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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공정한? 착한? 입지전적? 대통령

 차기 대통령 선거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정치지형으로 치러질 것 같다. 정권교체 깃발을 든 야권의 유력 장수들은 현 정부에서 마지막 복무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도전을 선언했거나 조만간 공식 선언할 유력 주자들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크건 작건 재임 중 현 정부에서 핍박받거나 대립한 이미지로 각인된 인물이다.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높거나 기대가 큰 유력 주자들이지만, 차근차근 준비한 후보가 아니라 속성과외로 합격증을 받으려는 수험생 같은 모양새여서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세 후보자 모두 자기 분야에서는 상당 수준의 경험과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국가 경영의 최고책임자로 충분조건을 갖췄는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정부에 맞서 공정과 헌법·법치를 바로세울 인물로 현역 시절부터 부각돼 온 게 가장 큰 현실적인 자산이다. 그 자신도 대선 출정식에서 국민의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소임을 맡으려 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시대정신으로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인 듯하다.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공정한 지도자라는 상징성이 제값으로 매겨지길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복잡다단하기 그지없는 나랏일을 충분히 처리해 낼까 하는 염려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최 전 원장은 ‘착한 사람’ 이미지가 최대 자산이다. ‘미담 자판기’라는 별명이 모든 걸 말해준다. 고등학교 시절 다리가 불편했던 친구를 등에 업고 졸업할 때까지 등하교시켜주고, 대학 시절과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뒤에도 친구를 업고 다닌 일화는 널리 알려져있다. 낳은 아이가 둘 있음에도 다른 두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따뜻한 마음도 추가점수를 따기에 안성맞춤이다. 6.25 전쟁 참전용사인 부친과 병역 모범가족으로 불리는 애국심도 큰 강점임이 틀림없다.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 입당 이틀째인 지난 17일 첫 공개일정으로 쓰레기 청소 봉사활동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쯤에서 착하면 나라의 지도자로 충분할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흙수저 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정책면에서 단연 높이 평가받는 전문가다. 상고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면서 미국 박사학위까지 받고, 이명박·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에서 두루 고위 관료로 활약한 것으로 그의 능력을 입증한다. 정부에서 물러난 뒤 아주대 총장을 지내면서 자신만의 국가비전을 설파해 온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늘(19일) 국가비전을 담은 ‘대한민국 금기깨기’라는 저서 발간을 계기로 사실상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김 전 부총리는 정치적 리더십 증명이 가장 큰 과제다.


 차기 한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 가운데 국제감각과 역사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첨예한 미중대립 속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이뤄내는 동시에 선진 복지국가를 탄탄하게 다지는 과업은 지난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잘한 대통령으로 꼽힌 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먼저 자신이 이끄는 나라를 완벽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역사의 조류 속에서 나라가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를 깨닫고, 그 바탕 위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결집해야 하죠. 둘째는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더 번영된 나라와 세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의 지도자는 국가안보 경제 정보기술 금융 문화 기후환경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 분야에서 발생한 이슈를 내부 변수로만 대처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한 분야 전문가의 처방만으로는 낭패하기에 십상인 일이 자주 목격되고 있는 걸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지만, 치명적인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국가 리더십의 요체다.


 통합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어야 최고 지도자로 적합하다. 미래의 상황을 한두 분야만으로 판단해 큰 그림을 놓치는 사례는 나라 안팎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많은 국가에서 편협한 사고의 전문가들이 여전히 자주 외교정책을 입안하고 분석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들이 일부의 그림을 그리라면 완벽하게 능력을 발휘할 사람들이다. 그러나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6월 30일 미국 C-SPAN 방송이 정치학자 역사학자 142명에게 의뢰해 미국 역대 대통령 44명을 평가한 결과, 준비 안된 도널드 트럼프 직전 대통령이 행정 능력과 도덕적 권위에서 꼴찌인 44위, 외교는 끝에서 두번째인 43위를 차지한 사례는 직접 눈으로 본 교훈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