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물타기’란 이름의 마약 권력은 궁지에 몰리는 사건이 터지면 으레 물타기수법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한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가 브레이크도 없이 질주하듯 ‘물타기’는 권력게임에서 제어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물타기 전략은 습관성을 지닌 마약 같다. 손쉽고 효험이 큰 묘약이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에 잘 떨쳐버리지 못한다.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는 물타기 수법은 틈새를 파고든다. 시간이 흘러 대중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고 여길 무렵이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악역을 자임해 권력의 눈에 들려는 용사가 여론의 화살을 감수하면서 맑은 물에 흙탕물을 뿌린다. 고급 정보를 쥔 검찰,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같은 핵심권력기관도 적시안타를 한두 개씩 때려준다. 여기에다 권력에 우호적인 언론매체가 시누이처럼 거든다. 필요하면 관변어용단체들까지 나서.. 더보기 대통령의 홍보부족 타령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 홍보부족 타령은 조금 유별나다. 언론이 크게 부각하지 않아 일반 국민의 체감온도는 낮지만,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홍보 불만을 쏟아놓는다. 공직사회는 홍보 노이로제가 걸려 있을 정도다. 지난달 중순 출범한 2기 내각에 박 대통령이 특별히 주문한 것도 바로 ‘정책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데 10%의 힘을 기울였다면 나머지 90%는 홍보와 점검에 쏟아주길 바란다.” 임명장을 준 뒤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 때도 홍보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역설했다고 한다. ‘90% 가운데 홍보가 40%, 점검이 50%’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덧붙였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3)--<논어> 공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 ‘논어’를 인용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 행실을 믿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살핀다.”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선행되지 않고선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월 논어의 명구절을 빌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미·일 공동성명을 비난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아니하며, 사람을 넓게 사귀되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 미·일 안보조약이 냉전시대의 산물이며 댜오위다오(일본 이름 센카쿠 열도)가 중국에 속한다는 근본적 사실은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역설.. 더보기 불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끝내 낙마한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몰라 쩔쩔매던 모습은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상징하는 듯하다. 배석한 교육부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답변하자, 한 국회의원은 “무신불립의 뜻까지 직원들로부터 답을 얻어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직역하면 ‘믿음이 없으면 설수 없다’는 의미인 이 말은 ‘논어’ 가운데서도 유명한 구절이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자공이 그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하자 공자는 군대라 했고, 또 하나를 버린다면 뭐냐고 묻자 식량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자는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차알디니는 사람들이 승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대상은 대학생들이었다. 그는 미식축구 경기를 보고 나온 학생들에게 경기 결과를 설명해 보라고 주문했다.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자기 대학이 승리했던 경기에 대해, 나머지 절반에게는 패배한 경기에 관해 설명하도록 했다. 이긴 경기를 설명하는 학생들은 “우리가 이겼어요!”라는 등의 표현으로 ‘우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이와는 달리 진 경기를 얘기하는 학생들은 “그들(선수들)이 졌습니다”는 표현을 주로 썼다. 차알디니는 사람들이 승자와는 자신을 연결시키려 하고 패자와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듯 사람들은 ‘패배’를 받아들이기 싫어하고 자기 잘못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주식투자자들이 주..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2)--<상호부조론>(만물은 서로 돕는다);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디지털 선지자’로 불리는 미래학자 돈 탭스코트는 2012년 6월 유명한 TED 강연에서 인터넷이 선도하는 미래를 흥미롭게 갈파했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개방성은 세상이 협동, 공유, 투명성, 권력 분산이라는 네 가지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게 요지다. 진보는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집단 지성의 마법을 역설한 이 강연은 끝부분의 철새 동영상과 이야기가 감동을 더해준다. 수천 마리가 무리지어 날아가는 찌르레기 떼는 상호협력적인 신호체계에 따라 움직인다. 이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을 함께 물리치고 날아가는 방향도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찌르레기 떼에 리더십은 있으나 지도자는 따로 없다. 이 이야기는 110여 년 전 러시아 지리학자이자 아나키스트 혁명가인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이 명저 ‘상호부조론’(.. 더보기 선거민심 오독이 낳은 치명상 민심에 격랑이 일고 있는 까닭은 지도자가 선거 결과를 잘못 읽은 탓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급락한 것은 직접적으론 최근 인사실패의 귀결이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이 6·4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흘린 눈물이 통했다고 여긴 것이다. 기존의 인사 철학을 바꾸지 않은 것도 이런 안이함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심정으로 ‘국가개조’를 다짐했다. 적폐 타파와 국정 혁신은 민심의 지지 없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개혁 추진을 위한 지지율의 심리적 방어선이 40%라고 본다. 그 방어선 붕괴가 눈앞에 다가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 더보기 공직사회의 여의봉 “현행법상 문제없다” 국회의원이 지방의회의원 등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의한다. 국회의원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공직 후보자들로부터 많은 액수의 후원금을 받는 건 윤리와 대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현행법상 문제없다”는 한마디로 논란은 ‘끝’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어들인 것도 ‘전관예우 금지법’을 교묘하게 피해간 결과다. 역시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말로 끝난다. ‘5개월 16억 수임료’는 전관예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이구동성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엔 여론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2011년 정규섭 마산회원구청장이 임기 도중 사임 후 엿새 만에 ㈜..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1)-<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닉, 자네 책일세! 방금 뉘른베르크에서 도착했어. 완성되었네!” 그러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아주 느리게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손은 거의 느낄 수 없는 힘으로 책을 지그시 눌렀다. 그는 몹시 애쓰는 목소리로 말했다. “완성되었군!”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열락(悅樂)의 빛이 창백하고 야윈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완-성-되었어!” 그는 들릴듯말듯한 소리로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했다. 얼마 후 그의 머리가 갑자기 홱 떨어졌다. “돌아가셨습니다.” 방안의 누군가가 조용히 말했다. “죽다니? 아니야, 코페르니쿠스 같은 사람이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 책 속에서 살아 있어!” (코페르니쿠스의 연구실/데이바 소벨, 웅진지식하우스)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는 과학혁명의 .. 더보기 '작은 영웅들의 전당’을 세우자 살만한 세상은 정치 지도자나 고관대작들이 아니라 평소엔 드러나지 않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만든다는 게 세월호 참사에서도 명징해졌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 게,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라고 말했던 아르바이트 승무원 박지영 씨. 결혼을 앞두고서도 자신들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동갑내기 커플 김기웅·정현선 씨.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라고 했던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씨. 더 많은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남윤철·최혜정 교사를 비롯한 단원고 선생님들.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정차웅 군. 이 작은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군상(群像)은 염치와 책임을 바닷물에 던져버린 이들이다... 더보기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