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평균 재산은 일반 국민보다 10배가량 많다. 재산이 5억 원 이상인 국민은 10%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은 80%가 넘는다. 19억 원 이상인 국회의원은 30%가 넘지만 국민은 1%밖에 안 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의 지난해 평균 재산은 23억9767만원으로 나타났다. 500억 원 이상인 국회의원 3명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 의원이 31억7784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자영업자를 포함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핍진해졌으나,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평균 1억1521만원의 재산을 늘렸다.


 이런 부자 국회는 경제적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국회의원들은 서민을 대표한다면서 입만 열면 서민경제를 걱정한다. 말과는 달리 실제로는 서민경제와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입법이나 정책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재벌 총수 일가의 재산상황, 취득경위, 상속증여세 납부실적 등을 조사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지녔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세금 감면과 규제완화로 부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여긴다. 소상공인·자영업 기본법, 공정거래법 개정안 같은 입법 과제도 보수적인 국회의원들이 막고 있는 실정이다. 38년 만에 전면 개편하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전속고발권 일부를 폐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면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추가경정 예산안만 해도 그렇다. 보수야당 의원들은 서민 생각보다 내년 총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추경은 정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민생과 직결된 부분이 많다. ‘고용위기와 산업위기 지역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적기에 긴급 경영안정 자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도산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은 사방공사가 지연돼 집중 호우가 내리면 산사태 같은 2차 피해를 당할 수도 있다.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이 이미 소진돼버려 추경이 없으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을 도와줄 수 없다. 추경이 더 늦어지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투자도 늦어져 국민의 일상을 더 오래 위협하게 된다.’


 역설적인 건 강원도 산불 발생 후 몇 개월이 지났음에도 피해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공격하는 보수야당 국회의원의 말이다. 주민들의 불만이 엄청나다면서 예산 뒷받침은 하지 않는 모순적인 언행이다.


 주택시장안정 대책의 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세금폭탄론으로 몰고 가는 것도 서민경제에 반한다. 종합부동산세가 늘어나는 비서민(非庶民)은 22만 명으로, 전체 주택 보유자(1331만 명)의 1.6%에 불과하다. 100만 원 이상 늘어나는 사람도 2만5504명뿐이다. ‘폭탄’이라는 낱말을 붙여 많은 서민이 치명적 타격을 입는 세금을 내야하는 것처럼 호도한다. 국회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에 따르면 집값이 수억 원씩 올라간 서울 강남 3구에 집을 가진 국회의원이 74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 55%인 41명이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의 처지에 비유되는 청년 주거 문제에도 국회의원들은 소극적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선거 운동 기간에는 청년 행복주택, 셰어하우스 임대주택, 연합기숙사 등을 건립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어느 것 하나 법안으로 만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서민 코스프레하기에만 바쁜 국회의원들이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러니하다. 생활수준이 높은 유권자일수록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가난할수록 자유한국당을 더 지지한다. 외국에서도 저소득층은 보수 정치인을 더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세력도 저소득층이 다수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은 세금 감면, 복지 확대 경계 같은 부유층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펴고, 진보 정당은 서민 지원, 복지 확대 등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 언론인이자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을 분석해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흥미로운 책을 썼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경제적 약자와 고통 받은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진보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투표 결과는 정반대였다. 보수 정치인들의 언행 불일치에 서민들이 낚이고 있다는 게 프랭크의 결론이지만, 이해하기 쉬운 현상은 아니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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