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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미국 언론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붙여준 별명은 ‘검은 링컨’이다. 오바마는 21세기 ‘링컨의 부활’이라고 할 정도로 에이브러햄 링컨의 길을 좇는다. ‘노예해방’을 단행한 링컨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하는 시발점이 된 사실을 떠올리면 너무나 당연한 듯싶다. 하지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다. 통합과 관용의 정치철학을 지녔던 링컨의 리더십이 안성맞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게 더 큰 요인이다. 오바마는 링컨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바마가 일리노이 주에서 정치에 입문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취임식 때 링컨처럼 필라델피아에서 ‘통합의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했다. 그는 취임선서 때도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었다. 역대 대..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7)--<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 ‘방황하는 나그네여, 여기야말로 당신이 진정 거처할 좋은 곳이요. 여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선(善), 즐거움이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의 정원으로 통하는 문에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이 문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현판이 내걸렸던 것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에피쿠로스는 원자론적 유물론과 쾌락주의를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쾌락주의는 방탕이나 환락을 즐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마음의 평정’(아타락시아)과 절제를 좇는다. 부귀영화가 아닌 박애, 산해진미(山海珍味)가 아닌 소박한 음식, 색욕보다 우정을 추구한다. 세상의 쾌락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쾌락주의 철학의 역설 같다. 플라.. 더보기
‘내적 소모효과’의 최적 모델, 정윤회 사건 정윤회 씨 국정개입의혹 사건의 전개 양상을 보노라면 게잡이 어부의 바구니 속에 담긴 게들을 연상하게 된다. 게가 한 마리일 때는 쉽게 기어 나온다. 이때는 반드시 바구니 뚜껑을 덮어야 한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 잡아넣으면 뚜껑이 필요 없다. 서로 엉켜 절대로 기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 한마리가 바깥으로 나가려 하면 나머지 게가 집게발을 이용해 밑으로 끌어내린다. ‘게가 엄지발을 떨구고 살랴’는 속담이 있을 만큼 게의 집게발은 강력하다. 다른 게가 출구에 다다를 때쯤이면 또 다른 게가 끌어내린다. 자기만 올라가 살려는 본성이 나타나서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모든 게가 기진맥진해 거품을 내뿜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이 장기적인 공동 이익을 도외시하고 눈앞의 자기이익에만 급급하면 모두가 죽는다.. 더보기
새 교육문화수석에게 기대해도 좋을까? 지난 주 장·차관급 인사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인사의 초점과 논란의 대상이 단연 국가안전처 장·차관과 인사혁신처장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자리에 발탁된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가 교육문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어서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기용하던 인물성향과 다른 점이다. 추천 경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으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공분야와 언행, 대외활동 같은 것들이 주류와 거리감이 있거나 진보적인 성향에 가까워 정권과 코드가 같지 않은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 수석은 미국문학사 외에 미국소수자문학,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대학의 시장화와 .. 더보기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지도자라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평생 잊지 않고 실천한 지도자다. 만델라는 1994년 실시된 남아공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하자마자 지긋지긋한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를 청산하고 흑백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게 조국의 최급선무라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백인 정권과의 투쟁과정에서 처절했던 27년간의 감옥살이는 잊었다. 그는 전환점을 이듬해 6월 자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대회로 잡았다. 럭비는 남아공에서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다. 때마침 남아공과 뉴질랜드가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다. 만델라가 백인 문화의 상징인 럭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럭비대표팀의 별칭 ‘스프링복스’ 유니폼인 녹색·황금색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6)--<제3의 물결> 앨빈 토플러 소설 ‘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의 회상은 황혼이 깃들어서야 날개를 펴기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원제 The Third Wave)에서 예고한 ‘정보화 사회’란 말에서 맨 먼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했다고 털어놨다. ‘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당시 대한민국의 현실과 겹쳤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안기부’가 국가최고 권력기관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이었다. 정보라는 말을 놓고 책을 통해서는 ‘토플러의 정보’로 읽고, 현실로는 오웰의 ‘빅 브라더의 정보’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한국엔 전화가 없는 집이 더 많았고, 복사기나 팩시밀리를 구경하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이.. 더보기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논란 율곡 이이의 초상이 담긴 5천원권 지폐가 1972년 처음 발행되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율곡의 얼굴이 갸름하고 콧날도 오뚝해 서양사람 같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술 부족으로 화폐의 원판 제작을 외국에 맡겨야 했다. 이를 대행했던 영국의 토머스 데라루 사가 은연중에 서양인 얼굴을 닮은 율곡을 만든 것이다. 그렇잖아도 역사적 인물의 동상이나 영정을 제작할 때마다 모습이 차이가 나 물의를 빚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정부는 1973년 선현(先賢)의 동상 건립과 영정 제작 때 표준영정만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윤주영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하는 형식을 취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문화공보부는 ‘동상·영정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 더보기
일본의 극우, 한국의 극우 올해 노벨 평화상 발표를 보고 속으로 가장 기뻐한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닐까 싶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9조’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가 공표한 수상 예측 리스트에 ‘일본 헌법 9조’가 1위에 올라 아베 총리는 내심 걱정이 태산 같았을 게다. ‘일본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면 아베 총리가 떨떠름한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을 것이다. 헌법 9조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가 집권하자 ‘헌법 9조 노벨평화상 수상 운동’을 처음 시작한 한 일본 전업주부가 그를 대표 수상자로 찍어서다. ‘일본 헌법 9조’가 예상 후보 1위에 오른 데에는 이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한 아베의 극우 노선에 대한 세계인의..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5)--<역사란 무엇인가>-E. H. 카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변호인’에는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원제 What is history?)가 불온서적인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공방이 벌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검사는 부림사건 피고인들이 소지한 책이 불온서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검사는 치안연구소 연구원을 ‘전문가’라며 증인으로 부른다. 이 증인은 “이 책의 전반적 흐름이 유물사관을 띠고 있으며 저자인 카는 소련에 장기 체류한 공산주의자였다”고 진술한다. 이에 맞선 변호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서도 이 책을 필독 권장도서로 지정했다. 게다가 카는 영국 외교관으로 소련에 체류했을 뿐이다”며 검사를 몰아세운다. 그는 이어 “영국은 카가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자 자랑스러워하는 학자라고 생각하.. 더보기
권력 해바라기 친일파 후손들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늑약 이후 일제로부터 귀족작위를 받고 떵떵거리며 살았던 인물 가운데 대부분이 노론파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일강제병합의 공로로 일본 귀족작위를 얻은 76명 중 조선 왕실 인사 등을 제외하고, 소속 당파를 알 수 있는 인물은 64명이다. 이 가운데 북인이 2명, 소론 6명, 나머지 56명은 이완용을 비롯해 모두 노론파다. 주로 퇴계 이황의 학맥을 잇는 남인은 한 사람도 없다. 노론파는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조선귀족열전’에서 이 같은 사실을 자랑까지 한다. 조선 후기 내내 집권세력이었던 노론파는 권력의 끈을 놓치기 싫어 매국도 서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훗날 독립운동에서도 남인 학맥의 중심지였던 안동지역 인물들과 소론파가 많았던 반면, 노론파에서는 항일운동가가 단 한명도 배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