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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정상의 비정상화’다 세계 민주주의의 전범(典範)이 되고 있는 ‘자유론’을 쓴 존 스튜어트 밀은 국민 교육의 전부나 대부분을 국가가 장악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교육의 다양성을 주창했다. “전체적 국가 교육은 오직 국민을 틀에 집어넣어 서로 너무나 흡사하게 만들려는 수단에 불과하다. 국가가 국민을 정형화하는 틀은, 결국 국가권력을 장악한 우월한 세력-군주건, 승려 계급이건, 귀족 계급이건, 현재 대중의 다수파이건-이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교육이 효과와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국민의 정신에 대한 압제가 확립되며, 그 압제는 자연의 추세로서 국민의 육체에 대한 압제를 유발한다.” 밀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 ‘자유론’을 출간한 게 1859년이니, 조선 철종 때 통치이념인 성리학과 유교 윤리를 백성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 더보기
박근혜 오바마 대통령 기자회견 비교 “내 언론팀은 항상 말리지만 더 질문하세요. 나는 기자회견을 좋아하고 매일 여러분과 얘기하기를 원합니다.” 지난 6월30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그러고 나서 오바마 대통령은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을 흘끗 쳐다보며 “미안해, 조시” 하고 특유의 장난기어린 말투와 표정을 드러냈다. “저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지난 2년 동안도 민생 현장이라든가 정책 현장이라든가 이런 데 직접 가서 정말 터놓고 이야기도 듣고 제 생각도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 1월12일 청와대에서 1년 만에 처음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소통이 부족하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 더보기
집요한 ‘건국절’ 주장, 이제 접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지난주 주목할 만한 사실이 더 보태졌다.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데다 단발적인 여론조사 결과여서 진보적인 언론조차 거의 다루지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뜻 깊은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이라고 몰역사적인 발언을한데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까지 건국절 제정을 새삼 언급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주 발표한 대한민국 건국 시점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3분의 2에 가까운 64%의 국민이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고 응답했다. 남한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라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1919년 임시정부수립이라는 응답이 모든 지역과 연령층에서 큰 편중 없이 압도적으.. 더보기
포용적 국가라야 도약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은 광복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연하게 시사해 준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포용적 정치·경제제도를 갖춘 나라만이 국민 전체가 번영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걸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노갈레스’라는 도시와 남북한이 대표적인 실례로 꼽힌다. 원래 하나의 도시였던 노갈레스는 남북한처럼 미국 땅과 멕시코 땅으로 갈라졌다. 멕시코 영토였던 노갈레스는 1853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현재의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남서부를 사들이면서 미국 땅과 멕시코 땅으로 나눠지고 말았다. 두 도시의 주민은 남북한처럼 조상과 문화가 같다. 하지만 두 도시는 지금 사뭇 달라졌다. 미국 쪽에 속한 애.. 더보기
믿게 해야 믿는다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해킹 의혹’ 사건의 핵심은 신뢰의 문제다. 사건의 본질은 진실게임이지만,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국정원의 불법해킹 의혹 해명을 믿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탈리아 보안업체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시인했으나 민간 사찰용이 아닌 북한 공작원 감청용이라고 해명했다. 진실규명 작업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모든 게 오늘 오후 발표하는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와 제출자료에 달려 있을 뿐 외부의 검증 수단이 현실적으로 마땅하지 않다.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오늘부터 시작되고, 검찰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이는 축구 경기와 흡.. 더보기
케티 코티와 네덜란드, 그리고 일본 해마다 6월말과 7월초면 네덜란드에서는 ‘케티 코티’(Keti Koti)라는 말이 어김없이 인터넷 인기검색어에 오른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7월1일이 네덜란드가 식민지로 지배했던 남미 수리남의 ‘케티 코티 국경일’이어서다. 이날이 되면 수리남은 물론 2009년부터 네덜란드 전역에서 ‘케티 코티 페스티벌’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날은 수리남인들의 노예해방일이다. ‘케티’는 ‘사슬’, ‘코티’는 ‘끊다’는 뜻이다. ‘케티 코티’라는 말이 상징하듯 여기에는 식민지 수리남의 슬픈 역사가 서려 있다. 악명 높은 네덜란드 농장주 부인에게 잔혹하게 희생된 흑인 노예여성 ‘알리다’의 일화는 치를 떨게 만든다. 18세기 후반 대형 플랜테이션 경영주 스토커트 프레데릭의 부인이었던 수잔나 뒤플레시는 미모가 빼어난 미혼..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4)--<과학적 관리법> 프레드릭 테일러 20세기를 눈앞에 둔 1899년 광활한 북미 대륙 전역에서 철도가 건설되고 있을 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베들레헴제철소에 40대 중반의 남성이 이 회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실험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에게 하루 작업량을 할당한 뒤 이를 초과한 사람에게는 성과급을 주지만,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거나 이를 거부한 사람은 해고하는 일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42킬로그램짜리 철봉을 화차에 실어 나르는 광경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은 하루 75톤의 선철을 짊어져 날랐다. 이는 이전 작업 수치의 여섯 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이틀간의 관찰 끝에 그는 공정 작업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1명당 하루 45톤을 나르는 것이 적절하다.. 더보기
낮은 자세 안 보이는 국가 리더십 단비가 내린 바로 다음날 일찌감치 대통령이 가뭄피해 현장을 찾은 모습은 다소 어색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요일인 어제 오전 최대 가뭄피해지역 가운데 하나인 강화도를 찾아 농민들을 격려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강화도를 포함한 수도권에는 상당량의 비가 내렸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의 양은 프로야구 야간경기가 취소될 정도였다. 강화도 역시 해갈이 될 만큼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에 따라 수도권의 다른 곳에 버금가는 강수량을 보였다. 3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인데다 어제 내린 비가 부족한 양이라니 최고지도자가 농사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광경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 박자씩 늦는 대통령의 언행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한 농민의 말이 흥미롭다. “대통령께서 .. 더보기
치킨호크 ‘법무총리’ 후보자 오늘부터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야누스의 얼굴을 닮았다. 법과 양심의 잣대가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남에게 매서운 원칙을 들이댄 그의 삶은 편법·탈법·반칙투성이로 얼룩졌다. 남들에겐 철저하게 적용하는 애국심과 국가관도 정작 본인에겐 느슨하고 형식논리에 급급하다. 그의 프로필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공직자다. 실제로 그는 준엄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하고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청와대도 그를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운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강요하는 황 후보자는 막상 의심쩍은 병역..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43)--<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인간이 끊임없이 이상향을 갈망한 흔적은 동서양과 고금을 가리지 않고 발견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파라다이스, 고대 그리스의 아르카디아, 그리스 신화의 엘리시움,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변에 있다는 상상 속의 엘도라도, 성경 속의 에덴동산, 불교의 정토(淨土), 중국의 무릉도원이나 낙원,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설정된 티베트의 샹그릴라,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섬 라퓨타,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어떤 이는 이상향을 유토피아와 아르카디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의지가 실현되는 인공적 이상사회다. 이에 비해 아르카디아는 양떼, 산새, 들새와 초원에서 평화롭게 사는 목가적 이상향이다. 동양에서는 요순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