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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데스크칼럼>'태생적 보수' 일본의 한계 2000-06-28 엊그제 실시된 일본의 총선결과를 보면서 불현듯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한 대학연구소가 주요 국가 국민들의 유전자(DNA)에 관해 연구한 결과 일본은 속된 표현으로 '튀는 사람'이 나타나기 힘든 나라라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l형과 s형이라는 유전자와 성격의 상관관계를 밝혀준다. l형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다소 특이한 타입이며, s형은 신중.성실하고 신뢰성이 높은 유형이다. 일본인을 조사해 보면 l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1.8%에 불과하다. l형과 s형을 혼합한 유형이 28%안팎이며, s형은 70%에 이른다. 압도적으로 다수인 70%정도는 선천적으로 보수적인 셈이다. 좀더 넓게 보면 약 98%에 달하는 일본인이 어느 정도 또는 매우 보수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더보기
<데스크칼럼>유연성의 시대 2000-05-03 "살아남는 종(種)은 강한 것도,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오직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것 뿐이다". 찰스 다윈이 140여년 전 진화론을 제기하면서 한 얘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유연성을 가진 생물만이 오늘날 지구상에 상존한다. 덩치가 크고 힘센 종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공룡은 뼈와 화석으로만 남아 있다.다윈의 이론은 생물학적 범주를 뛰어넘어 새 밀레니엄을 주도할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으로 떠오른다. 격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는 유연성이 비교우위를 점한다는 학설이 21세기에는 더욱 주목받을 만한 조짐을 보여준다. 명망있는 문명사학자들은 이미 이를 예견하고 있다. 클린턴 미 행정부 1기 내각에서 국방차관보를 지낸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박사같은 이는 군사력과 경제력에 바.. 더보기
<데스크칼럼>폭로정치, 폭로저널리즘 2000-03-17 자유당 정권시절 이승만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한 각료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절묘한 맞장구를 쳤다는 에피소드는 지금도 심심찮게 회자된다. 이 얘기는 윗사람, 특히 최고권력자에 대한 '아부의 극치'의 대명사처럼 통한다. 얼마전 청와대 행사에서 현대판 용비어천가를 부른 고위 공직자가 구설수에 올랐을 때도 '방귀사건'이 한 술자리에서 화제의 안주로 등장했을 정도다."시원하시겠습니다" 사건의 당사자는 이미 고인이 된 이익흥 당시 내무장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매우 그럴듯한 일화는 유감스럽게도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폭로했던 국회의원은 조선시대때 한 내시가 왕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다는 사실(史實)을 들었던 터라 우스갯소리로 지어냈다고 먼 훗날 번복했다는 것이다. 국회속기록에도 그의 해명.. 더보기
<데스크칼럼>어떤 좌절 2000-03-03 정치는 아무런 준비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설파한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론이 한국의 정치 신인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듯하다.며칠전 공천을 반납한 민병철 중앙대 겸임교수와 윤방부 연세대 의대 교수의 사례는 이를 처절하게 반증한다. "정치는 준비가 된 사람이 해야하며 섣불리 뛰어들어서는 안된다". 민교수의 비감어린 경험담이다. 4월 총선 출마 제의를 받은지 하루만에 수락한 자신의 단견과 '현실의 벽'이 그의 회한 한마디에 녹아나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든 것을 돈과 연결짓는 것이 곤혹스러웠다. 고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면역과 이해가 부족함을 절감했다". '6일간의 외도'를 한 윤교수의 경우도 표현만 다를 뿐 좌절의 이유는 흡사하다. 존 스튜어트 밀의 영국 사례는 이들과 .. 더보기
<데스크칼럼>철면피 정치학 2000-01-14 엊그제 발표된 한 유명서점의 신년초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약간은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김용옥 교수의 '노자와 21세기'와 법정 스님의 '오두막 편지'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인 스님 현각의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와 원성 스님의 '풍경'이 나란히 4, 6위에 올라 있다. 불교철학이나 노장사상을 담은 이 책들은 언뜻 보기엔 인터넷, 정보화, 사이버사회 등 첨단주제의 담론이나 시대흐름과는 하나같이 거리감이 있는 것들이다. 나라 안팎에서 희망과 장밋빛 미래를 들먹이며 떠들썩하게 맞은 '새천년의 벽두'라는 분위기와도 어쩐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복잡다기하고 최첨단을 달리는 시대상이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심리가 독서경향에.. 더보기
<데스크칼럼>문건유출 공화국 1999-11-26 옷로비 의혹사건은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반면교사가 된다. 거짓말의 확대재생산 법칙,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공직자의 문서관리수칙이 그것이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흘려들어선 안될 것들임에 틀림없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엊그제 『 저희 부부의 처신이 반면교사가 되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간곡히 희망한다』며 국민 앞에 사죄한 성명서에도 3가지 측면은 어김없이 함축돼 있다.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공직자의 기본의무인 문서관리가 어느 정도 허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전범(典範)이다. 국가 중추기관의 기밀사항이 사인(私人)의 손을 3번이나 거쳐 온국민에게 공개되도록 만든 장본인이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수장(首長)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심장이 멎는 느낌을 받는다. 당시 검찰총.. 더보기
<데스크 칼럼>'거부의 美學' 1999-08-20 이번주 신문 사회면 기사의 백미(白眉)는 단연 두 가지의 반납사건이 아닐까 싶다. 씨랜드 수련원 화재로 아들을 잃은 하키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의 훈장반납과 다일복지재단의 김현철씨 기부금 5억원 반납이 그것이다.똑같은 「거부의 미학(美學)」이지만 그 성격은 사뭇 대조를 이룬다. 앞의 일이 처절한 절규가 담겨 있는 극단적 감정의 표출이라면 뒷 사건에서는 폭염 속에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 같은 시원함이 배어난다. 옥의 티를 지적하는 이들이 없지 않으나 그들의 행동이 시선을 끌기 위한 제스처나 감정의 사치는 아닌 듯하다. 그러면서도 둘 다 국가와 정치권을 향한 분노의 공개적 표현이라는 공통분모와 적잖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두 사례는 「향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냉엄한 거부」를 통한 항의다.. 더보기
<데스크칼럼> 대통령의 언론관 1999-04-07 신문의 역사와 언론 자유를 얘기하자면 영국의 「3 존(John)」을 빼놓을 수 없다. 「3 존」은 「아레오파지티카」의 저자 존 밀턴, 「시민정부론」을 주창한 존 로크,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을 일컫는다.이 가운데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는 서양에서 언론의 자유를 언급한 최초의 책으로 손꼽힌다. 「실낙원」의 저자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밀턴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처음으로 언론 자유의 횃불을 높이 치켜든 인물인 셈이다. 17세기에 영국의회를 향해 언론검열 반대를 외친 그의 숭고한 뜻은 미국의 독립운동과 프랑스혁명 때도 자유주의의 경전(經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 그가 청교도혁명 이후 언론검열관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밀턴의 역설」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밀턴의 영향.. 더보기
<데스크칼럼>공직자들의 '재테크' 1999-03-03 베트남 전쟁의 승패는 군이 아니라 지도층과 공직자들에 의해 결판이 났다는 진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주의 체제하의 북쪽 베트남 지도자와 공직자들의 수범(垂範)이 남쪽 베트남의 부패한 지도층과 국민을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 지도층과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치른 전쟁에서 북쪽 베트남이 승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하노이의 호치민주석 묘소와 생가를 찾는 국민들이 줄을 잇는 까닭은 현장을 찾아가 보면 더욱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그런 베트남의 아름다운 전통은 「도이모이」(쇄신)란 이름아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레 카 퓨 공산당서기장을 비롯한 베트남 지도층 공직자들은 관저(官邸)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사저도 부자동네나 특정지역에 .. 더보기
<데스크칼럼>4강의 공세적 외교 1999-01-13 지난 세기말 이후 한반도 사람들은 어느 한해, 어느 순간에도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네 나라를 일컫는 「주변 4강」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온 적이 없다. 새로운 세기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올해라고 예외일 순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4강의 움직임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따져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까닭은 자명해진다. 수난과 치욕의 역사가 웅변해 주고 있음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이들 4강국이 아직 올해 대외정책을 구체적으로 천명한 것은 아니지만 특징적인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공세적 외교」가 아닐까 싶다. 강대국의 속성이 공격적이게 마련이긴 하다. 그렇지만 탈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을 제외하면 이들 나라가 경제적 측면에서든 국가안보적 측면에서든 방어개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