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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미국 최악 대통령의 반란적 퇴장 ‘민주주의 맹주’인 미국 역사상 최악 대통령으로 제임스 뷰캐넌(15대, 1857~1861), 앤드루 존슨(17대, 1865~1869)과 워런 하딩(29대, 1921~1923)이 꼽힌다. 세 사람은 평가기관에 따라 순서가 다소 바뀌지만 거의 어김없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 뷰캐넌과 존슨은 공교롭게도 부동의 최고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전임자와 후임자다. 가왕 조용필 바로 앞뒤에 노래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와 같은 불운아여서가 아니라 실제로 무능한 지도자였다. 뷰캐넌은 노예제 옹호하고 나라를 분열시켜 남북전쟁의 도화선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민주당 소속 부통령이었던 존슨은 공화당 대통령 링컨이 암살되자 대통령직을 자동 승계해 유일무이하게 선거 없이 정권교체를 한 인물이다. 존슨은 의회권력을 쥐고 있던 공화.. 더보기
방역·경제 모두 1위 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모든 나라가 방역에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도 경제 방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 방어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마리 토끼잡기에 견줄 만큼 지난한 과제다. 대만은 올해 주요국 가운데 두가지 모두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경이적인 나라다. 방역 모범국 대만에서 8개월여 만인 지난 22일 처음 지역감염자 1명이 발생해 엄청난 뉴스가 됐다. 대만은 27일 존스홉킨스대 집계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 780명, 사망자 7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해외 유입자다. 대만은 확진자 5만6872명 사망자 808명인 한국의 1% 안팎 수준이다. 대만이 뉴질랜드처럼 작은 섬나라여서 상대적으로 통제가 쉬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총인구수(2020년 기준)로는 한국 5178만명.. 더보기
인공지능 시대의 토건공화국 인공지능(AI)이 미래의 최대 먹거리라는 사실은 이미 대세다. AI와 무관한 분야가 거의 없을 정도다. 재일동포 기업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한국은 앞으로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 얘기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교육 정책 투자예산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전폭적으로 AI 육성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각심을 일깨웠다. 중국 화웨이가 그렇듯이 글로벌 경제전쟁의 가장 무서운 무기가 AI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기관차 미국과 중국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AI에 투자하는 돈과 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의 경쟁상대인 중국은 국가와 기업이 똘똘 뭉쳐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같은 4.. 더보기
의료 강국 쿠바의 코로나19 백신 쿠바 의사들은 ‘체 게바라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의 의료수준이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역사적 배경에는 체 게바라를 빼놓을 수 없다.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가 아르헨티나 의사 출신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쿠바가 의료강국이 된 것은 1959년 혁명 이후 교육·농업·의료 3대 개혁이 거둔 열매다. 피델 카스트로 형제와 함께 쿠바 혁명에 참여한 체 게바라는 한 연설에서 의료 접근성을 역설했다. “의사는 씨를 뿌리고 가꾸는 농부와 같다. 어디서 무슨 일이 생겨도 의사는 환자와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알고 있어야 한다.”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쿠바혁명 직후 “학교와 병원은 부자들만 가는 것이 아니다. 쿠바 인민 모두를 무지와 질병으로부터 해방.. 더보기
치명상 입은 미국 민주주의 민주주의 모범국인 미국이 반면교사로 전락한 것은 이율배반의 비극이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 교과서는커녕 세계적 조롱거리가 됐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와 별개로 수렁에 빠진 민주주의를 건져내는 게 급선무처럼 보인다. 대선 부정 논란으로 3개월째 정국 혼란에 빠진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미국을 비웃을 정도니 말이다. 뉴욕타임스의 개탄이 뼈저리다. ‘이번 대선에서 미국 정치·사회의 추악한 이면이 낱낱이 폭로됨에 따라 대통령이 누가 되든 대외적 국가이미지가 이미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민주주의 가치들이 반민주적 세력들에 의해 희생당하는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미국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올 미국 대선이 드러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 더보기
불평등·불공정 공화국 아카데미상 4관왕 영화 ‘기생충’이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것은 불평등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어서다. 반지하와 저택에 사는 두 가족은 빈부격차와 양극화의 생생한 표상이다. 영화의 메시지를 담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한국의 불평등지수(피케티지수)는 8.6으로 전년보다 0.5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선진국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스페인 6.6, 일본 6.1, 영국 6.0, 프랑스 5.9, 미국 4.8, 독일 4.4 등이다.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최근 10년간 줄곧 악화했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급증했다. 2010년부터 .. 더보기
정치에도 금반언(禁反言) 원칙을! 정치에서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원칙만 지켜져도 걱정할 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게다.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는 법률용어로 ‘금반언(禁反言) 원칙’에 해당한다. 신의성실 원칙의 한 갈래다. 소송에서는 자신이 이미 한 언행을 바꿀 수 없는 금반언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국제법에서도 금반언 원칙은 중요한 요소다. 말 바꾸기의 달인들이 모인 정치세계에서는 ‘내로남불’이 금반언 원칙을 쓰레기처럼 만들어놨다. 금반언 원칙의 훼손은 여야가 바뀌는 상황에서 특히 심각하다. 어느 쪽이든 야당 때 하는 말과 여당 때 하는 말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다. ‘한 입으로 두말하기’의 문제는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더라도 지적자가 이미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재정 건전성과 .. 더보기
대나무가 문득 그리운 시절 대나무의 상징어는 ‘직절허심(直節虛心)’이다. 순서를 바꿔 ‘허심직절(虛心直節)’이라고도 한다. 속이 비고 곧아 절개가 있는 나무여서다. 대나무가 소나무와 더불어 송죽지절(松竹之節)의 짝을 이루는 것도 차디찬 겨울을 견디며 푸른 잎을 굳건히 간직하기 때문이다. 속이 빈 것은 헛된 마음을 버려서이고,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건 정절을 지키기 위한 표상이다. 겨우내 잎이 푸른 것은 고결한 기품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로 읽힌다. 고산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킨 것이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렇게 사계절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라고 대나무를 상찬했다. 대나무는 땅 밖으로 싹이 나기 전 땅속으로 먼저 자란다. 대나무 씨앗은 1년은커녕 2~3년이 지나도 아무런 소.. 더보기
‘그럼에도 진보의 생명은 도덕이다’ 프랑스 좌파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조 국 전 법무부장관이 좋아하는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레비는 대표작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전체주의 비판을 바탕으로 한 ‘신철학’을 주창한 참여지식인이다. 조 전 장관은 오래 전 한 칼럼에서 레비의 다른 저서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의 제목을 빌려 좌파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조 전 장관은 이 글에서 “설사 누가 나를 ‘좌파 부르주아’라고 부르며 폄훼할지라도, 나는 의식적으로 왼편에 서서 나의 존재에 대한 ‘배신’을 계속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나는 사회주의자다”라고 했다. ‘우울한 좌파’라는 별명을 지닌 레비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좌파는 인권, 자유와 평등, 진보와 성장, 분배와 복지 등 좌파가 .. 더보기
개혁 조급증의 역설 국민에게 생색나는 개혁을 해보고 싶으면 몽골제국 칭기즈칸의 책사 얘기를 먼저 떠올려 보면 좋겠다. 촉나라 유비의 제갈량에 비견된다는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의 셋째아들인 2대 황제 오고타이가 개혁 방안을 자문하자 명언을 들려준다. “한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합니다.”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오고타이가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4.15총선에서 민주화 이후 유례없는 180석을 얻은 여권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 체제 출범과 때맞춰 성찰할만한 지혜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총선 이후 민주당과 문재인정부는 시간에 쫓기는 듯 개혁을 명분삼아 독주를 거듭해왔다. 국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