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적(餘滴)

[여적] 역설의 정치 입력 : 2007-04-06 18:07:36 1999년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의 콜럼바인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12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이 사건은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을 만들어 한층 더 유명세를 치렀다. 이 영화는 2003년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같은 소재로 극영화 ‘엘리펀트’를 제작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사건을 접한 호주 콴타스항공의 최고경영자 제프 딕슨이 쓴 시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덧붙여 가는 기(奇)현상까지 낳았다. 댓글이 아니라 시 자체를 이어가는 것이었다. ‘우리 시대의 역설(逆說)’이라.. 더보기
[여적] 역발상 시계 입력 : 2007-03-30 18:23:31 “가장 낭비하는 시간은 방황하는 시간이고, 가장 교만한 시간은 남을 깔보는 시간이다. 가장 자유로운 시간은 규칙적인 시간이며, 가장 통쾌한 시간은 승리하는 시간이다. 가장 지루한 시간은 기다리는 시간이며, 가장 서운한 시간은 이별하는 시간이다. 가장 겸손한 시간은 자기 분수에 맞게 행동하는 시간이고, 가장 비굴한 시간은 자기 변명을 늘어놓는 시간이다. 가장 불쌍한 시간은 구걸하는 시간이며,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은 최선을 다한 시간이다. 가장 현명한 시간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시간이고, 가장 분한 시간은 모욕을 당한 시간이다. 가장 뿌듯한 시간은 성공한 시간이며, 가장 달콤한 시간은 일한 뒤의 휴식 시간이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고, 가장.. 더보기
[여적] 따라하기 입력 : 2007-03-23 18:01:17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무척 좋아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유대인인 프로이트는 나치의 모진 박해를 받아야 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 나치를 포함한 수많은 독일인들이 히틀러에게 동조해 프로이트와 같은 유대인 박해와 배척운동에 앞장섰다. 처음엔 히틀러의 생각에 동조할 의사가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 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보면 ‘동조행동’의 하나다. 남들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 불안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의 생각에 동화시키는 심리가 그것이다. 동조심리 연구의 권위자인 클러치 필드라는 동조심을 일으키기 쉬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성향을 분석했다.. 더보기
[여적] 행복학 박사 입력 : 2007-03-16 18:06:17 스위스에서 어떤 노인이 자신의 여든 살 생애를 세부적으로 나눠 계산해 보았다고 한다. 결과는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다.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식사 시간 6년, 혼자 공상하며 낭비한 시간 5년, 담배 피우는 데 1년, 세수하는 데 228일, 아이들과 노는 데 26일, 넥타이 매는 데 18일. 여기에 ‘남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기다린 시간 5년’이 더해진 게 이채롭다. 막상 중요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46시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이처럼 짧은 행복이라는 파랑새를 찾기 위해 도처를 헤매고 갖은 애를 다 쓴다. 돈을 벌면 파랑새를 찾을 수 있을까. 권력을 잡거나 지식을 얻으면 될까. 인간의 이런 노력은 추상적인 ‘행복학’을 어느덧 입증이 가능한 과.. 더보기
[여적] 금지된 사랑 입력 : 2007-03-09 17:58:23 미국 소설가 로널드 토비아스는 ‘금지된 사랑’의 플롯을 여섯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우선 금지된 사랑은 사회 관습에 어긋나 연인들에게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 둘째, 연인들은 사회 관습을 무시하고 열정만 좇아간다. 대개 비극적 결과가 뒤따른다. 셋째, 간통은 가장 흔한 금지된 사랑이다. 간통한 사람은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이거나 안타고니스트(주인공의 경쟁자)가 된다. 배반당한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 첫번째 극적 단계는 두 사람의 관계를 규정하고 사회적 범위 안에서 둘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들이 위반한 금기는 무엇인가? 그들과 주변 인물들은 이를 어떻게 다루는가? 두번째 극적 단계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관계의 .. 더보기
[여적] 죽음의 무게 입력 : 2007-03-02 18:03:24 “죽음은 때로는 태산보다 무겁고 때론 기러기 털보다 가볍다.” 죽음의 무게는 사마천(司馬遷)의 표현대로 때에 따라 편차가 이처럼 크게 느껴진다.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수수께끼 같은 죽음의 무게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과학자들에게도 결코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죽음으로 인해 육체와 분리된다는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학문적 연구결과는 이미 20세기 벽두에 등장했다. 미국의 던컨 맥두걸 박사(1866~1920)는 1907년 과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죽은 뒤 신체에서 빠져나가는 영혼의 무게는 21g이다”라고 주장, 학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다. 맥두걸의 과학적 실험은 인간의 영혼도 하나의 물질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그는 사람이 죽은 뒤 영혼이 육체를 떠난다면.. 더보기
[여적] 길 입력 : 2007-02-23 18:03:59 “나를 키운 건 8할이 길이었다.” 한 여행가는 ‘길 예찬론’을 이렇게 편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라고 읊조린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한 구절을 패러디한 것이다. 여행가가 아니더라도 길을 나서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함께 가는 길이 대개는 즐겁지만 혼자 떠나는 길이라고 외롭지만은 않다. 우리 앞 길에는 수려하고 정감이 넘치는 길과 험난한 가시밭길이 언제나 공존한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야할 때도 많다. 힘겨운 고갯길에서 한숨을 내쉬지만 내리막길에서는 한번쯤 휘파람을 불어본다. 골목길과 고샅길을 지나면 한길이 나온다. 비탈길, 벼랑길, 자갈길을 가면서 때론 주저앉고 싶지만 곧 반가이 맞아줄 포장길과 꽃길을 .. 더보기
[여적] 한족(漢族) 입력 : 2007-02-16 16:47:57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옹정제(雍正帝)는 한족(漢族)에 대한 사상탄압을 가혹하게 한 것으로 악명 높다. 그는 “한족이란 본래 여러 오랑캐 민족이 뒤섞여 형성된 것인데 어찌 저희들만 문명이고 남은 오랑캐라 하는가”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 옹정제는 ‘대의각미록(大義覺迷錄)’에서도 중화사상에 기반한 화이론(華夷論)을 반박했다. 중화와 오랑캐는 상대적인 개념이며 만주족도 중국 황제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 것이다. 중국에 혈연적 단일민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중국에서 한족은 몽골족이 통치한 원나라 시절을 비롯해 이민족의 지배를 받는 통한의 역사를 감수해야 했다. 나관중(羅貫中)이 쓴 역사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는 한족의 한(恨)을.. 더보기
[여적] 하버드 교양필수 입력 : 2007-02-09 18:07:43 ‘하버드대 도서관의 새벽 4시-그들만의 철학 30가지’라는 게 있다. 새벽 4시가 되었는데도 빈 자리가 거의 없는 도서관 열람실 사진과 함께 학생들에게 교훈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생각 서른 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그 가운데 몇 가지는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인생의 전부도 아닌 공부 하나도 정복하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눈이 감기는가? 그러면 미래를 향한 눈도 감긴다’ 마지막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글귀가 장식한다.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마누라(남편) 얼굴이 바뀐다.’ 이같은 ‘하버드대 .. 더보기
[여적] 작은 감동 입력 : 2007-02-02 18:19:00 불경 가운데 잡보장경(雜寶藏經)은 돈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無財七施)를 전해준다. 첫번째는 남의 짐을 들어준다거나 일을 돕는 신시(身施)다. 몸으로 봉사하는 것이다. 그 중에 최고 경지는 물론 자신의 몸을 바치는 사신행(捨身行)이다. 두번째는 마음의 문을 열어 따뜻한 정을 주는 심시(心施)다. 셋째는 다정한 눈길을 주는 안시(眼施)다. 넷째는 화안시(和顔施) 또는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로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을 지니는 것이다. 다섯째 언시(言施) 또는 언사시(言辭施)는 친절하고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해 주는 것이다. 여섯 번째는 자리를 양보하는 상좌시(牀座施)다. 일곱번째 방사시(房舍施)는 하룻밤 묵어갈 잠자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일곱번째로는 굳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