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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스스로 만든 법 함부로 어기는 국회의원 법을 가장 잘 지켜야할 사람이 위법·불법 행위를 많이 하는, 이상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법은 만든 사람이 더 잘 지켜야한다. 한국은 정반대다. 법을 지키지 않아도 벌을 잘 받지 않는 게 법을 만든 국회의원이다. 그 덕분에 ‘방탄국회’란 희한한 말까지 생겨났다. 범법혐의가 있는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구속을 막는 불체포특권까지 누리기 때문이다. 국회는 가장 기본적인 국회법부터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 기초적인 임무인 원 구성 시한을 정한 국회법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20대 국회 후반기를 벌써 시작했어야 하지만, 국회의장조차 없어 놀면서 월급(세비)은 꼬박꼬박 챙기는 중이다. 지난 5월 29일로 20대 국회 전반기는 끝났다.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은 전반기 의장단 임기만료일 전 5일에 해야 한다.. 더보기
유능·도덕성·겸손 겸비한 정부 보수 정부는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신화처럼 뿌리내려왔다. 그러는 동안 진보 정부는 상대적으로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틀짓기(프레임)에 갇혀 있었다. 보수 정권과 보수 언론의 끊임없는 낙인효과였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를 싸잡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명명한 보수진영의 주장에는 국가운영 능력만큼은 보수가 한 수 위라는 어설픈 자신감이 서려있었다. 굳건하던 신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구속에 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풍비박산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러시아 방문에 앞서 청와대 간부들과 직원들에게 ‘유능해지고, 도덕성을 갖추고, 겸손해져야 한다’는 세 가지 주문을 각별하게 한 데는 진보 정권의 트라우마가 깔려 있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지방의회의원들이 부정.. 더보기
미국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역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미국 민주당과 한국의 자유한국당이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듯한 모습은 역설적이다. 야당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미국의 진보정당과 한국의 보수정당이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질적인 두 나라 정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훈수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북미정상회담에 딴죽을 거는 듯한 공통분모를 지녔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4일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포함돼야 할 다섯 가지 원칙을 담은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서한은 북한의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 무기까지 폐기하는 것을 첫 번째 요건으로 제시했다. 로버트 메넨데즈 의원은 여기에다 북한 인권 문제도 이번에 다뤄야 한다고 숟가락 하나를 얹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밖에도 북.. 더보기
북·미 정상, 다시 상호 신뢰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여행을 하다 허름한 호텔에 묵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도 빈 방이 없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했다. 밤이 깊어졌으나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다른 침대의 길손도 잠이 오지 않는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그 손님이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 신사는 얼른 일어나 여비가 든 지갑과 귀중품이 든 가방을 들고 물품보관소를 찾아갔다. 잠든 사이에 옆 침대 손님이 자기 귀중품을 훔쳐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게다. 그 때 호텔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같은 방에 계신 다른 분도 조금 전 귀중품을 맡기고 가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의심이 이럴진대 70여 년 동안 적대관계로 지낸 사이라면 오죽할.. 더보기
우연과 필연의 교집합, 한반도 평화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에 모두 ‘근육질 지도자’가 포진하자 은근한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애송이 지도자’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던 터여서 더욱 음울했다. 일각에선, 착해 보이기만 한 문재인 대통령이 하필이면 이때 한국 지도자로 뽑혔을까 하는 불운 타령도 늘어놓았다. 문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비난하기에 급급한 보수진영이 특히 그랬다. 문 대통령이 국정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곁들여졌다. 올 초부터 급반전을 이룬 한반도 정세를 복기해 보면 동전의 양면 같은 우연과 필연이 모두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해 첫날 북한 신년사가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된 데는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운명적 매.. 더보기
재벌 갑질과 양반 자녀 승경도 놀이 끊이지 않는 재벌가 갑질 행태를 보면 조선시대 양반가의 승경도(陞卿圖) 놀이가 불현듯 떠오른다. 당시 양반들은 승경도 놀이로 자녀들에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벼슬자리 체계를 흥미롭고 손쉽게 가르쳤다. 승경도 놀이는 종9품 말단에서 정1품 영의정까지 관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보드게임의 일종이다. 관직 쟁탈전을 벌여 누가 먼저 높은 자리에 올라가나를 겨루는 놀이인 셈이다. 종경도(從卿圖), 종정도(從政圖)라고도 불리는 승경도는 ‘벼슬살이를 하는 도표’라는 뜻이다. 커다란 도표에 벼슬 이름을 쓰고, 윷가락 같은 ‘윤목’(輪木)을 굴려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하다 영의정을 거쳐 마지막 벼슬인 ‘봉조하’(奉朝賀·은퇴한 고위 관리에게 특별히 내린 벼슬)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긴다. 윷놀이가 서민의 오락이라면, 승경도.. 더보기
특활비 공개가 국익 해친다는 국회의 오만 “빨간 신호등이라도 다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일본 영화감독이자 배우·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일본인들의 집단 심리를 저격한 명언이다. 개개인은 교통질서를 칼같이 지키고 공중도덕의식이 드높은 일본인들이지만, 집단광기가 발휘되면 거칠 게 없다는 걸 풍자한 촌철살인의 비유다. 이 말은 사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돌려줘야 제격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네 이익이라면 집단으로 욕을 먹더라도 우선 챙기고 보는 관행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철석 같이 약속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 게 우리네 국회의원들이다. 혼자 욕먹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 전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단체기합처럼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쌈짓.. 더보기
이명박의 돈·권력·명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들곤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닳을 정도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해외순방이나 휴가를 갈 때도 빼놓지 않았다고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애써 알렸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돈 문제로 엄청나게 시달리자, 전 재산 기부를 공약한 뒤 ‘청계재단’을 설립할 무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길상사 빈소를 찾아가 조문할 정도였다. 그는 돈 욕심이 없다는 걸 기회 있을 때마다 극구 부각하려 했다. 아킬레스 건처럼 여긴 탓이다. 그는 선거 때 말썽 많았던 ‘BBK’와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지금도 우긴다. 이 전 대통령이 한 측근의 입을 빌려 “전 재산.. 더보기
북핵, 시지프스 신화, 고르디우스 매듭 북한 핵문제는 시지프스의 바위,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신화와 전설에 곧잘 비유할 만큼 지난하다. 남북한과 미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바윗돌 굴려 올리기 형벌처럼 소득 없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해왔다.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게 묶여 도무지 풀 수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기도 하다. 온갖 형태와 방법의 협상이 진행돼 왔지만, 위기-파국-반전-합의-위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북핵 난제는 마냥 미봉상태로 갈 때까지 가보는 듯했다. 그러던 북핵 문제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한반도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대반전을 맞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설이 사그라지지 않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던 걸 보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상황.. 더보기
‘팀 코리아’가 엮어낸 환상적 평창 드라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쓴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32·네덜란드)도 아니었다. 유일한 대회 3관왕 ‘바이애슬론 황제’ 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도 아니었다. 역대 최연소(17)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킴도 물론 아니었다.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러시아의 ‘피겨여왕’ 알리나 자기토바는 더욱 아니었다. 전 세계 언론이 꼽은 평창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 여자 컬링 대표 ‘갈릭 걸스’(마늘소녀들)였다. ‘갈릭 걸스’는 주전선수 4명이 모두 마늘 명산지인 경북 의성 출신이어서 외국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다. ‘갈릭 걸스’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쳤으나 대회 내내 인기몰이를 하며 세계 언론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