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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재입북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탈북자의 남한생활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묘사한 독립영화 ‘무산일기’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받은 16개 상이 입증할 만큼 복잡한 감정을 이입한다. 개성 있는 연출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문제의식, 남한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실감나게 그렸기 때문이다. 병마 때문에 이미 고인이 된 2008년 탈북자의 실화라는 점이 이 영화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전승철의 고향 함경북도 무산(茂山)은 ‘나무가 무성한 산’이라는 뜻이지만 이젠 민둥산으로 전락했고, 서울 역시 그에게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무산’(無山)이다. 이 영화는 박정범 감독이 직접 주연하면서 대학시절 친구였던 탈북 청년 전승철 역을 소화해낸 특별한 영화다. 전승철은 영락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우리와 똑같은 얼굴에다 같은 언어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 더보기
외길 인생(3)-사랑이 꽃피는 밥집 대표 서영남 외길 인생--사랑이 꽃피는 밥집: 민들레 국수집 대표 서영남 이 식당의 간판에는 분명히 ‘국수집’이라고 쓰여 있지만 메뉴에 국수가 없다. 밥과 7~8가지 푸짐한 반찬이 곁들여진 뷔페식이다. 음식 값은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손님은 모두 예외 없이 VIP대접을 받는다. 특이한 식당임에 분명하다. 전형적인 달동네인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화도고개 꼭대기에 자리 잡은 ‘민들레국수집’이 그곳이다. 형식만 보면 노숙자나 불우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소이지만, 내용과 정신은 여느 급식소와 사뭇 다르다. 한 손님이 하루에 여러 번 와서 식사를 해도 문전박대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루 다섯 번 와서 정상적인 양의 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 아주 많게는 하루에 일곱 번 와서 먹은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늘.. 더보기
이정현의 롤모델, 누사덕 중국의 유일무이한 여황제인 측천무후는 3대 악녀로 꼽힐 만큼 잔인무도했으나 용인술이 출중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측천무후가 가장 두려워하면서도 가장 신뢰한 인물이 명재상 적인걸(狄仁傑)이다. 아부라는 말을 모를 만큼 강직한 이가 적인걸이었다. ‘천리마’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걸출한 인재인 적인걸을 추천한 인물은 누사덕(婁師德)이다. 근면하고 충직한 재상으로 8년간이나 일한 적이 있는 누사덕은 대범하기로 이름났다. 두 사람 사이의 흥미로운 일화가 ‘신당서 누사덕전’에 전해온다. 적인걸은 누사덕을 늘 경멸하고 업신여겼다. 그럼에도 누사덕은 적인걸을 재상에 임명하라고 측천무후에게 여러 차례 상주했다. 재상이 된 적인걸은 못마땅하게 여기던 누사덕을 수도 밖으로 몰아내려고 안달했다. 누사덕은 그걸 눈치챘지만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14)--<상식> 토머스 페인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토머스 페인 효형출판 역사에 가정법은 없지만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이 한참 늦어졌거나, 캐나다처럼 오랫동안 영 연방국가로 남아 있었다면 세계역사는 사뭇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독립선언 반년 전인 1775년 말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독립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지도자들조차 완전한 독립을 지향할지, 영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선에서 갈등과 마찰을 마무리할지 우왕좌왕했다.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도 1770년대 초까지는 독립에 반대했으며 벤자민 프랭클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영제국의 호위 아래 정치적 자치와 경제적 번영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군주제와 공화제를 섞은 영국의 정치체제가 최선이라고 여겼다. 영국과 독립전쟁.. 더보기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김영수·추수밭 “간신(奸臣)에도 등급이 있다. 등급은 간행의 정도에 따라 나눈 것이지만, 이는 간신의 생전 지위와도 거의 비례한다. 따라서 황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자리라 할 수 있는 재상의 반열에 올랐던 간신이 남긴 폐해는 다른 등급의 간신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훗날 백성과 역사가들은 역사상 가장 구린내나는 재상급 간신 세명을 꼽았는데, 이를 ‘3대 간상’이라 부른다. 당 왕조 때 ‘구밀복검’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이임보, 송 왕조 때 명장 악비를 죽인 매국 간신 진회, 그리고 명 왕조 때 엄숭이 바로 그들이다. 3대 간상의 간행을 살펴보면 막상막하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지경이다. 나쁜 짓에 무슨 우열이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백성과 나라에 미친 피해를 고려한.. 더보기
파격적인 드림팀을 짜라 1584년 4월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었다. 훗날 청나라를 세운 누르하치는 침소로 잠입하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는 잠자리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 무기를 챙겨들었다. 문 밖으로 나간 그는 굴뚝 옆에 몸을 숨겼다. 번갯불이 번쩍이는 순간 침소를 들여다보고 있는 자객을 발견했다. 누르하치는 벼락처럼 빠른 동작으로 자객을 넘어뜨린 뒤 시위병을 불러 묶게 했다. 시위병들은 그 자리에서 자객을 찔러 죽이려 했다. 누르하치는 순간적으로 자객을 살려주고 그의 마음을 얻어야겠다고 판단했다. 자객에게 “소를 훔치러 왔느냐”고 물었다. 누르하치의 의도를 눈치 챈 자객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시위병들은 죽여 없애야 한다고 고집했다. 누르하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소도둑이 맞는 것 같다”며 자객을 풀어주라고 했다. 그 해 .. 더보기
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보르빈 반델로브 불안은 탁월한 업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유명한 음악가 중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최고가 아니면 견딜 수 없다. 호평을 들으면 불안이 좀 줄어들고, 혹평을 들으면 불안이 심해진다. 그래서 그들은 더 뛰어난 음악가가 되기 위해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독창적인 음악을 생각해낸다. 실패하는 것, 인기가 떨어지는 것, 평범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 작가, 화가, 스포츠 선수, 정치인, 학자를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그의 제자 존 도슨은 너무 심한 불안은 수행능력을 떨어뜨리지만, 적당한 불안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여키스-도슨 법칙에 따르면, 시험이나 강연을 앞두.. 더보기
개성을 시안, 교토처럼 개성(開城), 시안(西安), 교토(京都)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고대국가의 수도였다는 사실이다. 개성은 474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고, 시안은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한 당나라를 비롯해 13개 왕조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교토는 헤이안시대가 열린 794년부터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도쿄(東京)로 천도한 1869년까지 고대 일본의 수도였다. 동아시아 3국의 장구한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이들 고도(古都)는 찬란한 전통과 문화유적으로 먹고 산다. 관광객들에겐 단연 인기도시다. 개성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세 도시가 최근 들어 첨단공업도시로도 부상하고 있는 또 다른 공통점이 시야에 들어온다. 선두주자는 일본의 교토다. 일반인들은 그리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교토는 독창적인 경영모델.. 더보기
포르노그라피는 정치적이다 포르노그라피의 발명/린 헌트 엮음 조한욱 옮김 책세상 (1996년) 잘 하는 것도 많지만 달갑잖은 세계 1위를 많이 보유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자살률, 저출산율, 고령화진행률, 이혼율,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에서 모두 세계 정상을 달린다. 여기에 추가해야 할 게 ‘포르노그라피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나라’라는 불명예다. 2년여 전의 보도이지만 영국 BBC방송이 발행하는 잡지 는 한국을 1인당 포르노그라피에 지출하는 비용이 가장 많은 국가 1위에 올려놓았다. 단테의 에 나오는 7가지 죄악을 얼마나 많이 저지르고 있는지 국가별 순위를 매긴 결과다. 한국은 색욕, 식욕, 탐욕, 나태, 분노, 시기, 오만 가운데 색욕 부분 1위에 등극한 것이다. 포르노그라피는 인간 본능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관음의 .. 더보기
문재인의 숙제 ‘천만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당혹스럽다.’ ‘말투는 물론 얼굴 표정 하나도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 이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그 선거캠프에서 복합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진다. 영화배우 한 사람이 트위터에 남긴 말 한 마디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경청하겠다”는 공식논평을 내놓을 만큼 예민한 촉각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는 게 민주당 대선 캠프다. 배우 유아인이 일갈한 글은 안철수 지지자들의 심경을 정제하지 않은 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비난한 것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만족스럽냐. 권력을 내려놓지 않은 것은 야권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문재인 진영의 인식은 문 후보 등록 기자회견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듯하다. 관건은 문재인 쪽이 모색하고 있는 안철수 쪽과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