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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무명 선수의 명장 변신이 주는 메시지 스포츠계 명장(名將)들의 선수 시절 이력서를 보면 이름이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유난히 많다. 축구 역사상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박지성을 키운 퍼거슨은 맨유에서 프리미어리그 정상만 13번, 영국 프로축구팀 사상 최초의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을 비롯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선수 퍼거슨은 감독 퍼거슨에 비해 보잘것없다. 스코틀랜드의 수준 낮은 퀸스파크팀에서 데뷔한 그는 글래스고 레인저스로 이적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밀려났다. 끊임없는 공부와 특유의 지도력으로 세계적인 명장의 반열에 오른 그는 파리목숨 같다는 감독으로 맨유에서만 무려 27년 간 명성을 이어가다 72세에 용퇴했.. 더보기
문재인 정부 위기관리와 ‘우생마사’ 문재인 정부의 현 상황에는 ‘사면초가’라는 표현이 그리 무리하지 않다. 내우외환이 겹치는 정도를 넘어 더 높이 쌓여가는 형국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의 둔화는 7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낳았다. 위기에 처한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기업들이 선택을 강요받아 설상가상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세계 교역랑의 감소 추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길한 조짐마저 어른거린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세로 돌아서 1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는 사실이 위기의식을 부추긴다. 설비투자가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통계는 낙관적이지 않은 경제의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은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같은 소득주소성장 정책의 수정을 끈질기.. 더보기
자원의 저주, 풍요의 역설 최선진국으로 손꼽히는 노르웨이와 싱가포르의 공통점은 독립할 때 국토 대부분이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이다. 노르웨이는 스웨덴으로부터 독립할 당시만 해도 북유럽에서 가장 살기 힘든 나라였다. 노르웨이 국가(國歌)에도 이를 상징하는 가사가 담겼다. ‘그래, 우리는 이 땅을 사랑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이 땅을. 바위가 많고 파도 속에 깎여 나갔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집이 되는 이곳을~’. 전 국토의 5%만이 경작할 수 있는 땅이어서 1905년 독립 직후엔 임업과 어업이 중심이었다. 지금이야 정보통신기술(IT), 종이, 가구, 실리콘 합금, 기술제품들이 주요 산업인데다 산유국을 자랑하게 됐지만, 지도자와 온 국민의 각고면려(刻苦勉勵)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마침내 여러 면에서 스웨덴을 역전하기에 이르렀다... 더보기
통합적 사고가 아쉬운 문재인 정책 비둘기가 국민적 애물단지로 변한 일은 정부 정책의 낭만적 단견을 보여주는 상징의 하나다.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들뜬 정부는 평화와 희망의 의미를 가득 담아 외래종 비둘기를 전국으로 날려 보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때 각각 3000마리의 비둘기가 방사됐다. 당시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숫자를 생각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둘기를 날리는 행사는 1985년부터 2000년 사이 모두 90차례나 열렸다. 그러자 비둘기의 개체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도심 속은 물론 제주도까지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급기야 2009년에는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유해야생동물로 낙인이 찍혔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는 통합적 사고의 결여에서 비롯됐다. .. 더보기
‘솔로몬의 역설’과 조국 수석 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지혜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실패는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꼽힌다. 그의 성공은 번성기를 누렸던 외양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아이의 진짜 엄마 찾아주기 판결 일화에서 보듯이 그는 출중한 슬기로 나라의 기초 질서를 세웠다. 빼어난 경영 마인드로는 막대한 국부를 쌓았다. 전국을 요새화해 외침의 공포를 차단했다. 탁월한 외교적 수완과 리더십으로 국제 질서까지 다졌다. 이만하면 뭘 더 바랄 게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권력과 웅장하고 화려한 왕궁은 실패의 지름길이었다. 위대한 치적이 외려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원흉이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솔로몬의 실패 원인을 우상 숭배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지목하지만, 세속에서 보면 자기 문제에 대한 판단력 결.. 더보기
트럼프의 협상 주특기 '정박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 협상에서도 사업가의 주특기를 영리하게 써 먹는다. 그 가운데 ‘정박효과(anchoring effect)’는 값을 흥정할 때 무시로 등장한다. 부동산 재벌이기도 한 트럼프는 돈 많이 버는 비결을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건축 의뢰를 받으면 언제나 가격에 5000만 달러나 6000만 달러 정도를 더 붙입니다. 고객이 75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될 것 같다고 말하면, 나는 1억2500만 달러 정도 들 것이라고 하곤 실제로는 1억 달러에 짓습니다. 치사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박효과’는 닻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맨 처음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을 해 이후의 판단에 .. 더보기
‘지성의 비관·의지의 낙관’ 이탈리아 혁명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투쟁 정신인 ‘지성의 비관, 의지의 낙관’이 지금이야말로 절실해 보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여전히 접점이 잘 보이지 않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절망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맞서 감옥에서 싸운 그람시는 동생 카를로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란다. 어떤 상황이건 나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내가 비축해놓은 의지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단다. 나는 절대로 환상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일도 없어. 나는 언제나 끝없는 인내심으로 무장되어 있단다. ”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쓴 사람은 그람시 석방운동에 앞장선 프랑스.. 더보기
상습 오염 정치 언어의 정화 영국 출신 유럽의회 의원이 2010년 3월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막말을 퍼부었다가 3000유로(약4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벌금 액수는 의정활동비 열흘치였다. 의회 정치의 선진국인 영국의 국회의원 막말금지 규정은 오래 전부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나지르 아프매드 노동당 소속 상원의원은 2012년 파키스탄 테러범에 대해 1000만달러 현상금을 내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오바마에게 1000만 파운드 현상금을 걸겠다”고 말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가 자신을 공격하는 야당 의원에게 영국 정치사상 가장 모욕적인 발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수위로 반격해 화제가 된 걸 한국인들이 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존경하는 의원님께서 내가.. 더보기
민주주의 위협하는 극우세력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강국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더구나 식민지 시대를 겪은 나라로서는 대한민국이 독보적이고 경이적이라고 자평한다. 국제사회도 인정한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 대열에 일곱 번째로 진입했다. 2018년 총수출액도 6000억 달러로 세계 5위다. 국내총생산(GDP)은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167나라 가운데 21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2018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미국(25위), 일본(22위)보다 앞선다. 부끄럽지 않을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짙어졌다. 30년 넘게 곡절을 겪으면서 진전시켜온 민.. 더보기
누군가 죽어야 법 만드는 나라 요즘 들어 대한민국은 ‘네이밍법’ 나라 같다. 정식 이름이 따로 있지만, 홍보 효과나 주목도가 높다는 이유로 특정인의 이름을 딴 네이밍법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무고하고 억울한 누군가의 죽음이 선행돼야 법이 생기는 나라처럼 됐다. ‘김용균법’, ‘윤창호법’, ‘임세원법(안)’이 그렇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태완이법’ ‘최진실법’ ‘신해철법’ ‘유병언법’ 같은 특정인 사후 네이밍법을 여럿 가졌다.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딴 법은 대개 세 부류로 나뉜다.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법, 가해자의 이름을 붙인 법, 피해자의 이름을 붙인 법이다. 줄 잇는 특정인 사후 입법은 달라진 사회 인식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위험 사회에 무심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김용균법’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