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톺아보기-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정치 ‘괴로운 사람은 편안하게, 편안한 사람은 괴롭게’(Comfort the afflicted and afflict the comfortable). 미국 언론계의 유명한 격률 가운데 하나다. 19세기 말 시카고의 언론인이자 유머작가인 핀리 피터 던(1867~1936)이 가상인물 ‘미스터 둘리’의 이름을 빌려 ‘신문의 임무’를 이렇게 규정했다. 이 말은 언론계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실천적 잠언으로 여긴다. 기자·가톨릭 여성운동가였던 도로시 데이(1897~1980)는 이 말을 평생 실천에 옮긴 것으로 명성이 높다. 노트르담대학교는 데이에게 레테르 훈장을 수여하면서 "일생 동안 괴로운 사람은 편안하게 해주고 편안한 사람은 괴롭게 했다"라고 칭송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잠언을 철학으로 삼는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더보기 유라시아주의와 대서양주의의 충돌 재편 전쟁은 곧잘 시대전환을 불러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예외가 아니다. 벌써 탈냉전 이후 30년간 지속했던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분열 시대가 도래하면서 대규모 경제블록화가 세계화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뚜렷한 변화는 러시아의 유라시아주의에 맞서는 대서양주의의 부활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서양주의는 북미와 유럽이 정치·경제·안보 문제를 통합해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 법치와 같은 공통가치를 지키는 정치철학이자 전략이다. 대서양주의의 핵심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있다. 소련 해체 이후 대서양주의는 느슨해졌다. 유럽 국가들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지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이런 유럽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 더보기 ‘21세기 차르’ 푸틴의 야욕·오만·오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환상은 소련의 부활이다. ‘21세기의 차르’ 푸틴은 소련 영토 일부만이라도 영향권에 두거나 사실상 되찾고 싶은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침공도 그런 야욕에서 비롯됐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탈군사화·탈나치화하려는 목적일 뿐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댄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무력화와 우크라이나 현 정권 축출을 의미한다. 닷새 만에 거의 무조건 항복으로 끝낸 조지아 침공, 크름(크림) 반도 강제 병합 등으로 야금야금 재미를 본 푸틴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그러자 푸틴이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늦어도 일주일 정도면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축출하겠다던 푸틴의 계획은 2주일이 가까워져 오지만 .. 더보기 MZ세대 플렉스 문화 열풍의 명암 오늘 나 플렉스해버렸지 뭐야.‘ ’용돈 모아 플렉스!‘ 2030 MZ세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플렉스‘란 말이 홍수를 이룬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는 ’영앤리치(젊은 부자)의 플렉스‘ ’하루에 1500만원 다 썼습니다‘ 같은 글이 명품 사진·영상과 더불어 심심찮게 올라온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플렉스(flex)가 명품과 돈 쓰는 것을 자랑하는 의미로 쓰인다. 플렉스는 영어로 ’구부리다‘라는 뜻이지만 1990년대 미국 힙합문화에서 ’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말은 원래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한 자신의 삶을 자랑할 때 많이 쓰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염따, 기리보이 같은 MZ세대 래퍼들이 노랫말에 자주 사용하면서 유행에 이르렀다. 최근 설 연휴.. 더보기 국정 의제로 떠오른 ‘국민총행복’ ‘행복’을 국정이나 정책 의제로 삼는 것은 자칫 ‘뜬구름 잡기’라는 도마 위에 오르기 쉽다. 행복은 누구나 얘기하지만 손으로 잡을 수 없는 추상명사인 데다 측정기준도 천차만별이어서다. 그래선지 오랫동안 선진국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의외의 복병으로 히말라야산맥 속에 자리잡은 인구 70여만명의 작은 왕국 부탄이 있었다. 꼭 50년 전인 1972년 지그메 싱계 왕추크 국왕은 ‘국민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전통적 가치를 보존하는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경제’를 국정 목표로 삼았다. 그는 후생지표를 ‘국민총행복’이라고 이름 지었다. 국민총행복지수(GNH)는 총체적인 행복과 후생수준을 평가하는 9가지 요소로 이뤄졌다. 심리적 안정, 건강, 시간 활용, 행정체계, 문화 다양성, 교육, 공동체 활력, 환경, 생.. 더보기 공수처 1년, 넘치는 의욕 민망한 실력 1년 전 문재인 대통령은 더없이 흐뭇해했다. 필생의 숙원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첫발을 내디뎠을 때였다. 문 대통령은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공정하고 부패없는 사회로 이끄는 견인차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이 중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공수처장도 화답했다. “인권친화적 수사기구가 되는데 초석을 놓아 국민 신뢰를 받는다면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도 변화할 것이다.” 1년 후 공수처는 "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하는 비판에 직면했다. 검찰개혁의 핵심 치적이라던 공수처가 어쩌다 존재이유를 찾기 어려운 애물이 됐나 싶다. 탁월한 수사능력, 정치적 중립, 인권친화적 수사는 공수처가 갖춰야 할 3박자다. 공수처 1년 성적은 세가지 모두 과락 .. 더보기 죽음이 낳는 정치적 숙제 ‘죽을 때는 괴테처럼.’ 독일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죽음을 맞았다. 1832년 3월 22일 오후 1시 반쯤, 여든세살이던 괴테는 바이마르에 있는 저택 집필실에서 글을 쓰다가 피곤을 느꼈다. 그러자 지팡이를 짚고선 집필실 옆 작은 침실의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오른손으로 허공에다 W자를 그렸다. 곧이어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괴테의 만년 비서이자 절친한 동료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은 괴테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남겼다. ‘평안한 기색이 고귀한 얼굴 전면에 깊이 어려 있었다. 시원한 그 이마는 여전히 사색에 잠긴 듯했다.’ 중국 전한시대 역사가 사마천은 죽음에도 무게가 있다고 했다. ‘태산 같은 무게의 죽음이 있는가 하면 기러기 깃털의 무게밖에 안되.. 더보기 낡은 지도로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없다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단연 눈길을 끈 인물은 대만의 오드리 탕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이었다. 성 소수자인 탕 장관(40)은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의 아이콘이자 대만 디지털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차이잉원 총통 대신 참석한 탕 장관은 화상으로 110개국과 대만의 모범적인 디지털 플랫폼 민주주의 경험을 나눴다. 대만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167개국의 민주주의 상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2020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1위(전년 31위), 아시아 1위에 올랐다. 대만 민주주의의 약진은 탕 장관 덕분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 정치 경력은 물론 공직 분야 경험도 전혀 없는 35세 ‘화이트 해커’ 출신 .. 더보기 ‘표준’이 돈·권력·무기인 시대 역사는 표준화 과정이자 표준 쟁탈전이기도 하다. 표준을 만들고 확립하는 자가 권력과 돈을 거머쥐었다. 권력자들은 자연스레 표준에 집착했다. 이제 누구나 표준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표준은 심지어 무의식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표준은 자의적이든 강제적이든 사회적 합의로 이루어진 통일 규격을 의미한다. 표준을 통해 치수·용어·사물·서비스·관행에 이르기까지 의미와 결실이 한결 명료해진다. 모든 나라의 표준어는 국가의 지배와 권력체계를 상징한다. 한국에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는다. 경제와 과학기술 역시 표준을 거쳐 발전한다. 근대화의 핵심에 표준화가 있었던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특징인 대량생산체제는 표준화가 낳은 결실이다. 중국.. 더보기 로마 황제 자리도 돈으로 샀다지만 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돈으로 샀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19대 로마황제 자리는 오늘날 유권자에 해당하는 1만명의 근위대 병사에게 줄 돈을 더 많이 써낸 후보가 차지한 일이 일어났다. 2세기 무렵 온갖 특권과 돈으로 근위대의 충성을 유지했던 황제들 때문에 근위대는 더없이 부패했다. 세습제가 아닌 로마제국에선 황위에 오른 뒤 근위대에 즉위 하사금을 주는 게 관례였다. 서기 193년 18대 황제 푸블리우스 헬비우스 페르티낙스를 시해한 황실 근위대는 다음 황제 자리 경매 공고문을 벽에 붙였다. 그러자 두 후보가 나섰다. 전임 황제 페르티낙스의 장인 플라비우스 술피키아누스와 전직 집정관이자 부유한 원로원 의원 디디우스 율리아누스였다. 승자는 근위병 1명당 7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6250데나리우스(3억원 상당..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