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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대장동 의혹,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 정책 결정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의도하지 않은 엉뚱한 결과를 낳는 최악의 상황이다. 선인들이 밟은 전철(前轍)은 무수하다. 미국의 세입자 보호를 위한 아파트 임대료 통제 정책, 베트남 하노이의 들쥐꼬리 현상금 같은 게 대표적 일화다. 세입자를 보호하려는 좋은 의도로 도입한 정책은 아파트 주인이 아파트 유지 보수에 투자하지 않는 등 외려 세입자에게 해로운 결과를 쏟아냈다. 하수구 들쥐를 박멸하기 위한 들쥐꼬리 현상금은 쥐꼬리만 자르고 놓아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새끼를 낳아야만 꼬리를 많이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법칙’이란 경구로 정립돼 있을 정도다. 오죽하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좋은 의도로 포장되어 있다’라는 서양 속담까지 생겼을까 싶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정책.. 더보기
중국 견제 고삐 쥔 앵글로스피어 미국은 식민지 시절 영국에 이긴 뒤 독립하는 과정부터 어쩐지 수상했다. 파리에서 열린 평화회의에서 영국이 미국에 많이 양보할 각오를 굳히자 독립전쟁에 참전했던 프랑스가 먼저 놀랐다. 영국이 줄곧 궁지에 몰렸던 사실은 누가 봐도 뻔했다. 어느 순간부터 극적인 관계 역전의 소문이 나돌았다. 영국이 미국 주권을 인정한 후 두 나라가 연합해 그동안 미국 독립을 위해 영국과 싸웠던 프랑스와 스페인을 공격해 북아메리카에서 완전히 추방한다는 얘기였다. 1782년 11월 30일 평화조약 서명 후 파리의 뉴욕호텔에서 열린 축하파티에서 있었던 영국 대표 캘브 화이트포드와 프랑스인 초청객의 대화가 흥미로운 일화로 전해온다. 이 프랑스인은 미국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연합한 13개 주는 훗날 세계 최대.. 더보기
높은 사람일수록 비리·거짓말 많다면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양심적이고 도덕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면 더 나은 사회로 진화할 개연성이 높다. 유감스럽게도 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는 이를 배반한다.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 사회심리학 연구팀이 직업, 소득, 재산, 교육 수준 같은 지표로 모집단을 나눠 실험한 결과, 상위 계층일수록 비윤리적인 행위를 더 많이 한다. 이 연구팀의 다양한 실험에서 자신이 상위 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여러 사회 행위 속에서 절도, 속임수, 거짓말, 뇌물공여 등을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비율은 하위 계층의 3~4배나 높다. 도로·사거리의 실험에서 불법 추월이나 끼어들기 같은 난폭·얌체 행위를 하는 운전자는 대부분 값비싼 고급 차량 소유자였다. 어린이들에게 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탕이 가득 담긴 항아.. 더보기
인구지진에도 미래세대에 빚더미 물려주는 양심불량 뭘 하든 세계최고 기록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에 ‘인구절벽’에다 ‘인구지진’까지 덮쳤다. 지난해 한국의 출생률이 0.84로 세계최저치를 경신했다. 세계 유일의 출생률 0명대 나라이기도 하다. ‘인구절벽’과 ‘인구지진’이란 말은 자극적 용어를 즐기는 한국 언론이 지어낸 게 아니다.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은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이 급속히 줄어드는 현상에 붙인 개념이다. 인구절벽이 생기면 생산과 소비가 함께 줄어들고 경제활동이 급속히 위축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 ‘인구지진’(Agequake)은 영국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고령사회의 충격을 지진(Earthquake)에 빗대어 만든 용어다.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어 사회구조를 뿌리째 흔드는 충격을 .. 더보기
세계 최초 민주정 아테네 쇠망의 교훈 세계 최초로 민주정치를 도입한 도시국가 아테네 쇠망 원인의 하나로 포퓰리즘에 따른 재정난이 꼽힌다. 그 가운데 하나가 ‘테오리콘’이라는 복지정책이다. 테오리콘은 아테네 민주정치의 전성기를 이끈 지도자 페리클레스가 정책화한 제도다. 원래 가장 많은 최하층 시민(제4계급)이 군무와 공무에 의무적으로 종사해 본업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기간에만 적용하던 경제적 보상 정책이었다. 페리클레스가 죽고 스파르타와의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뒤 선동정치가(데마고고스) 클레온이 등장하면서 테오리콘은 모든 시민을 위한 상시적 복지로 변질된다. 군사적인 일이나 추첨에 따른 행정직을 맡지 않을 때도 본업을 통해 버는 것보다 약간 적은 금액을 국가가 모두 보장하는 방식이다. 시민의 인기를 끌 목적이었다. 그러자 테오리콘은 병역.. 더보기
공정한? 착한? 입지전적? 대통령 차기 대통령 선거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정치지형으로 치러질 것 같다. 정권교체 깃발을 든 야권의 유력 장수들은 현 정부에서 마지막 복무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도전을 선언했거나 조만간 공식 선언할 유력 주자들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크건 작건 재임 중 현 정부에서 핍박받거나 대립한 이미지로 각인된 인물이다. 보수진영의 지지율이 높거나 기대가 큰 유력 주자들이지만, 차근차근 준비한 후보가 아니라 속성과외로 합격증을 받으려는 수험생 같은 모양새여서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세 후보자 모두 자기 분야에서는 상당 수준의 경험과 호의적인 평가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국가 경영의 최고책임자로 충분조건을 갖췄는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선진국 콤플렉스’를 넘어 코로나 19사태가 낳은 긍정적인 영향의 하나는 한국이 생각보다 괜찮은 나라라는 자긍심을 심어준 것이었다. 선진국이라 일컫는 나라들이 한결같이 인정하고, 우리 국민 스스로도 목격하고 느꼈다. 이 과정에서 오랜 ‘선진국 콤플렉스’를 떨쳐낸 것은 습관적 자기비하와의 결별이기도 하다. KBS가 지난해 코로나 이후 달라진 한국사회의 인식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3.5%가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한국이 기존 선진국보다 더 우수하다는 응답자도 58%에 달한다. 그 1년 전만 해도 응답자 57.4%가 한국은 희망 없는 ‘헬조선’이라고 여긴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 한국 언론은 선진국 사례를 소환해 비교하기 바빴다. 정치·사회 시스템 문제가 불거지면 늘 유럽이나 .. 더보기
민주당의 화양연화 홍콩영화 제목이기도 했던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황금기를 표상한다. 더불어민주당의 화양연화는 지난해 4.15총선 압승 때 시작됐다. 민주당은 스스로도 예상못한 황홀경에 도취해 1년여 동안 거의 모든 걸 하고 싶은 대로 다해 봤다. 탄핵당한 보수야당의 회복 탄력성은 20년 이상 작동 불능이리라 믿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개혁반대는 발목잡기로 몰아붙이면 그만이었다. 180석(열린민주당 의석 포함)을 몰아준 이유도 모르느냐고 응원단이 한마디 하면, 나머지 국민은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근본원인은 역설적이게도 180석의 오만이다. 180석은 1987년 정치체제 이후 한 정당이 획득한 신기록이었다. 사실 다수의석을 얻기 위해 쓴 꼼수.. 더보기
노르딕 국가에 갑질 문화가 없는 까닭 노르딕 다섯 나라 국기를 자세히 보면 같은 무늬가 공통으로 새겨져 있다. 중앙에서 왼쪽으로 치우친 스칸디나비아 십자 무늬다. 덴마크 국기인 ‘단네브로’(Dannebrog) 도안이 그 기반이다. 덴마크 국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1219년부터 사용)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북유럽 이사회를 형성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덴마크는 갑질문화가 없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덴마크의 칼스버그 맥주 광고가 상징적이다. ‘아마 세계 최고의 맥주’(Probably the best beer in the world)라는 표현은 사뭇 겸손하다. 갑질 없는 ‘얀테의 법칙’(Janteloven)의 정신이 담겼다. 노르웨이 항공은 ‘얀테의 법칙’을 소설 작품으로 빚어낸 덴마크계 노르웨이 작가 ‘악셀 산데모제’(Aks.. 더보기
진보정부의 탄소중립 딜레마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뜨악했을 순간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대표가 탈원전 기조 변화를 권유한 때가 아닐까 싶다. 지난 금요일 문 대통령이 민주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간담회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삽화 가운데서 말이다. 송 대표의 모두발언이 문 대통령보다 훨씬 길었던 점이나 다른 직설적인 발언 장면보다 그게 더 강렬한 잔상을 남겼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 송 대표가 ‘소형 모듈 원자로’ 연구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어긋나는 역린(逆鱗)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데다 사후 청와대 내부에서 불만이 제기된 것을 보면 짐작이 간다. 민주당 의원 중 사실상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탈원전 정책 수정 소신을 펴온 송 대표가 지론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서 피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