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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작은 감동

입력 : 2007-02-02 18:19:00

불경 가운데 잡보장경(雜寶藏經)은 돈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無財七施)를 전해준다. 첫번째는 남의 짐을 들어준다거나 일을 돕는 신시(身施)다. 몸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그 중에 최고 경지는 물론 자신의 몸을 바치는 사신행(捨身行)이다. 두번째는 마음의 문을 열어 따뜻한 정을 주는 심시(心施)다. 셋째는 다정한 눈길을 주는 안시(眼施)다. 넷째는 화안시(和顔施) 또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로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을 지니는 것이다. 다섯째 언시(言施) 또는 언사시(言辭施)는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 주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牀座施)다. 일곱번째 방사시(房舍施)는 하룻밤 묵어갈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곱번째로는 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도와주는 찰시(察施)를 들기도 한다.

석가모니 부처는 이 가운데 ‘화안시’와 ‘언사시’를 으뜸으로 꼽았다. 부드러운 얼굴로 남을 대하고 좋은 말로 베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나머지도 하나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손쉬운 일이며, 일상생활 가운데서 행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잉글랜드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암투병 끝에 죽어간 캐나다 소녀 축구 선수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로 감명을 주었다는 얘기가 나라 밖의 흐뭇한 소식으로 전해졌다. 베컴을 우상처럼 여기던 레베카 존스턴(19)은 뜻밖의 전화를 받고 불과 며칠 간이었지만 더없이 행복한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고 한다. 베컴이 화려함만을 좇는 것으로 알았던 미국 축구팬들이 그의 언시(言施)에 ‘작은 감동’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베컴이 세계적인 스타여서 언론에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우리 주위엔 ‘무재칠시’를 행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하찮게 보이는 기쁜 일 하나에도 행복을 느끼는 이웃도 부지기수다. 고마움을 느꼈다면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진정 미안할 때 미안하다는 한 단어가 삭막한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하게 하지 않는가. 작은 감동을 크게 느낄 줄 알아야 큰 감동도 걸맞게 받아들일 수 있는 법이다. 세계는 작은 영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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