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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문화의 차이

입력 : 2007-01-19 18:06:09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 여성들은 남성들이 군대 얘기를 하면 대부분 흥미롭게 들어준다고 한다. 한국 여성들이 군대 얘기라면 여전히 달갑잖게 여기는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1등 하라고 다그치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엄마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을 일삼아 한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다른 사회의 풍경화다.

개화기에 한 외국인이 한국의 전통 결혼 풍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신랑을 쏘아 죽였다는 일화도 문화의 차이가 낳은 비극이다.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 놓고 발바닥을 때리며 뒤풀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외국인이 “사형시켜야 하는 죄인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 사람들이 무심결에 “예스”라고 하자 총으로 신랑을 쐈다는 웃지 못할 얘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사람들은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인들을 보면 거지 같다고 흉을 보기 일쑤였다. 반대로 일본인들은 밥상에 놓고 먹는 한국 사람들을 보고 개처럼 밥그릇을 바닥에 놓고 먹는다고 이죽거렸다.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이 찌개나 국을 한 냄비에서 입에 들어갔던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을 보고 기겁하는 표정을 짓는다.

지구촌이라 일컬어지는 세상이지만 문화의 차이로 말미암은 갈등과 충돌은 쉬이 민족주의 감정으로 흐른다. 영국의 인기 리얼리티 텔레비전 쇼에서 불거진 인종차별 논란도 문화의 차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 국민배우 슐파 셰티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영국 출연자들로부터 모욕당해 인도인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는 소식이다. 음식을 손으로 집어먹는 인도인의 습성까지 비하한 것이 문제가 되자 다급해진 토니 블레어 총리가 유감을 표명하고 나서야 했다.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픈 역사를 지닌 인도여서 한결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배우자까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일으키기 쉬운 휘발성은 바다 건너 불이 아니다. 동남아시아인들을 은연중에 얕잡아 보는 우리네인지라 더욱 그렇다. 차이와 공존에 익숙해지는 것이야말로 화합과 평화의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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