄새를 맡고 합방한다. 호랑이를 한국의 상징처럼 여기는 데는 나라 모양이 닮은 까.. 더보기
[여적]스포일러 입력 : 2007-11-02 17:49:45 스포일러(spoiler)가 논란거리로 등장한 결정적인 사건은 1995년 개봉된 ‘유주얼 서스펙트’로 알려져 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든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서 있던 관객들은 버스를 타고 가던 사람이 “범인은 절름발이다”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분을 삭이지 못할 정도로 격앙됐다. 그 뒤 ‘식스 센스’ 같은 반전(反轉)이 있는 영화는 스포일러가 어김없이 등장했고, 이를 막으려는 이들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곤 했다. 영화의 주요 내용이나 결말을 미리 알려줘 재미를 떨어뜨리는 사람을 뜻하는 스포일러는 원래 비행기의 감속 하강이나 좌우 기울기 조정을 쉽게 만드는 장치를 의미한다. 소설에는 스포일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지만 스포일러로 보일 수 있는.. 더보기
[여적] 누드 논란 입력 : 2007-10-26 18:07:00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문화의 외설성을 “눈에 띄는 것,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 필요 이상으로 눈에 띄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보드리야르에게 외설은 과도한 표현과 맞닿아 있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를 논할 때 흔히 은근한 매력을 강조하는지, 대놓고 다 보여주는지를 따지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체가 반응하면 외설이고 정신이 반응하면 예술이라는 재담 섞인 분류법 역시 마찬가지다. 뻔하고 지겨울 정도가 된 예술과 외설의 한계 논란은 옷을 살짝 걸친 것은 예술과 외설의 중간지대에 자리한다는 말장난 같은 주장도 등장시켰다. 사실 누드와 나체, 알몸이라는 용어선택에 따라 어감도 달라진다. 예술성이 있는 것은 누드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 더보기
[책과 삶]진정한 ‘나’란 없다 입력 : 2007-10-19 15:12:28 ▲나, 마이크로 코스모스…베르너 지퍼·크리스티안 베버|들녘 마흔살의 여성 로슬린 Z는 자신이 남자라고 믿는다. 스스로를 자기 아버지라고 믿었으나 이따금 할아버지라고 말한다. 아버지 이름으로 불러야 대답하고, 서류 서명도 아버지 이름으로 한다. 삶의 이력에 대한 질문에 아버지의 인생을 설명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로슬린은 카프그라 증후군을 앓고 있는 정신분열증 환자다. 그것도 자기가 갑자기 다른 사람이라고 여기는 극히 특수한 내적 변신 사례다. 쉰한살의 건축 노동자 토미 맥휴는 가벼운 뇌출혈을 겪고 나서 혁명에 가까운 경험을 한다. 응급수술을 받은 지 2주일 만에 갑자기 그럴 듯한 시를 쓴다. 뿐만 아니다. 솜씨를 인정받아 여러 화랑에서 작품 전시회까지 .. 더보기
[여적] ‘神들의 여행’ 입력 : 2007-10-19 18:02:51 세상에서 가장 걸리기 쉽고 헤어나기 어려운 증세가 ‘신(神)증후군’이라는 주장은 그럴 듯해 보인다. 신증후군은 “신은 불공평하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무모화하려는 현상을 일컫는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신에다 불평을 퍼부어대는 모습은 흔하디 흔한 장면이다. “작은 집 옆에 대궐 같은 큰 집을 지으면 그동안 사는 데 불편함이 없던 작은 집은 곧 오두막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이웃효과’에 빗댄 카를 마르크스의 설파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 공격성과 혁명적 분노를 유발한다고 진단한 ‘테드 거’의 이론으로 상승작용할 여지가 많다.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에 대한 논란도 뜯어보면 이웃효과에서 출발한다. ‘신의 직장’.. 더보기
[책과 삶] 경제대국에 날린 ‘통쾌한 한방’ 입력 : 2007-10-05 15:24:09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부키 “축구경기를 하는 한쪽 편이 브라질 국가대표팀이고, 상대편은 열한 살 먹은 내 딸 유나의 친구들로 짜여진 팀이라고 생각해 보라. 이런 경기가 허용될 리가 없다. 중량급인 무하마드 알리는 경량급 선수권을 네 개나 보유했던 유명한 파나마 선수 로베르토 듀란과 경기를 할 수 없다. 이렇듯 몸무게가 2㎏ 넘게 차이가 나는 사람들끼리 하는 권투경기는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서, 미국과 온두라스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원제 Bad Samaritans)’은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무역을 강권하는 부자 나라들에게 이처럼 다그쳐 묻는다. .. 더보기
[책과 삶] 오묘한, 소중한 ‘나’를 탐험해보자 입력 : 2007-09-21 15:06:43 ▲아담의 배꼽…마이클 심스|이레 인체는 지구상의 어떤 피조물보다 복잡 오묘하고 경이롭다. 디자인과 기능이 최적으로 결합돼 그 자체를 ‘공학의 승리’라고 일컫는다. 그래선지 인체는 ‘작은 우주’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로도 불린다. 인체의 신비에 대한 이해와 탐구, 접근 방식 역시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아담의 배꼽(원제 Adam’s Navel)’은 인체를 독특하고 개성 있게 묘파하는 책이다. 해부학, 생물학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역사, 문학, 인류학, 어원학, 진화론, 예술, 대중문화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한 분야를 넘나들며 교직한 독보적인 저작이다. 넓게 보면 부제 그대로 ‘인체에 관한 자연사와 문화사’다. 애써 달리 분류하자면 ‘인체 잡학사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