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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6)--<제3의 물결> 앨빈 토플러 소설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의 회상은 황혼이 깃들어서야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원제 The Third Wave)에서 예고한 ‘정보화 사회’란 말에서 맨 먼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했다고 털어놨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과 겹쳤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안기부’가 국가최고 권력기관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정보라는 말을 놓고 책을 통해서는 ‘토플러의 정보’로 읽고, 현실로는 오웰의 ‘빅 브라더의 정보’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한국엔 전화가 없는 집이 더 많았고, 복사기나 팩시밀리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이.. 더보기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논란 율곡 이이의 초상이 담긴 5천원권 지폐가 1972년 처음 발행되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율곡의 얼굴이 갸름하고 콧날도 오뚝해 서양사람 같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술 부족으로 화폐의 원판 제작을 외국에 맡겨야 했다. 이를 대행했던 영국의 토머스 데라루 사가 은연중에 서양인 얼굴을 닮은 율곡을 만든 것이다. 그렇잖아도 역사적 인물의 동상이나 영정을 제작할 때마다 모습이 차이가 나 물의를 빚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정부는 1973년 선현(先賢)의 동상 건립과 영정 제작 때 표준영정만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윤주영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하는 형식을 취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문화공보부는 ‘동상·영정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 더보기
일본의 극우, 한국의 극우 올해 노벨 평화상 발표를 보고 속으로 가장 기뻐한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닐까 싶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9조’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가 공표한 수상 예측 리스트에 ‘일본 헌법 9조’가 1위에 올라 아베 총리는 내심 걱정이 태산 같았을 게다. ‘일본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면 아베 총리가 떨떠름한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을 것이다. 헌법 9조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가 집권하자 ‘헌법 9조 노벨평화상 수상 운동’을 처음 시작한 한 일본 전업주부가 그를 대표 수상자로 찍어서다. ‘일본 헌법 9조’가 예상 후보 1위에 오른 데에는 이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한 아베의 극우 노선에 대한 세계인의..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5)--<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변호인’에는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What is history?)가 불온서적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검사는 부림사건 피고인들이 소지한 책이 불온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검사는 치안연구소 연구원을 ‘전문가’라며 증인으로 부른다. 이 증인은 “이 책의 전반적 흐름이 유물사관을 띠고 있으며 저자인 카는 소련에 장기 체류한 공산주의자였다”고 진술한다. 이에 맞선 변호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도 이 책을 필독 권장도서로 지정했다. 게다가 카는 영국 외교관으로 소련에 체류했을 뿐이다”며 검사를 몰아세운다. 그는 이어 “영국은 카가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자 자랑스러워하는 학자라고 생각하.. 더보기
권력 해바라기 친일파 후손들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늑약 이후 일제로부터 귀족작위를 받고 떵떵거리며 살았던 인물 가운데 대부분이 노론파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일강제병합의 공로로 일본 귀족작위를 얻은 76명 중 조선 왕실 인사 등을 제외하고, 소속 당파를 알 수 있는 인물은 64명이다. 이 가운데 북인이 2명, 소론 6명, 나머지 56명은 이완용을 비롯해 모두 노론파다. 주로 퇴계 이황의 학맥을 잇는 남인은 한 사람도 없다. 노론파는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조선귀족열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자랑까지 한다. 조선 후기 내내 집권세력이었던 노론파는 권력의 끈을 놓치기 싫어 매국도 서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훗날 독립운동에서도 남인 학맥의 중심지였던 안동지역 인물들과 소론파가 많았던 반면, 노론파에서는 항일운동가가 단 한명도 배출.. 더보기
야릇한 그림과 간첩 혐의 탈북자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는 야릇한 그림 한 폭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 노인이 젊은 여성의 젖가슴을 빨고 있는 모습은 언뜻 외설적으로 보인다. 이 그림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낯 뜨거운 장면에 눈살을 찌푸린다. 하지만 이 그림의 진실을 알고 나면 다르게 보인다. ‘로마식 자비심’(Roman Charity·부제 Cimon and Pero)이란 제목의 이 그림에는 눈물겨운 효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대 로마시대에 ‘페로’라는 효녀가 있었다. 늙은 아버지 ‘키몬’이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이다. 죄를 지은 키몬에게 청천벽력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아무 것도 주지 말고 굶겨 죽이라는 잔혹한 형벌이었다. 딸은 서슬 퍼런 감옥의 간수 때문에 물 한 모금도 아버지에게 들여보낼 수 없었다. 페로는 나날이 쇠약..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4)--<일리아스·오딧세이아> 호메로스 트로이처럼 한 도시가 폐허되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아홉 차례나 거친 도시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트로이 유적지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그 뒤 어떤 역사학자도 수천 년 동안 신화와 전설로만 전해오던 트로이의 비밀을 풀지 못했다. 트로이 유적지의 비밀을 밝혀낸 것은 고대 도시의 존재를 확신했던 아마추어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이었다. 그는 20년 동안 엄청난 재산을 모은 뒤 집요한 추적 끝에 1873년 마침내 유적지를 발굴했다. ‘일리아스’를 길라잡이로 사용한 슐리만은 오늘날 터키 북서쪽에 있는 히사를리크 마을 아래서 트로이를 발견한 것이다. 슐리만이 호메로스에 심취해 트로이 발굴에 나선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더보기
‘물타기’란 이름의 마약 권력은 궁지에 몰리는 사건이 터지면 으레 물타기수법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가 브레이크도 없이 질주하듯 ‘물타기’는 권력게임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물타기 전략은 습관성을 지닌 마약 같다. 손쉽고 효험이 큰 묘약이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에 잘 떨쳐버리지 못한다.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물타기 수법은 틈새를 파고든다. 시간이 흘러 대중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여길 무렵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악역을 자임해 권력의 눈에 들려는 용사가 여론의 화살을 감수하면서 맑은 물에 흙탕물을 뿌린다. 고급 정보를 쥔 검찰,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같은 핵심권력기관도 적시안타를 한두 개씩 때려준다. 여기에다 권력에 우호적인 언론매체가 시누이처럼 거든다. 필요하면 관변어용단체들까지 나서.. 더보기
대통령의 홍보부족 타령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 홍보부족 타령은 조금 유별나다. 언론이 크게 부각하지 않아 일반 국민의 체감온도는 낮지만,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홍보 불만을 쏟아놓는다. 공직사회는 홍보 노이로제가 걸려 있을 정도다. 지난달 중순 출범한 2기 내각에 박 대통령이 특별히 주문한 것도 바로 ‘정책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데 10%의 힘을 기울였다면 나머지 90%는 홍보와 점검에 쏟아주길 바란다.” 임명장을 준 뒤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 때도 홍보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역설했다고 한다. ‘90% 가운데 홍보가 40%, 점검이 50%’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덧붙였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3)--<논어> 공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논어’를 인용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선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논어의 명구절을 빌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미·일 공동성명을 비난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며, 사람을 넓게 사귀되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 미·일 안보조약이 냉전시대의 산물이며 댜오위다오(일본 이름 센카쿠 열도)가 중국에 속한다는 근본적 사실은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역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