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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이명박의 돈·권력·명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들곤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닳을 정도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해외순방이나 휴가를 갈 때도 빼놓지 않았다고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애써 알렸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돈 문제로 엄청나게 시달리자, 전 재산 기부를 공약한 뒤 ‘청계재단’을 설립할 무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길상사 빈소를 찾아가 조문할 정도였다. 그는 돈 욕심이 없다는 걸 기회 있을 때마다 극구 부각하려 했다. 아킬레스 건처럼 여긴 탓이다. 그는 선거 때 말썽 많았던 ‘BBK’와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지금도 우긴다. 이 전 대통령이 한 측근의 입을 빌려 “전 재산.. 더보기
북핵, 시지프스 신화, 고르디우스 매듭 북한 핵문제는 시지프스의 바위,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신화와 전설에 곧잘 비유할 만큼 지난하다. 남북한과 미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바윗돌 굴려 올리기 형벌처럼 소득 없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해왔다.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게 묶여 도무지 풀 수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기도 하다. 온갖 형태와 방법의 협상이 진행돼 왔지만, 위기-파국-반전-합의-위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북핵 난제는 마냥 미봉상태로 갈 때까지 가보는 듯했다. 그러던 북핵 문제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한반도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대반전을 맞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설이 사그라지지 않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던 걸 보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상황.. 더보기
‘팀 코리아’가 엮어낸 환상적 평창 드라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쓴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32·네덜란드)도 아니었다. 유일한 대회 3관왕 ‘바이애슬론 황제’ 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도 아니었다. 역대 최연소(17)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킴도 물론 아니었다.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러시아의 ‘피겨여왕’ 알리나 자기토바는 더욱 아니었다. 전 세계 언론이 꼽은 평창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 여자 컬링 대표 ‘갈릭 걸스’(마늘소녀들)였다. ‘갈릭 걸스’는 주전선수 4명이 모두 마늘 명산지인 경북 의성 출신이어서 외국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다. ‘갈릭 걸스’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쳤으나 대회 내내 인기몰이를 하며 세계 언론들.. 더보기
평창의 태극기는 멀쩡했다 태극기가 실종되길 바랐던 극우보수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겐 여간 실망스러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말이다. 그들의 시비와 선동은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된 평창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만 펄럭일 것이라는 그들의 비아냥거림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식장 곳곳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다양한 공연 장면에서도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등장했다. 첫 번째 장면부터 대한민국을 형상화한 태극 문양이 개최국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곧이어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금자탑을 세운 전설의 스타 8명이 보무당당하게 들고 입장한 대형 태극기가 장관을 연출했다. 전통의장대가 이를 이어받고, 애국가 제창과 더불어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절정에 다다랐다. 이번.. 더보기
재난 때만 호들갑 떠는 정치인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에 빠져 죽고, 문재인 정부선 불에 타서 죽고...’ ‘박근혜는 물로 망하고, 문재인은 불로 망할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터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의 섞인 메시지까지 유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달여 사이에 수십 명이 애꿎은 목숨을 잃었으니 참담하고 애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건 이해하고 남는다. 세종병원 화재사건에서는 정치인 지도자들의 ‘네 탓 공방’이 어느 때보다 꼴불견으로 떠올랐다. 내 탓이나 예방책 제시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에만 함몰된 정치인들이 도드라진다.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감정을 촉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큰 사과를 하고 청와대 내각이 총사퇴를 해야 한다. 북한 현송월.. 더보기
권력기관 개혁은 선택 아닌 필수다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을 통칭하는 ‘4대 권력기관’이란 용어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고유명사나 다름없다. 네 기관은 개인이나 조직을 수사·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국정원은 정권의 눈과 귀다. 검찰과 경찰은 정권의 손발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경제 검찰’이라 불린다. 정권이 바뀌면 4대 권력기관장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 권력기관이 ‘정권의 시녀’로 불려온 이유도 흡사하다. 그 비중만큼이나 인사 때마다 최고 권력자와의 지연·학연 같은 달갑잖은 논담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개혁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청와대가 어제(14일) 발표한 권력기관 .. 더보기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대담한 진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인 것’이란 말은 형용모순에 가깝다. 가장 진보적인 것과 받아들 수 있는 것은 충돌하기 십상이어서다. ‘둥근 사각형’, ‘달콤한 슬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명제다. ‘산업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먼드 로위는 모순되는 두 가지의 놀라운 조합을 디자인 철학으로 승화시킨 대가다. 로위의 핵심 디자인 이론은 ‘마야 법칙’이라 불린다. 스스로 만든 조어 ‘마야(MAYA)’는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most advanced yet acceptable)’이라는 뜻을 지녔다. 마야 법칙은 새로움이 주는 놀라움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중 정서를 꿰뚫어 본다. 오랫동안 명성이 자자한 코카콜.. 더보기
김정은에게 필요한 또 다른 ICB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라는 표현을 넘어선다. 김정은은 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을 현장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참관한다. 미사일 발사가 성공할 때마다 박장대소하는 그의 모습이 방송 화면으로 전 세계에 전해진다. 이 같은 ICBM 집착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 본토 타격 능력까지 갖춰야만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듯하다. 북한의 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ICBM 프로그램을 막을 수 있는 시한이 3개월가량 남았다고 보고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지만 김정은에게 정작 요긴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또 다른 ICBM’이다. 사.. 더보기
배신의 정치, 신의의 정치 시청률이 떨어지면 ‘배신’이라는 특효약을 처방하라는 신화가 살아있는 곳이 드라마 제작 세계라고 한다. 역대 한국 드라마 시청률 1위(65.8%)를 기록한 ‘첫사랑’은 두 형제와 한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랑과 배신, 음모를 다룬 멜로드라마다. 역대 시청률 5위 기록(62.7%)을 지닌 같은 작가의 ‘젊은이의 양지’도 세 젊은이들의 사랑과 야망, 배신을 그린 드라마다. 남미 전역의 최고 인기 드라마 ‘이브의 복수’가 한국에 수입된 까닭도 사랑과 배신이 질펀하게 녹아 있는 스토리 덕분이었다. 시청률에 목을 매는 드라마 촬영 현실을 풍자한 개그콘서트 코너 ‘시청률의 제왕’에서도 빠지지 않았던 게 ‘배신’ 코드다. 보수 야당 지도자가 지난 대통령 선거 때부터 엊그제까지 줄기차게 동원하는 ‘배신의 정치’ 프레.. 더보기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프레임 보좌관이 써 준 걸 이해하고 읽는 것조차 제대로 못한다고 손가락질 받는 우리네 국회의원은 지금도 이따금 눈에 띈다. 근대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도 비리가 터지자 보좌관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둘러대는 국회의원들이 불과 몇 년 전까지 있었다. 2009년 권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하원의원들의 부당한 생활경비 청구내역을 폭로하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영국은 런던 지역구가 아닌 하원의원이 런던 주거 수당과 식비, 가구 구입비 등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이를 악용해 50여 명의 의원이 청구 대상 주소지를 바꿔가며 복수의 주택에 대해 수당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세를 놓아 임대 수익을 챙기면서 주거 수당을 청구한 사례도 들통 났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