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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새내기 의원들의 빛과 그림자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1대 국회에 첫발을 들여놓은 초선의원들의 ‘처음’은 명암이 엇갈린다. 몇몇 야당의원들은 낡은 관행을 깨고 산뜻한 바람을 일으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열린민주당 소속 초선의원들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표현처럼 ‘거수기’라거나 정부 방패막이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심 대표는 임대차 3법 처리 과정을 보면서 “초선의원 151명(전체의 과반)이 처음으로 경험한 임시국회 입법과정에서 여당 초선의원들은 생각이 다른 야당과 대화와 타협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배우지 않을까”라고 쓴소리를 냈다. 조정훈 시대전환당 의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의원만큼만’이라는 상찬을 얻을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신선미를 풍겼다. 범여권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한 조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 더보기
G7 플러스, D10, 그리고 한국 ‘악수만 하고 끝나는 G7, G20 정상회의는 그만두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10개 나라 회의체 D10(Democracies10)으로 바꿔라.’ 2013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시사주간지 타임이 잇달아 이런 주장을 들고나왔을 때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그때 D10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호주 한국에 유럽연합(EU)을 포함한 것이었다. 한국이 회원국으로 언급됐으나 당시 박근혜정부나 한국 언론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해 6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G7+러시아 정상회의를 앞두고 ‘G8은 잊어라. 이제는 D10시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G8보다 더 단단한 민주주의 동맹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적 갈등이 혼재하는 G8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이유.. 더보기
인권·시민운동 ‘아이콘’이 남긴 숙제 인권과 시민운동의 상징이 맞은 비극적인 결말은 지독한 아이러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은 인권과 시민운동을 빼놓고 호명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변호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암울하고 참담했던 1980년대 인권변호사로서 부천경찰서 권인숙 성고문, 박종철 고문치사 같은 야만적 인권 유린 사건의 피해자 변론을 맡아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섰다. 참여연대·아름다운재단·희망제작소 같은 시민단체를 주도적으로 세워 시민운동의 씨앗을 뿌리고 가꾼 것도 박원순의 몫이었다. 낙천·낙선 운동, 소액주주 운동을 비롯한 혁신적 프로그램은 시민운동의 차원을 높이고 영역을 넓혔다. 3차례 연임한 서울시장으로서도 균형발전 도시재생 복지 등 실질적인 생활 행정으로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그는 평생토록 여성 인권 옹호자로 기억돼왔다... 더보기
공룡 여당의 무한질주 욕망 인류가 출현하기 오래 전 공룡은 지구상의 최고 포식자이자 지배자였다. 4.15 총선으로 정치권의 공룡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초반부터 무한질주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개헌을 빼곤 뭐든지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지녀 ‘거칠 것 없다’는 걸 실증하려는 듯하다. 공룡 민주당은 53년 만에 단독 국회 개원을 강행한 데 이어 눈엣가시 같은 검찰총장 몰아내기의 이빨을 드러내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 내치기에는 설 훈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먼저 총대를 멨다. “제가 윤석열이라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느냐”는 설 최고위원의 언설은 민주당 지도부 최초의 노골적인 사퇴요구다. 설 최고위원은 윤 총장 임명 당시에는 “(윤 후보자가) 돈이나 권력에 굴할 사람이 아니다.. 더보기
이로쿼이족의 7세대 원칙 미국 뉴욕주에 살았던 원주민 이로쿼이 부족 연맹은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7세대 후손을 기준으로 삼았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으면 7세대는 210년이다. 먼 장래를 내다보는 계획을 일컫는 백년대계와 비교해도 차원이 다르다. 지금의 결정이 향후 7세대 후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7세대 원칙’(Seventh Generation Principle)은 이로쿼이 연맹의 독특한 지혜로 회자한다. 이로쿼이 연맹 헌법은 미국 헌법에 지대한 철학적 영향을 미쳤다. ‘모든 사람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미국 헌법의 무계급사회 개념은 유럽에서 유입됐을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이로쿼이에서 본떴다고 한다. 이로쿼이 헌법은 남녀노소, 지위고하, 심지어 동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의 평등을 .. 더보기
공익단체의 비리 의혹과 거듭나기 세계 최대의 자선기금 단체이자 공동모금회의 원조(元祖)인 유나이티드 웨이(United Way)는 1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모범 공익단체이지만 대표 비리 혐의로 한때 엄청난 아픔을 겪었다. 1990년대 초반 윌리엄 아라모니(William Aramony) 회장의 공금 유용, 호화 씀씀이, 고액 연봉 등이 탄로가 나 미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아라모니는 1954년 유나이티드 웨이 평직원으로 출발해 1970년부터 1992년까지 22년간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창의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었다. 1990년 무렵 아라모니가 부인과 이혼한 뒤 10대 여자친구와 호화여행을 다니며 씀씀이가 헤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유나이티드 웨이 이사회와 언론에 투서가 들어가 비리혐의가.. 더보기
코로나 전쟁의 스트롱맨과 여성 지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근육질을 자랑하는 스트롱맨 지도자들에게 굴욕을 한 바가지씩 안겼다. 반면 침착하고 세심한 여성 지도자들에게는 비교적 다소곳했다. 한반도 주변 4대 강국 지도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하나같이 리더십에 균열이 생겼다. 이와 달리 코로나19를 상대적으로 잘 관리하는 나라의 지도자 가운데 여성이 많은 게 두드러진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5월 10일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으로 40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28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미국은 213개 코로나19 발생국 중 압도적 1위를 지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미국은 확진자 130여만명에 사망자가 8만명에 근접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불명예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트럼프의 리더십을 소환한다. 코로나19 첫 발생국인 중.. 더보기
초행길 공수처에 대한 노파심 처음 가는 길은 설렘과 걱정을 함께 안고 떠난다. 이미 있는 길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 가야 하는 길이라면 한결 그렇다. 건국 이래 처음 도입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꼭 그런 느낌을 준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의 숙원이자 검찰 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공수처가 넘겨받아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아보자는 게 도입 취지다. 4·15 총선 결과가 거대여당 탄생으로 끝나자마자 시선이 공수처로 쏠리는 일이 잇따른다. 더불어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 당선자들 가운데 첫 소감으로 검찰개혁부터 선언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당선 일성으로 검찰을 겨냥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라고 .. 더보기
코로나19 이후 재정의 발상 전환 스코틀랜드 정부가 의회 의사당을 새로 짓는데 2년간 4000만 파운드(약 600억원)를 들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5년간 4억 파운드가 들어갔다. 시공회사는 돌발적인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정부 결정권자들은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이 공사에 이미 수천만 파운드를 쏟아부었는데 공사를 그만두면 국민의 신임을 잃고 말 겁니다. 승인해 줍시다.” 얼마 후 비슷한 일이 다시 벌어졌다. 공사를 포기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자 최종 공사비는 애초 산정했던 것보다 10배로 늘었다. 용인 경전철은 ‘세금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은 대표적인 토목 행정실패 사례로 꼽힌다. 사업 초기에 수요를 뻥튀기한 데다 민간업자의 이윤 맞추기 사업으로 추.. 더보기
‘맡겨둔 커피’와 1+1 나눔 운동 유명한 러시아 여행작가 엘레나 코스튜코비치가 이탈리아 나폴리의 작은 카페에 들러 아침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중년 남성 둘이 석 잔의 커피값을 내고 “한 잔은 소스페소”라고 말한 뒤 두 잔만 마시고 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곧이어 들어온 네 명의 여성도 다섯 잔의 커피를 주문하고선 “하나는 소스페소”라고 했다. 궁금증을 견디다 못한 작가가 카페 주인에게 물었다. “소스페소 커피가 뭐죠?” 주인은 잠깐 기다려 보라고만 했다. 어렵기로 소문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러시아어로 옮겨 ‘올해의 번역상’을 받은 작가 코스튜코비치는 카페 주인이 답을 주기 전에 궁금증을 풀었다. 남루한 옷을 입은 한 남성이 들어와 “여기 나를 위한 커피가 있나요?” 하고 묻자 카페 주인은 “네!” 라는 대답과 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