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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영어 실력 입력 : 2006-11-17 18:18:56 사춘기를 지나 외국어를 배우면 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실증된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고 보면 영국 소설가 조지프 콘래드는 특이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원어민이 아니면서도 찰스 디킨스 이래 가장 뛰어난 영국작가라는 명성을 얻게 된 역정은 경탄할 만하다. 그것도 사춘기를 훨씬 넘긴 스물한 살에야 영어를 접한 그였기 때문이다. 폴란드 태생인 콘래드는 양친이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17살때 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4년 동안 견습 선원으로 전전한다. 정식 선원으로 일하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갈 당시 그가 알고 있던 영어 단어는 6개가 고작이었다. 그 때 처음 들은 영어는 선원과 어부들의 말이었고, 눈으로 처음 읽은 .. 더보기
[여적] 고별사 입력 : 2006-11-10 18:15:59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팬들에게 이색적으로 고별사를 남겼다. 조던은 유력 신문에 전면 광고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15년 간의 프로농구(NBA) 생활을 마흔 살로 마감한 그가 고별사에서도 스타 선수다운 상상력을 동원한 것이다. 그것도 ‘사랑하는 농구에게’라는 편지 형식을 빌려 발상의 파격성을 과시했다. “우리집 주차장 뒤편에서 부모님의 소개로 당신을 처음 만난 지 벌써 28년이 흘렀습니다. 당신은 나의 인생이자 열정,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중략) 나의 NBA 인생은 분명히 끝났지만 우리의 관계는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인들의 영웅이자 세계평화의 화신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고별연설은 청중들의 미동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더보기
[여적] 첨단 교도소 입력 : 2006-11-03 18:01:26 풍요와 호화의 상징도시로 자리잡아 가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에서는 교도소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막 위에 낙원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수형자들도 상상을 뛰어넘는 수혜자로 만든다. 2004년에 건설이 시작된 한 교도소는 에어컨, 체육관, 극장, 인터넷, 회의장까지 갖춘 호화 첨단시설을 뽐낸다. 비즈니스 시설을 겸비한 이 교도소는 지능범죄를 저지른 지식인 재소자들을 위해 지은 것이다. 수형생활 중에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파격적인 발상의 주인공은 두바이의 기적을 일궈가고 있는 왕세자 셰이크 모하메드 알 막툼이다. 영국에서도 2년여 전 여성 전용 호화교도소가 등장해 지구촌의 눈길을 끌었다. 칙칙한 교도소의 여성 수감자 자살률이 급증하자 내.. 더보기
[여적] 모정(母情) 입력 : 2006-10-08 18:08:34 펭귄은 모성(母性)보다 부성(父性)이 앞서는 동물로 꼽힌다. 드물게 보이는 현상이다. 남극의 황제 펭귄은 100㎞나 떨어진 오지로 걸어가서 40일 동안 암컷을 기다려 짝을 짓는다. 암컷이 알을 낳은 뒤 수컷은 2개월 이상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알을 품는다. 새끼가 부화할 때쯤 암컷이 찾아와 지키기 시작한다. 먹이를 날라다 기르는 것은 수컷과 암컷이 번갈아 한다. 부성이 더 강하다는 점에서는 토종물고기 버들치도 흡사하다. 수놈 버들치는 알이 부화할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바위 입구를 지킨다. 물속 바위 표면에 달라붙은 알을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한편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수놈 버들치는 그동안 부지런히 지느러미 질을 하다가 기진맥진해서 끝내 죽.. 더보기
[여적] 가을의 전설 입력 : 2006-10-03 17:47:35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 영화는 단연 ‘가을의 전설’이 아닐까. 수채화 같은 대자연의 풍광과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여기에 애잔하게 흐르는 음악. 가히 미국 몬타나 평원을 적셔 놓는 사랑의 대서사시다. 스토리보다 배경과 음악에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카데미상 촬영상을 받은 것만 봐도 알 만하다. 10년도 더 전에 나왔지만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까닭도 아련한 영상미에 있는 듯하다. 여성 팬들에겐 남자가 저렇게 멋질 수 있구나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브래드 피트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으로 손색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그런 만큼 비판적인 눈으로 보는 여성들은 은근히 남성우월주의를 부추긴다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주.. 더보기
[여적] 비목 입력 : 2006-09-24 18:06:06 국민가곡 ‘비목’(碑木)은 제목부터 잔뜩 애잔하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로 시작하는 가사는 시종일관 처연하다. 4분의 4박자인 느린 템포로 이어지는 곡조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비목’이 ‘가고파’ ‘그리운 금강산’과 더불어 3대 애창곡으로 불리는 까닭도 이처럼 애닯은 정감이 한국인들의 한(恨)과 접목돼 있기 때문이리라. ‘비목’의 탄생은 지금부터 4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어느 날, 동족상잔의 전쟁 상흔이 남아 있는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기슭에서 수색중대 소대장인 육군 소위가 사병들과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이끼 낀 돌무덤을 발견한다. 무덤 쪽으로 발길을 옮기던 소대장은 놀라 멈칫했다. 보통 무.. 더보기
[여적] 첫 인상의 허실 입력 : 2006-09-10 18:06:17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젊은 시절 연방수사국(FBI) 직원 채용시험 때 낙방의 쓴 잔을 들어야 했다. 최종 면접 시험관은 29살때 국장이 된 뒤 무려 48년간 닉슨을 포함해 8명의 대통령을 보좌한 신화를 남긴 에드거 후버였다. 낙방 이유는 첫인상이 음울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닉슨이 그때 합격했더라면 훗날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개연성이 높지만 시험에 떨어져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세상을 유혹한 세기의 스타 마릴린 먼로에게서도 흡사한 예화가 전해진다. 먼로는 18살 때 사진모델을 지망했다. 하지만 당시 캐스팅 전문가들은 먼로의 첫인상에 한결같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 모델 에이전시는 “당신은 실무를 배워 비서가 되거나 아니면 결혼하는 편이 낫겠다”고 .. 더보기
[여적] ‘기회의 언어’ 입력 : 2006-08-27 18:20:30 1848년 ‘아테네움’이란 영국 잡지에 이런 글이 실렸다. “영어는 문법 구조가 쉽고 변형이 거의 없다. 자연에 나타나는 성(性) 외에는 성의 구분도 별로 없다. 어미와 보조동사가 간단명료하면서도 장엄함이나 표현의 강도, 풍부함에서 어떤 언어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 모국어는 구조상 세계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저명한 현대 영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이런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애초부터 핵심을 잘못 짚었다.” 크리스털은 미적 가치, 효과적 표현력, 문학적인 힘, 종교적 의미 같은 거창한 것을 국제어의 본보기로 내세우는 다수의 단견을 꼬집는다. 영어에 관한 책만 60여 권을 쓴 그의 탁견(卓見)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역사상 특정 .. 더보기
[여적] 10원짜리 동전 입력 : 2006-08-15 18:23:33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조폐국장으로 일한 것은 일견 부조화다. 천재 물리학자와 돈을 찍어내는 총책이 어울리지 않아서다. 당시 영국 왕립 조폐국은 게으름과 도박의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시중에는 위조 화폐가 부지기수로 나돌았다. 총체적 개혁이 절실했다. 54살이던 1696년 우울증을 앓고 있던 뉴턴은 한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조폐국 개혁의 기수가 됐다. 그는 맨 처음 조폐국의 감사관으로 취직했다. 괴팍한 성격을 지닌 그였지만 일을 깔끔하게 매조졌다. 자연히 명성이 높아져 3년 뒤 조폐국장까지 승진한다. 화폐 개혁도 성공했다. 뉴턴이 화폐 위조범들을 잡아 사형에 처하는 것을 즐겼다는 소문까지 전해 내려온다. 위조하기 어려운 합금 동전을 만들어낸 것도.. 더보기
[여적] 수소 자동차 입력 : 2006-08-06 18:14:45 2003년 6월 유럽연합(EU)은 이번 세기 중반까지 청정 수소경제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담대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이를 미국의 아폴로 우주계획에 비유할 정도였다. 그러자 미국 산업계는 자신들도 유사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유럽에 결정적으로 뒤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사실 부시 대통령은 유럽보다 몇 개월 앞선 2003년 1월 연두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수소경제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수소에 대한 접근법은 유럽과 차이가 크다. 유럽이 환경친화적인 ‘푸른 수소’의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백악관은 환경에 유해한 ‘검은 수소’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 같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