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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마태효과 입력 : 2008-02-22 17:46:47ㅣ수정 : 2008-02-22 17:46:51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 구절은 사회과학자들이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일컫는 ‘마태효과(Mattew Effect)’를 설명하는데 곧잘 인용된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마태효과로 이름 지은 것은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처음이다. 가진 자는 더 많이 갖게 되고 덜 가진 사람은 점점 더 적게 가지게 되는 걸 이 구절에서 착안한 것이다. 마태효과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과학 모든 분야에 관찰되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데 두루 쓰인다. 논란을 빚는 국민소득 양극화 현상과 빈곤의 악순환, 지식·교육 격차, 정보 격차, 영어 격차, 마.. 더보기
[여적]숭례문 잔해 입력 : 2008-02-15 17:51:06ㅣ수정 : 2008-02-15 17:51:11 아프가니스탄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바미안 석불’이 탈레반 군사정권에 의해 파괴된 직후 인근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 잔해를 한두개씩 주워갔다. 그러자 일부 관광객들도 기념품으로 삼겠다며 가방에 챙겨 넣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파키스탄 페샤와르에는 트럭 여러대분의 석불 파편이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문화재를 거래하는 상인들에게 매입 제의가 왔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태평양 조그만 섬나라인 팔라우공화국은 흔히들 문화재라고 여기지도 않는 하찮은 근세 유물조차 소중하게 보존하는 것으로 이름 나 있다. 이 섬나라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동안 남긴 군 병영시설과 전투기 잔해 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 더보기
[여적]사랑 온도 입력 : 2008-02-01 17:36:49ㅣ수정 : 2008-02-01 17:36:54 프랑스의 거장 장자크 베넥스 감독의 영화 ‘베티 블루’의 원제목은 ‘37.2도의 아침’이다. 이 영화는 1986년 3시간5분짜리로 제작됐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주로 120분짜리로 개봉됐다. 한국에서는 89년 외설적이고 너무 길다는 이유 등으로 100분짜리 영화로 상영됐다가 2000년 185분짜리로 재개봉되는 곡절을 겪어야 했다. 원제에 붙은 ‘37.2도’는 여자가 임신할 수 있는 최적의 온도로 알려져 있다. 가장 격정적인 사랑을 나눌 때의 남녀 체온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의 체온인 36.5도보다 0.7도 높은 수치다. 그래선지 국내 상영 때 ‘사랑의 온도’라는 부제가 붙었다. 작가 전경린씨는 ‘30도’를.. 더보기
[여적]중앙은행 총재 입력 : 2008-01-25 18:01:33 혁명의 풍운아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가 쿠바 중앙은행 총재로 일한 것은 한 편의 소극(笑劇)이다. 의사 출신인 그가 중앙은행 총재가 되는 과정에는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피델 카스트로가 어느 날 회의 도중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중에 경제학자(economist)가 있는가?” 그러자 게바라가 손을 번쩍 들었다. 카스트로는 “자네가 경제학자였어?” 하고 되물었다. 잘못 알아들은 걸 알아차린 게바라는 “공산주의자(communist)가 있느냐고 묻는 줄 알았다”며 머쓱해 했다. 하지만 게바라는 쿠바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되고 말았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기 월급을 5000페소에서 1200페소로 깎는 것이었다. 밤을 지새우며 부지런히 일했으나 그의 경제정책이 실.. 더보기
[여적]여류기사 9단 입력 : 2008-01-18 17:53:4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당위성을 홍보하면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한국과 일본 바둑계의 자세를 실례로 든 것은 타당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럴 듯해 보였다.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을 받아들인 한국은 이제 세계 여성 바둑계도 호령하고 있는 반면 반대 여론에 밀린 일본은 여전히 침체 국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는 35세에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여류기사 9단이라는 입신의 경지에 오른 불세출의 철녀(鐵女)이다. 한 국제대회에서 ‘일본 남자 기사들 방에 들어가지 말라’는 훈령을 어긴 루이는 중국 국수전 출전정지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고 고심 끝에 바둑 유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루이는 일본기원 소속으로 기사 생활을 하고 싶었지만 일본 바둑계는 .. 더보기
[여적]기밀 누설 입력 : 2008-01-11 18:34:40 모든 상황이 종료된 뒤 달빛이 교교한 밤이 찾아온다. 이오니아해에 떠있는 요트 위에서 제임스 본드는 본드 걸 멜리나의 가운을 벗기기 시작한다. 멜리나는 본드를 그윽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나지막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인다. “For Your Eyes Only, Darling!” 그리고 나서 두 남녀는 달빛이 은은한 바닷속에서 더없이 달콤한 수영을 만끽한다. 007시리즈 열두 번째 영화 ‘유어 아이스 온리’의 마지막 장면이다. 영화 제목을 직역하면 ‘당신의 눈만을 위하여’다. 당신만 보라는 뜻이다. 본드에게 첫 임무가 주어진 기밀 서류에도 이와 똑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서류의 들머리나 봉투에 이렇게 쓰여 있으면 지정된 수신자가 직접 뜯어 혼자서만 보라는 의미.. 더보기
[여적]흔적 지우기 입력 : 2008-01-04 18:26:10 불가나 도가에선 흔적을 남기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노자는 ‘도덕경’ 도편에서 ‘선행무철적(善行無轍迹)’을 권면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게 잘 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성철 스님 역시 어떤 흔적도 남기려 애쓰지 말라고 설법했다. 모든 건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일 뿐이라며. 조각 마음의 티끌 같은 흔적이라도 흘리지 말라는 경구다. 흔적은 집착에서 생긴다고 한다. 집착은 분별심에서 비롯된다. 분별이 집착을 낳고, 집착은 흔적을 낳는 셈이다. 이같은 성현들의 충언은 속인들이 흔적 남기기에 애달캐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인생이 곧 흔적이다. 태어나는 것 자체가 흔적이고, 살아가는 것도 흔적이다. 사랑도 이별도 흔적이다... 더보기
[여적]익명의 미학 입력 : 2007-12-28 17:59:42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익명’은 긍정보다 부정의 상징어로 비중을 시나브로 높여간다. 웹 2.0이라는 선진 인터넷은 한층 급격한 익명의 다중 중심 시대를 예보한다. 익명성의 개념에 관한 진화는 7~8할이 인터넷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제 익명성은 ‘가상’과 ‘가짜’의 구분도 모호하게 만든다. 그러잖아도 도회 문화는 익명의 외로움이 겨울 낙엽보다 더 쓸쓸하고 처량하게 보이는 세태다. 도시의 익명성은 범죄를 촉발하는 주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영악한 익명의 시대’란 말도 그래서 나온다. 도시 환경은 필연적으로 익명의 타인들이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게도 한다. 현대인은 태양의 서커스 ‘퀴담’이 풍유하듯 길모퉁이를 서성.. 더보기
[여적] 따뜻한 시장경제 입력 : 2007-12-21 18:01:17 차가운 학문으로 인식되는 경제학에서 ‘따뜻한 경제학’이라는 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데는 199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공이 지대하다. 아시아에서 첫번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된 인도 출신의 센은 기아와 빈곤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학의 틀을 확립하는 데 공헌했다. 노벨상금 전액을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을 위한 자선단체 설립기금으로 쾌척해 학문적 소신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그의 학문을 ‘따뜻한 경제학’이라고 명명했다. 휴머니스트 의사 노먼 베순의 말도 ‘따뜻한 경제학’의 긴요성을 웅변한다. “부자들의 결핵이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결핵이 있다. 부자들은 회복되지만 가난뱅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경제학과 병리학은 이처.. 더보기
[여적]육조 거리 입력 : 2007-12-14 18:19:28 중국 역대 왕조의 수도였던 곳에는 어김없이 주작대로(朱雀大路)가 존재한다. 남쪽으로 난 큰 도로다. 황제는 대로 양옆에 관아를 끼고 남면(南面)해 우주의 질서를 현세에 펼친다고 여겼다. 당나라 때 주작대로의 너비는 무려 155m 정도로 장안(長安)의 중축선이었다. 황궁으로 이어진 주작대로 좌우로 108개의 고루거각(高樓巨閣)이 도열하듯 했다. 발해의 수도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에도 장안을 본떠 주작대로를 만들었다. 지금 베이징의 가장 넓은 길 역시 주작대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도나 주요 도시에는 형태가 다르고 연원도 다양하지만 그 나름의 주작대로가 만들어졌다. 파리의 샹젤리제, 워싱턴의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뉴욕의 브로드웨이, 베를린의 운터 덴 린덴, 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