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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중국 권력투쟁

입력 : 2007-01-12 18:08:24

‘타고난 책사’ ‘꾀주머니’ ‘공작정치의 달인’ ‘킹메이커’ ‘장쩌민(江澤民)의 오른팔’ ‘장쩌민의 손·귀·머리’. 쩡칭훙(曾慶紅) 중국 국가부주석에게 붙어다니는 별명만 들어도 그가 현기증 나는 권력게임에 어느 정도 달인인지 짐작하고 남는다.

“루이싱원(芮杏文)은 중앙으로 올라갈 때 고급 가구를 갖고 갔지만 장쩌민은 쩡칭훙을 데려갔다.” 장쩌민이 상하이시 서기를 지낸 뒤 베이징의 중앙정치 무대로 진출할 때 화제가 되었던 이 일화도 쩡칭훙의 위상을 한마디로 표징한다.

쩡칭훙의 권력 요리솜씨를 보면 예술의 경지로 보인다. 지난해 후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가 상하이방(上海幇) 축출에 나섰을 때 쩡칭훙은 자기 편에 사정의 칼날을 겨눈 것으로 유명세를 냈다. 핵심인물인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서기를 부정부패혐의로 체포하면서 쩡칭훙은 장쩌민의 반발을 의식해 그의 저작물을 출판해 주는 등 환심을 사는 정지작업을 한 뒤 결정적인 순간에 덮치는 치밀함을 과시했다.

명목상 권력서열 5위에 불과하지만 제2인자나 다름없는 쩡칭훙은 후진타오의 권력 안정을 위해 기회 있을 때마다 선봉에 섰다. 심지어 자신을 키워준 ‘장쩌민을 잡는 옛 황태자’라는 별칭을 얻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2004년 후진타오 체제가 들어서면서 장쩌민을 중앙군사위 주석직에서 내치는 공작을 벌일 때 앞장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쩡칭훙은 그에 앞서 군부 내 양상쿤(楊尙昆) 세력과 베이징방(北京幇)을 몰아내는 꾀를 내 장쩌민 권력강화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크고 작은 그의 권력 비화는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런 쩡칭훙이 이젠 스스로 최고권력의 하나를 잡겠다고 발벗고 나섰다는 보도가 나와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당·정·군의 최고직위 가운데 국가주석 자리는 자신에게 넘기라는 신호인 것이다. 상하이방의 결투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가. 파벌의 역사를 빼놓고 현대정치를 운위할 수 없는 중국도 이제 권력 공유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인지 세계가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혁·개방과 사회의 복잡다기화로 말미암아 권력분점은 어쩔 수 없는 추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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