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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 혹은 충성심이란 이름의 마약 ‘아부에는 장사 없다’는 속언은 인간의 본성을 관통한다. ‘아부의 기술’이란 책을 쓴 미국 언론인 리처드 스텐걸은 아부를 ‘정치인의 1차 무기’로 치부할 정도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살살 녹는 아부를 바친 것으로 알려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아부만큼 효과가 뛰어난 최음제는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아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여왕을 알현할 때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서양에도 왕의 트림을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아첨꾼이 있었다고 한다. 어떤 대통령이 방귀를 뀌자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며 아부했다는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일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많은 지도자들이 아부하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방증은 숱하..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17)--<노예의 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아버지, 지금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있어요.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요.”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목격한 로렌스 하이에크 박사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프라이부르크대 병원에 누워있던 아버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단 한마디로 받아넘겼다. “거 봐, 내가 뭐랬어!” 아버지 하이에크는 이미 오래 전에 사회주의 몰락을 예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3월23일 세상을 떠나기 직전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과 소련이 무너지는 것을 모두 지켜보았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결단한 덩샤오핑은 1978년 노령의 하이에크를 초청했다. “어떻게 하면 중국 인민을 굶주림에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덩샤오핑의 물음에 하이에크는 이렇게 답했다. “농민들에게 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마음대로 .. 더보기
박근혜 정부 인사의 부정적 파장 시중에는 꽤 오래 전부터 대통령의 등급에 관한 유머가 나돈다. “1등급 : 국민이 좋아한다. 2등급 : 야당도 좋아한다. 3등급 : 여당만 좋아한다. 4등급 : 적국도 좋아한다.” 오늘(25일)로 취임 한달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은 몇 등급에 해당할지 자못 궁금하다. 다수 국민과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조차 위태위태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 가운데 최저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은 44%로 조사됐다. 취임 초 ‘고소영 내각’이란 멍에 때문에 지지율이 추락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50% 이하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건 대부분 낙제점 인사 탓이 크다. 이번 조사.. 더보기
우리를 슬프게 하는 국방장관 후보자 “저는 일평생을 국가안보를 위해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무려 33가지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군 출신답게 당당했다. 안보만 걱정하고 산 김 후보자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바로 다음날 일본으로 온천관광을 떠났다. 이 사건은 북한이 6·25 전쟁 휴전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에 포격을 해온 중차대한 국가안보위협이다. 군인과 민간인 4명이 죽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남북관계도 일촉즉발 위기상황이었다. 그의 증언대로라면 김 후보자는 5박6일 동안 나라밖에서 온천관광을 즐기면서 국가안보를 염려하고 있었을 게다. 예비역 4성장군인 그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국책자문위원회 국방분과위원장이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그는 그해 3월 천안함 폭..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16)--<고용·이자·화폐의 일반이론> 존 메이너드 케인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 타임스는 1929년 1월1일 신년 사설에서 미국 경제의 장래를 장밋빛으로 그렸다. “미국은 지난 12개월 동안 유사 이래 최고의 번영을 구가했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면 새해는 축복과 희망의 해가 될 것이다.” 그 해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당시 미국 최고의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던 어빙 피셔 예일대 교수는 “주가가 항구적인 고원에 올랐다. 미국은 견고한 번영의 길에서 전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예일대 재무처장을 맡고 있던 피셔는 학교 재산을 몽땅 주식에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24일 뉴욕 증권시장의 주식가격이 폭락하면서 세계대공황의 서막이 올랐다. 이른바 ‘검은 목요일’은 거의 모든 자본주의 국가들을 엄청난 경기침체와 대량 실업의 .. 더보기
자책골 경계해야할 새 대통령 1987년 민주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만큼 유리한 정치지형을 지닌 대통령은 없었다. 박 대통령에겐 우선 가장 약체의 야당이 존재한다. 원내의석수에서도 소수지만 제1야당은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진보정당들은 지난해 경선비리와 종북논란으로 분열된 데다 힘이 현격하게 떨어져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여당 내에 견제세력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에다, 야권엔 정치9단이라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 모두 버티고 있었다. 견디다 못해 ‘야합’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3당 합당으로 난국을 돌파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이라는 숙적이 잠시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나 곧 돌아왔다. 당내의 구 민정당계 중진들도 만만한 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합정권에 성공했지만, 대선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15)--<프린키피아> 아이작 뉴턴 사과만큼 인류 역사를 많이 바꾼 과일도 찾아보기 어려울 게다. 어떤 이는 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를 꼽고, 또 어떤 사람은 인류의 운명을 바꾼 네 개의 사과를 들기도 한다. 또 다른 이는 일곱 개의 사과가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최신버전을 제시한다. 일곱 개에는 아담과 이브의 사과, 파리스의 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아이작 뉴턴의 사과, 폴 세잔의 사과, 백설 공주의 사과, 스티브 잡스의 애플 로고 사과가 들어간다.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와 아담의 사과는 원죄의식의 근원으로 작동하면서 기독교 문명을 탄생시켰다. 비너스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뽑게 한 파리스의 황금사과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다. 궁사 빌헬름 텔이 벌칙으로 명중시킨 사과는 스위스 독립전쟁을 촉발한다. 폴 세잔이 그린 정물화 사과는 사물의.. 더보기
법조인의 병역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왜 고위공직자의 아들들은 죄다 신체적 결함들을 가지고 있는지 국민은 궁금할 따름이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이 최근 낙마한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의 두 아들 병역면제 의혹이 불거졌을 때 내놓은 촌철살인의 논평이다. 좀 더 좁혀 보면, 고위 공직후보자로 발탁되는 법조인들의 아들들은 왜 멀쩡하던 신체에 이상이 생겨 군복무를 면제받거나 공익근무로 대체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한 개그 프로그램의 익살처럼 궁금하면 오백 원? 이젠 그걸 궁금해 하는 국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홍원 새 총리 지명자의 아들도 첫 신체검사 때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몇 년 뒤 재검을 받아 디스크(수핵탈출증)로 5급 판정과 함께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박 정.. 더보기
탈북자 재입북 증가, 어떻게 볼 것인가 탈북자의 남한생활을 극도의 리얼리즘으로 묘사한 독립영화 ‘무산일기’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받은 16개 상이 입증할 만큼 복잡한 감정을 이입한다. 개성 있는 연출은 물론 탈북자에 대한 문제의식, 남한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실감나게 그렸기 때문이다. 병마 때문에 이미 고인이 된 2008년 탈북자의 실화라는 점이 이 영화를 더욱 각별하게 만든다. 전승철의 고향 함경북도 무산(茂山)은 ‘나무가 무성한 산’이라는 뜻이지만 이젠 민둥산으로 전락했고, 서울 역시 그에게는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무산’(無山)이다. 이 영화는 박정범 감독이 직접 주연하면서 대학시절 친구였던 탈북 청년 전승철 역을 소화해낸 특별한 영화다. 전승철은 영락없는 이방인의 모습이다. 우리와 똑같은 얼굴에다 같은 언어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지.. 더보기
외길 인생(3)-사랑이 꽃피는 밥집 대표 서영남 외길 인생--사랑이 꽃피는 밥집: 민들레 국수집 대표 서영남 이 식당의 간판에는 분명히 ‘국수집’이라고 쓰여 있지만 메뉴에 국수가 없다. 밥과 7~8가지 푸짐한 반찬이 곁들여진 뷔페식이다. 음식 값은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손님은 모두 예외 없이 VIP대접을 받는다. 특이한 식당임에 분명하다. 전형적인 달동네인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화도고개 꼭대기에 자리 잡은 ‘민들레국수집’이 그곳이다. 형식만 보면 노숙자나 불우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소이지만, 내용과 정신은 여느 급식소와 사뭇 다르다. 한 손님이 하루에 여러 번 와서 식사를 해도 문전박대하지 않는다. 실제로 하루 다섯 번 와서 정상적인 양의 밥을 먹는 사람도 있다. 아주 많게는 하루에 일곱 번 와서 먹은 손님도 있었다고 한다. 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