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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데스크칼럼>문건유출 공화국 1999-11-26 옷로비 의혹사건은 적어도 3가지 측면에서 반면교사가 된다. 거짓말의 확대재생산 법칙,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공직자의 문서관리수칙이 그것이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흘려들어선 안될 것들임에 틀림없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이 엊그제 『 저희 부부의 처신이 반면교사가 되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간곡히 희망한다』며 국민 앞에 사죄한 성명서에도 3가지 측면은 어김없이 함축돼 있다.이번 사건은 무엇보다 공직자의 기본의무인 문서관리가 어느 정도 허술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전범(典範)이다. 국가 중추기관의 기밀사항이 사인(私人)의 손을 3번이나 거쳐 온국민에게 공개되도록 만든 장본인이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수장(首長)이라는 사실에 이르면 심장이 멎는 느낌을 받는다. 당시 검찰총.. 더보기
<데스크 칼럼>'거부의 美學' 1999-08-20 이번주 신문 사회면 기사의 백미(白眉)는 단연 두 가지의 반납사건이 아닐까 싶다. 씨랜드 수련원 화재로 아들을 잃은 하키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의 훈장반납과 다일복지재단의 김현철씨 기부금 5억원 반납이 그것이다.똑같은 「거부의 미학(美學)」이지만 그 성격은 사뭇 대조를 이룬다. 앞의 일이 처절한 절규가 담겨 있는 극단적 감정의 표출이라면 뒷 사건에서는 폭염 속에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 같은 시원함이 배어난다. 옥의 티를 지적하는 이들이 없지 않으나 그들의 행동이 시선을 끌기 위한 제스처나 감정의 사치는 아닌 듯하다. 그러면서도 둘 다 국가와 정치권을 향한 분노의 공개적 표현이라는 공통분모와 적잖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두 사례는 「향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냉엄한 거부」를 통한 항의다.. 더보기
<데스크칼럼> 대통령의 언론관 1999-04-07 신문의 역사와 언론 자유를 얘기하자면 영국의 「3 존(John)」을 빼놓을 수 없다. 「3 존」은 「아레오파지티카」의 저자 존 밀턴, 「시민정부론」을 주창한 존 로크,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을 일컫는다.이 가운데 밀턴의 「아레오파지티카」는 서양에서 언론의 자유를 언급한 최초의 책으로 손꼽힌다. 「실낙원」의 저자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밀턴은 근대적인 의미에서 처음으로 언론 자유의 횃불을 높이 치켜든 인물인 셈이다. 17세기에 영국의회를 향해 언론검열 반대를 외친 그의 숭고한 뜻은 미국의 독립운동과 프랑스혁명 때도 자유주의의 경전(經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 그가 청교도혁명 이후 언론검열관이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밀턴의 역설」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밀턴의 영향.. 더보기
<데스크칼럼>공직자들의 '재테크' 1999-03-03 베트남 전쟁의 승패는 군이 아니라 지도층과 공직자들에 의해 결판이 났다는 진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회주의 체제하의 북쪽 베트남 지도자와 공직자들의 수범(垂範)이 남쪽 베트남의 부패한 지도층과 국민을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 지도층과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치른 전쟁에서 북쪽 베트남이 승리한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하노이의 호치민주석 묘소와 생가를 찾는 국민들이 줄을 잇는 까닭은 현장을 찾아가 보면 더욱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그런 베트남의 아름다운 전통은 「도이모이」(쇄신)란 이름아래 개혁과 개방을 추진하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레 카 퓨 공산당서기장을 비롯한 베트남 지도층 공직자들은 관저(官邸)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사저도 부자동네나 특정지역에 .. 더보기
<데스크칼럼>4강의 공세적 외교 1999-01-13 지난 세기말 이후 한반도 사람들은 어느 한해, 어느 순간에도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네 나라를 일컫는 「주변 4강」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온 적이 없다. 새로운 세기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천년을 눈앞에 둔 올해라고 예외일 순 없을 것이다. 끊임없이 4강의 움직임을 주도면밀하게 살피고 따져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까닭은 자명해진다. 수난과 치욕의 역사가 웅변해 주고 있음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이들 4강국이 아직 올해 대외정책을 구체적으로 천명한 것은 아니지만 특징적인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공세적 외교」가 아닐까 싶다. 강대국의 속성이 공격적이게 마련이긴 하다. 그렇지만 탈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을 제외하면 이들 나라가 경제적 측면에서든 국가안보적 측면에서든 방어개념.. 더보기
<데스크 칼럼> 유럽의 부활 1998-12-18 ”90년대 초반 세계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아시아·태평양시대의 도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순간에도 미국 MIT대의 석학 레스터 서로 교수는 21세기를 유럽이 주도할 것이라고 우기다시피했다. 그는 특히 미국, 일본, 유럽의 경제전쟁에서 승산은 유럽에 있다고 자신있게 주장했다. 서로는 문명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아시아 대륙으로 옮겨 간다는 이른바 「문명서진설(文明西進說)」을 단호히 배격했다. 그는 「세계경제전쟁」이라는 명저를 펴낸 직후인 92년 10월 기자와 인터뷰할 때도 아시아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여러 각도에서 진단하면서 특유의 탁견을 펼쳐 보였다. 유럽의 경제적 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을 당시 그가 유럽의 저력을 그처럼 높이 산 데는 나름대.. 더보기
<데스크 칼럼> 金 대통령의 ‘독일 벤치마킹’ 1998-11-25 특정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목표로 삼아 뒤떨어지는 부분을 개선하는 「벤치마킹전략」이 얼마전까지만해도 지구촌에 유행처럼 번졌다. 주로 기업같은 조직에 먹혀들었던 이 전략이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다소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국가경영이나 정치에서도 이 전략이 원용되곤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가장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싶어하는 나라는 독일이 아닌가 싶다. 김대통령이 모방하려는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우선 독일식 정당비례대표제다. 지역감정을 없애는데 안성맞춤이라는 이유를 내걸고 있지만 국민회의가 불모지인 영남지역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최선의 방편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민의 정부」가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는 「노·사·정 .. 더보기
<데스크 칼럼> 일본의 숙제 1998-10-14 일본이 숨기고 싶어하는 치부(恥部)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일본 정부가 가장 먼저 손 댄 일의 하나가 미군을 위한 국가공인의 매춘조직과 시설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항복 방송이 있은지 불과 3일만인 45년 8월18일. 일본 경시청은 화류(花柳)업계 대표들을 불러 진주군을 위한 위안시설 마련에 관해 협조를 요청한다. 일본 정부는 이날중 내무성 경보국장 이름으로 각 부·현에 「진주군 특수위안시설에 대해서」라는 제목의 무전을 보낸다. 곧 이어 8월28일에는 화류계 업자들에 의한 「특수위안시설협회」가 만들어진다. 이들은 국고보조금을 받아 대대적으로 미군 위안부를 모집한다. 「전후 처리의 국가적 긴급시설, 신 일본여성을 구한다」는 신문광고는 .. 더보기
<데스크 칼럼> 자본주의와 지도층의 위기 1998-09-16 날씨마저 제정신을 잃어버린 요즘 우리는 나라 안팎에서 일어난 가치관의 처연한 일탈(逸脫)장면을 참담한 가슴으로 체험한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입에 담기도 거북스런 세계 최강국 지도자의 성추문과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는 것조차 주저하지 않은 우리네 아버지의 비정한 모습이 그것이다. 두 사건은 가장 원초적 욕망인 성(性)과 돈의 노예가 된 인간의 벌거벗은 원형을 더없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둘은 동·서양 덕목의 동반타락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양을 표상하는 근대적 시대정신인 청교도 윤리와 동양의 대표적인 철학이자 신앙인 유교정신의 몰락을 의미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두 사건은 유행어가 되다시피한 「자본주의의 위기」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공통점을 지녔다. 청교도정신은 .. 더보기
<데스크 칼럼> 犬公과 국회의원 1998-08-05 유권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 때론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근에 있는 조그만 읍인 「수놀」의 주민들은 지난 83년 견공(犬公)을 읍장으로 뽑았다. 사람 읍장에 오죽 넌덜머리가 났으면 그랬을까. 요즘 우리 정치인들을 보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자신을 위해(危害)하지 않는 한 결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 개의 품성에서 암시를 얻은 유권자들이 1회성 시위 정도로 시작했다가 무려 여섯차례나 연임시켰다. 읍장으로 선출된 보스코 보스 라모스란 이름의 이 사냥개가 유권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없이 충직했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4년 전인 지난 94년 천수(天壽)를 다할 때까지 11년간이나 자신의 임무에 일로매진(一路邁進)했다. 비록 인구가 1,0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