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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면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말을 했다는 기록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좋아하는 말에 속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직전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을 때 외에는 이 낱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라는 뜻을 지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수와 기득권층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열쇳말(키워드)이다. 그럼에도 박대통령은 물론 우리나라 보수진영은 이 말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마음속에 켕기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발탁하는 고위 인사들은 대부분 노블레스 오블리주 덕목과 거리가 멀다. 그..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이야기(39)--<1984> 조지 오웰 “2084년 구글은 빅 브라더가 된다.” 뉴욕 타임스는 2005년 구글 어스의 무서운 카메라를 이렇게 풍자했다. 뉴욕 타임스는 당시 2084년 구글의 가상 홈페이지를 그려놓고 사용자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구글이 보여줄 것이라며 냉소했다. 1998년 말에 개봉한 미국 첩보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는 정보통신 테크놀로지의 눈부신 발전이 ‘감시사회’를 탄생시킬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측했다. 강직한 변호사 로버트 클레이턴 딘(윌 스미스 분)의 명대사는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고발한다. “정부가 우리 집 안방까지 침입할 권리는 없다.” “프라이버시는 사라졌다. 안전한 것은 오직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다.” 두 사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착안한 또 다른 경종이다. ‘1984’는 전체주의 비판.. 더보기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인식 간극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원인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소통미흡’이다. 취임 초 첫 손가락에 오르던 인사실패와 순서가 바뀌었지만, 불통(不通)과 인사실패는 무관하지 않다.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 불통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스멀스멀 나온다. 소통에 대한 인식부터 대통령과 국민이 천양지차라는 게 확연해졌기 때문이다. 소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임에도 인식의 기본부터 아귀가 서로 맞지 않는다. 생각의 괴리는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주말 서둘러 발표한 국무총리 교체와 청와대 인사 개편내용에서도 새삼 드러난다. 국민은 대통령이 직접 다방면에 걸쳐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기를 원하지만 대통령은 내각이나 청와대 특보(특별보좌관)를 통해 ‘대리소통’.. 더보기
‘국제시장’ 세대의 추억 vs ‘미생’ 세대의 절망 연말연시를 달구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과 드라마 ‘미생’은 한국 사회의 세대 정서를 표징하는 문화콘텐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념이나 갈등요소를 빼놓고 즐기자는 주문이 많지만, 정치와 사회는 그냥 두지 않는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진영논리나 세대갈등을 부추기지 말자면서 은근히 싸움을 붙이는 시누이 같은 이들도 적지 않다. ‘국제시장’이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해 온 장년들에게 최루성 회억으로 다가가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국인 세대는 위대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 논객이라고 자부하는 한 원로언론인은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했다. “오랜만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띄운 언론인도 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에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이야기(38)--<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한 연구팀이 열다섯 살 난 침팬지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실험을 했다. 동물의 지능적 한계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은 온갖 노력을 기울여 140여개의 낱말을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낱말을 자기 생각에 따라 결합할 수 있도록 수준을 높였다. 그러자 이 침팬지가 맨 처음 표현한 말은 “나를 놓아 달라”는 것이었다. 동물도 무엇보다 자유를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게 이 실험결과다. 인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미국 독립 혁명 지도자 패트릭 헨리의 명언은 침팬지 실험과 상통한다. ‘자유’를 사실상 처음 철학적 원리로 체계화해 세계 지성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는 영국 철학자이자 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다. 그는 ‘자유주의의 가장 위대한.. 더보기
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미국 언론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붙여준 별명은 ‘검은 링컨’이다. 오바마는 21세기 ‘링컨의 부활’이라고 할 정도로 에이브러햄 링컨의 길을 좇는다. ‘노예해방’을 단행한 링컨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하는 시발점이 된 사실을 떠올리면 너무나 당연한 듯싶다. 하지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다. 통합과 관용의 정치철학을 지녔던 링컨의 리더십이 안성맞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게 더 큰 요인이다. 오바마는 링컨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바마가 일리노이 주에서 정치에 입문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취임식 때 링컨처럼 필라델피아에서 ‘통합의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했다. 그는 취임선서 때도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었다. 역대 대..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7)--<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방황하는 나그네여, 여기야말로 당신이 진정 거처할 좋은 곳이요. 여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善),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이 내걸렸던 것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적 유물론과 쾌락주의를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쾌락주의는 방탕이나 환락을 즐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마음의 평정’(아타락시아)과 절제를 좇는다. 부귀영화가 아닌 박애,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아닌 소박한 음식, 색욕보다 우정을 추구한다. 세상의 쾌락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쾌락주의 철학의 역설 같다. 플라.. 더보기
‘내적 소모효과’의 최적 모델, 정윤회 사건 정윤회 씨 국정개입의혹 사건의 전개 양상을 보노라면 게잡이 어부의 바구니 속에 담긴 게들을 연상하게 된다. 게가 한 마리일 때는 쉽게 기어 나온다. 이때는 반드시 바구니 뚜껑을 덮어야 한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 잡아넣으면 뚜껑이 필요 없다. 서로 엉켜 절대로 기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 한마리가 바깥으로 나가려 하면 나머지 게가 집게발을 이용해 밑으로 끌어내린다. ‘게가 엄지발을 떨구고 살랴’는 속담이 있을 만큼 게의 집게발은 강력하다. 다른 게가 출구에 다다를 때쯤이면 또 다른 게가 끌어내린다. 자기만 올라가 살려는 본성이 나타나서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모든 게가 기진맥진해 거품을 내뿜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이 장기적인 공동 이익을 도외시하고 눈앞의 자기이익에만 급급하면 모두가 죽는다.. 더보기
새 교육문화수석에게 기대해도 좋을까? 지난 주 장·차관급 인사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인사의 초점과 논란의 대상이 단연 국가안전처 장·차관과 인사혁신처장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자리에 발탁된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가 교육문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어서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기용하던 인물성향과 다른 점이다. 추천 경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으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공분야와 언행, 대외활동 같은 것들이 주류와 거리감이 있거나 진보적인 성향에 가까워 정권과 코드가 같지 않은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 수석은 미국문학사 외에 미국소수자문학,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대학의 시장화와 .. 더보기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지도자라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평생 잊지 않고 실천한 지도자다. 만델라는 1994년 실시된 남아공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하자마자 지긋지긋한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를 청산하고 흑백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게 조국의 최급선무라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백인 정권과의 투쟁과정에서 처절했던 27년간의 감옥살이는 잊었다. 그는 전환점을 이듬해 6월 자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대회로 잡았다. 럭비는 남아공에서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다. 때마침 남아공과 뉴질랜드가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다. 만델라가 백인 문화의 상징인 럭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럭비대표팀의 별칭 ‘스프링복스’ 유니폼인 녹색·황금색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