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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인생(5)--참소리축음기·에디슨·안성기영화박물관장 손성목 예부터 강릉 경포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고 한다. 하늘에 뜬 달, 동해 바다에 비친 달, 호수에 잠긴 달, 술잔에 빠진 달, 임의 눈동자에 담긴 달, 이렇게 다섯 개의 달이다. 이곳이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꼽힌 이유도 달밤의 경관이 기가 막힐 정도로 수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풍광명미(風光明媚)한 경포 호숫가에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물관 하나가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움과 정감을 더해준다. 음악과 영화가 곁들여진 박물관이어서 더욱 그렇다. ‘참소리축음기·에디슨·안성기영화박물관’(www.edison.kr)이라는 긴 이름을 지닌 이 박물관을 둘러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상상을 초월해서다. 이곳은 전 세계 축음기와 에디슨 발명품을 소장한 최고의 박물관이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 더보기
역사교과서의 왜곡·편향·자존망대 미국에서 정직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자주 들려주는 일화의 하나가 ‘조지 워싱턴과 체리나무 이야기’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손도끼를 생일선물로 받았다. 워싱턴은 정원에서 손도끼를 가지고 놀다가 아버지가 아끼는 체리나무를 잘라버렸다. 다음날 아침, 워싱턴의 아버지는 화가 잔뜩 나 “누가 체리나무를 베었느냐”며 범인색출에 나섰다. 한동안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워싱턴은 용기를 내어 고백했다. “아버지, 제가 실수로 체리나무를 잘랐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워싱턴을 야단치기는커녕 칭찬했다. “조지, 내가 오늘 나무 한 그루를 잃었지만, 정직한 아들을 얻었구나. 네가 진실을 말하는 것이 나무 천 그루보다 더 소중하단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에피소드를 활용한 실험 결과다..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2)--<우주전쟁> 허버트 조지 웰스 일요일이던 1938년 10월30일 저녁 7시58분, 미국 CBS 라디오에서 드라마를 방송하다 갑자기 뉴스를 전했다.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긴급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습니다. 화성인들의 군대가 뉴저지 주의 한 농장 부근에 착륙했습니다. 화성인들이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도로는 피란민 행렬로 북새통입니다. 미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그러자 뉴욕에서는 공포에 질린 수천 명의 시민이 진짜 피란에 나섰다. 뉴저지 주에서는 “유독가스가 퍼졌다”는 유언비어가 돌면서 20여 가구가 탈출을 시도했다. 피츠버그에서는 절망한 여성이 독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미국 전역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훗날 600만 명의 청취자 가운데 120만 명이 피란길에 올랐다는 통계까지 나왔.. 더보기
중국의 노량작제 전략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고사성어 ‘노량작제’((魯梁作綈)는 오늘날 중국의 대외전략을 이해하는 열쇳말의 하나가 됨직하다. ‘노량작제’란 두꺼운 비단 옷감을 무기 삼아 노량 나라를 제나라 영토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참된 우정을 상징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인 관중(管仲)이 지은 책 ‘관자’(管子)에 나오는 일화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환공(桓公)은 이웃나라 노량 땅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환공은 어느 날 재상 관중(管仲)에게 비책을 물었다. 관중은 전쟁 없이 노량을 차지하는 계책을 세워 아뢰었다. “우선 공께서 먼저 제견(두꺼운 비단 옷)으로 갈아입으신 후 신하들도 모두 입게 하십시오. 그러면 백성들이 따라 입게 될 것입니다.” 제견은 노량에서만 나는 특산품이었다. 관중은 그.. 더보기
추축국 독일·일본·이탈리아의 국격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8년이 지난 지금 전범 추축국(樞軸國)인 독일·이탈리아·일본의 역사인식과 국격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맹성하며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반면, 일본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적반하장의 언행으로 피해자인 이웃나라들에게 끊임없이 패악질을 일삼는다. 이탈리아도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파시스트 독재의 유령을 불러내는 ‘거꾸로 시간여행’이 횡행한다. 세 나라의 모습은 그 나라의 품격과 민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의 만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는 것은 물론 자라나는 세대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지닐 수 있도록 반복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나치를 찬양하거나 유대인 같은 나치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1)-<사회계약론> 장 자크 루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호화·사치생활로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악의적으로 덧씌워진 얘기의 하나다. 혁명세력이 왕실에 대한 불신을 증폭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와 흡사한 말이 프랑스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어떤 공주가 농부들로부터 빵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브리오슈(버터를 듬뿍 사용해 만든 단과자빵)를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는 일화다. 여기서도 공주는 뻔뻔한 여자로 매도되지는 않는다. 공주가 알고 있는 빵이름이 브리오슈뿐이었던 데다 호의로 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루소는 빵이 없으면 와인을 마시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한번은 와인을 마시려는데 빵이 없었다. 그 순간, 루소는 공주의 이 삽화를 떠.. 더보기
디트로이트 파산, 바다 건너 불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파산의 타산지석으로 꼽는 단골 모델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부자동네 오렌지 카운티와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 시다. 유바리 시는 주력업종이던 탄광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관광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겁 없는 시설투자를 하다 과도한 빚 때문에 2006년 6월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유바리 시가 파산한 까닭은 다섯 가지 정도가 꼽힌다. 지역 여건과 관광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물량위주의 사업을 벌인 게 첫 번째 원인이다. 둘째는 시민의 관심은 뒷전인 채 관주도로 개발 사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나카다 데츠지 시장의 24년 장기집권으로 행정의 통제와 수정기능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세 번째 이유다. 여기에 겉만 화려한 지역축제도 한몫했다. 유바리 영화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외화내빈의 영화제.. 더보기
숲이 아닌 나무만 보는 정부고위인사들 고위 정무직 인사에게 필수불가결한 자질과 덕목은 리더십, 종합적인 상황판단력, 도덕성, 전문성이 포함된다. 박근혜정부의 고위 각료와 핵심기관장 가운데는 냉철한 상황판단력과 리더십이 부족한 인사가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인사청문회과정에서 집권여당조차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하고 있을 뿐이다. 내각을 통할하는 정홍원 국무총리는 우선 존재감이 적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했던 ‘책임총리’는 아니더라도 첨예한 사회갈등이 수없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총리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진주의료원 폐쇄사건이나 밀양송전탑 문제처럼 국민의 삶과 밀접하면서도 민감한 현안에 총리가 주도적으로 나서 조정하거나 해법을 모색했다는 얘기가 없다. 그저 해당부처 장관과 공무원들에게 하는 의례..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0)--<상대성이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서기 2146년, 한 우주비행사가 광속으로 우주여행을 떠나 10분을 머물다 지구로 돌아온다. 그 동안 지구에서는 무려 80년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그에겐 지구가 낯설 수밖에 없다. 그가 살던 곳이 엄청나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옛날 걸어본 듯한 길을 되짚어 간다. 그가 도착한 집에는 한 여성이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이 비행사를 2층으로 안내한다. 거기엔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백발노인이 누워 있다. 노인은 비행사를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 그윽한 눈초리로 바라보다 뜨겁게 포옹한다. 백발노인은 우주비행사의 아들이다. 젊은 비행사는 자신보다 훨씬 늙어버린 아들을 보고 어쩔 줄 모른다. 곧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아들은 아버지를 간절히 기다렸다고 말한다. 시간을 테마로 한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 첼로’(T.. 더보기
정부는 진정 필요악인가? 미국 독립운동의 아버지 토머스 페인은 “정부는 최상의 상태에서도 필요악일 뿐이며 최악의 상태에서는 견딜 수 없는 악”이라고 주장한다. 보통사람은 정부가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게 페인의 생각이다. 미국인의 80퍼센트 정도가 연방 정부를 필요악으로 생각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81년 후보 시절에 한 얘기는 한층 강렬하다. “정부는 문제를 푸는 주체가 아니라 정부 자체가 문제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어서 정부가 없으면 정치사상가 토머스 홉스의 말처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될 개연성이 높아 정부를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정부가 필요한 까닭은 약하고 상처 받기 쉬운 사람들을 보살피고 모든 사람에게 정의를 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