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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0)--<이중나선> 제임스 왓슨 “우리가 생명의 신비를 밝혀냈소! 드디어 해냈단 말이오.” 1953년 겨울 끝자락인 2월 21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 근처 이글 식당에 단골 청년이 들어서자마자 들뜬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뒤따라 들어온 다른 청년은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두 사람이 함께 발견한 사실이 중대하기 이를 데 없어 함부로 떠들어대면 위험부담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흥분한 청년은 서른일곱 살의 영국 분자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이고, 멀뚱멀뚱했던 청년은 갓 스물다섯 살의 미국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이었다. 이들이 바로 20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이중나선 구조를 규명한 학자다. 이 발견은 물리학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버금가는 생물학의 .. 더보기
미래세대가 원하는 국정개혁을!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라는 낱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가 이끄는 조직에는 어김없이 ‘미래’란 단어가 들어간다. 2002년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당부터 ‘한국미래연합’이다. 2010년에 띄운 대통령선거용 싱크탱크 이름은 ‘국가미래연구원’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도 ‘미래창조과학부’다. 청와대에도 ‘미래정책수석비서관’ 자리를 신설했다. 현실은 이런 명분적 의지와 정반대다. 박 대통령은 유독 미래세대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그 폭은 훨씬 확장됐다. 가장 최근의 갤럽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긍정 평가도 46%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50%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의 부정 평가는 각각 53%와 .. 더보기
세월호는 김영란법을 애타게 부른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개조론이 절실할 만큼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허점을 발가벗겨 보여줬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기자회견에서도 켜켜이 쌓인 폐단이 자성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적폐들이 시정되어서 더 이상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 총리가 맹성(猛省)한 비리와 나쁜 관행의 심연에는 공직사회의 무책임과 부정부패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썩은 뇌물공화국의 하나로 꼽힌다.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에서 34개 회원국 중 27.. 더보기
뺄셈정치 속의 통일대박론  문득 가정법 질문 하나가 뇌리를 스쳐간다. 남북 통일이 이뤄지면 우리는 15년 안에 북한 출신 대통령(최고지도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공산주의 독재체제의 동독 출신 정치인을 총리로 선택한 독일처럼 말이다. 통일의 낌새도 보이지 않는 터에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물음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는 한 나라의 관용성 척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통일독일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것은 통독 후 15년만의 일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통독 10년째 되던 2000년부터 보수야당이던 기독교민주당 당수를 맡아왔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한 메르켈 총리의 한마디는 매우 시사적이다. “(통일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을 만나게..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9)--<손자병법> 손무 중국에는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 친구가 되지 말고,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싸우지 마라’는 속설이 있다. ‘삼국지를 열 번 읽으면 물 위를 걸어 다닌다’는 신화 같은 얘기도 전한다. ‘30대가 넘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마라’는 경구도 존재한다. 삼국지가 인간 세계의 권모술수와 인생의 모든 것이 농축돼 있는 명저임을 일깨우는 금언이다. 삼국지에 비견되는 격언이 따라다니는 책이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을 천 번 읽으면 신과 통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말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성공한 기업가 중에는 실제로 ‘손자병법’을 천 번 이상 읽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 과거 행적 때문에 낙마한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장관 후보자 김병관 예비역 4성장군의 프로필에서 ‘손자병법을 3백번 읽은 ‘.. 더보기
푸들에게 진돗개 정신을? 푸들은 영리하고 애교만점인 반려견의 상징이지만 정치지도자나 고위공직자의 별명이 되면 달갑잖은 오명으로 표변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푸들 정치인이란 별명의 대표주자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잘도 따랐기 때문이다. 블레어는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그에게는 나라 안팎에서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이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아 있다. 노동당에 우호적인 신문인 데일리 미러조차 노동당 출신 총리인 그를 ‘블레어 총리’(PM Blair)라는 표현 대신 ‘푸들 블레어’(Poodle Blair)라고 썼다. 블레어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당시 이를 의식한 부시가 적극 두둔하고 나섰지만 깊은 낙인이 사라질.. 더보기
인권과 진실보다 더 큰 국익은 없다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의 대명사처럼 됐지만,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의혹도 드레퓌스 사건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간첩혐의라는 본질적 성격은 물론 집권세력의 행태와 사회분위기가 모두 흡사하다. 우선 피고인인 유우성 씨가 한국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탈북자다. 게다가 그는 화교출신이다. 군사 기밀을 독일에 넘긴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당시 프랑스 사회에서 기피대상인 유대인이었던 점과 비슷하다. 단순히 간첩을 잡으려는 의도를 넘어 고도의 정치적 목적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도 유사하다. 프랑스 군부는 진범인 페르디낭 에스테라지 소령 대신 드레퓌스를 처벌해 독일군의 관심을 돌리고 허위 정보를 유포하려는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유우성 씨 사건은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8)--<한비자> 한비 10여 년 전 화제를 모았던 KBS 역사드라마 ‘제국의 아침’에는 고려 광종이 즉위 직후 신료 유신성으로부터 중국 고전 ‘한비자’(韓非子)를 전해 받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개혁군주인 광종은 ‘제왕학의 성전’으로 불리는 ‘한비자’를 읽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참으로 기가 막힌 글이야.” 그는 고려 건국 초기 중앙집권체제와 왕권 강화를 위해 과단성 있는 개혁정책을 펼친다. ‘제국의 아침’이 방영될 무렵 때마침 16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노무현 당선자는 이상수 민주당 사무총장으로부터 ‘한비자’의 한 대목을 유념하라는 충언을 듣는다. “한비자에는 군주가 인사권을 남에게 이양하면 안 되며, 끝까지 인사비밀을 지켜야 신하들이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노 대통령.. 더보기
‘안네의 일기’까지 테러하는 일본인들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한국인이 잘 찾지 않는 곳에도 일본인들은 빼놓지 않고 몰려오는 모습을 어렵잖게 발견한다. 직접 마주치지 않더라도 그들이 대거 다녀간 흔적은 어딜 가나 방명록에 빼곡하다. 예외가 하나 있다.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이 수백만 명의 유대인을 참혹하게 학살한 현장인 아우슈비츠(폴란드 이름 오시비엥침) 수용소가 그곳이다. 독일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며 전율했을 만큼 그곳은 홀로코스트(대학살)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신이 있다면 어찌 이런 만행을 그대로 두고 보았단 말인가 하는 회의감으로 말미암아 신학자들조차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신학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정도다. 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 근교에 자리한 이 역사의 현장을 가장 많.. 더보기
‘비정상의 정상화’는 인사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게 밀어붙인 인사는 모두 실패였음이 속속 실증되고 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가장 상징적인 사례다. 두 인물의 어처구니없는 실패는 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눈’(知人之鑑)이 새삼 채점 받는 계기가 됐다. 박 대통령은 윤진숙을 “모래밭에서 찾은 진주”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그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동안 생뚱맞은 답변과 실없는 웃음 탓에 희화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자질과 업무 능력이 수준미달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보수·진보를 막론한 모든 언론과 야당, 심지어 여당조차 그의 임명 반대를 외쳤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쌓은 실력이 있다고 하니 지켜봐 달라”고 촉구한 뒤 임명을 강행해 버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