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 쌍둥이 미래와 창조. 법적 나이 8개월이 다 되어감. 실제론 더 일찍 태어나 나이에 비해 커 보임. 찾아주시는 분에게는 거액의 사례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엄마가 돌보지 않는 사이에 누가 두 아이를 훔쳐 갔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돈을 요구하지 않는 걸 보면 유괴한 이가 몰래 키우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알 수 없습니다.
미래와 창조는 우리 집안의 소중한 희망입니다. 두 아이가 없으면 우리 가족은 살아갈 기력을 잃어버립니다. 사실 엄마는 두 아이를 우리 집을 포함해 가문 전체를 책임질 수 있는 기둥으로 키우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워낙 원칙과 신뢰의 표징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잃어버린 쌍둥이를 찾을 생각이 없는 듯 합니다. 말은 늘 찾을 것처럼 ‘걱정 마라’고 합니다만 믿을만한 행동은 전혀 보여주지 않네요.
어느 날부터 엄마는 과거와 답습이라는 큰 아이들만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눈치가 빠른 데다 군말 없이 시키는 대로만 하니 오죽 편하겠습니까? 과거와 답습이는 엄마가 잃어버린 동생들을 찾지 않고 자기들만 돌봐주자 신이 났습니다. 과거와 답습이에겐 요즘 후견인도 넘쳐납니다. 이들 가운데 ‘신386세대’라는 할아버지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답니다.
‘신386세대’란 1930년대 전후에 태어나 80살을 바라보고 있으며, 60년대에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부통령’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74) 대통령 비서실장, 최근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 된 홍사덕(70) 전 국회의원,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된 서청원(70) 전 의원 같은 분이 대표적인 인물이지요. 이들과 같은 편이었던 일부 사람들도 뒷전에서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며 혀를 차고 흉을 보곤 합니다.
서 전 의원의 공천은 새누리당이 지난해 총선 때 정치자금 불법 수수 같은 4대 범죄를 저지른 인물을 공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어서 미래와 창조의 엄마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원칙과 신뢰를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것이지요. 젊고 개혁적인 당을 만든다면서 당 이름을 바꾸고 ‘새누리당 디스 공모전’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수군대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난날 유신시대를 떠올리는 공작정치가 판을 치고 있는 것도 과거와 답습이에겐 더없이 큰 우군입니다. 국정원과 물갈이된 청와대가 그 첨병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음지가 아닌 양지로 나온 국정원은 미래와 창조가 여덟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과거와 답습이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청구를 듣습니다. 정보기관이 1년이 넘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의 정치 운동장에 직접 뛰어들어 선수로 활약한 일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들 하지요.
과거와 답습이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조직과 인물이 이곳저곳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학자들이 제국주의 친일파를 찬양하는 역사교과서를 펴내자 일본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보수우파 요미우리신문이 환호작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자필로 국적을 일본이라고 적은 서류가 나온 이승만에 대한 맹목적 숭배자가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습니다.
미래와 창조의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방방곡곡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는 행사와 사업에 앞 다퉈 국민의 세금을 퍼붓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탄식도 들려옵니다. 고인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은 곳은 경쟁적으로 공원과 기념관을 만듭네 하면서 말입니다. 심지어 기념 주막까지 생겼답니다.
참, 지난 주(10월8일)엔 창조 실종을 상징하는 자료 하나가 발표됐죠. 창조경제의 첨병인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정책 수요자인 벤처기업인들이 낙제점을 매긴 것입니다. 이 부처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무려 60.7%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것도 조사 주체가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라는 점입니다.
우리 집은 쌍둥이 보배 미래와 창조를 꼭 찾아야합니다. 엄마가 찾을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 실종 신고 게시판을 보신 분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주세요.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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