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톺아보기-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북·미 정상, 다시 상호 신뢰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신사가 여행을 하다 허름한 호텔에 묵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것도 빈 방이 없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했다. 밤이 깊어졌으나 좀처럼 잠이 들지 않았다. 다른 침대의 길손도 잠이 오지 않는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슬며시 밖으로 나갔다. 그 손님이 잠시 밖으로 나간 사이 신사는 얼른 일어나 여비가 든 지갑과 귀중품이 든 가방을 들고 물품보관소를 찾아갔다. 잠든 사이에 옆 침대 손님이 자기 귀중품을 훔쳐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게다. 그 때 호텔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같은 방에 계신 다른 분도 조금 전 귀중품을 맡기고 가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불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의심이 이럴진대 70여 년 동안 적대관계로 지낸 사이라면 오죽할.. 더보기 우연과 필연의 교집합, 한반도 평화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에 모두 ‘근육질 지도자’가 포진하자 은근한 걱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애송이 지도자’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먹구름처럼 드리워져 있던 터여서 더욱 음울했다. 일각에선, 착해 보이기만 한 문재인 대통령이 하필이면 이때 한국 지도자로 뽑혔을까 하는 불운 타령도 늘어놓았다. 문 대통령을 ‘종북’이라고 비난하기에 급급한 보수진영이 특히 그랬다. 문 대통령이 국정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곁들여졌다. 올 초부터 급반전을 이룬 한반도 정세를 복기해 보면 동전의 양면 같은 우연과 필연이 모두 행운으로 작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새해 첫날 북한 신년사가 남북관계의 분수령이 된 데는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운명적 매.. 더보기 재벌 갑질과 양반 자녀 승경도 놀이 끊이지 않는 재벌가 갑질 행태를 보면 조선시대 양반가의 승경도(陞卿圖) 놀이가 불현듯 떠오른다. 당시 양반들은 승경도 놀이로 자녀들에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벼슬자리 체계를 흥미롭고 손쉽게 가르쳤다. 승경도 놀이는 종9품 말단에서 정1품 영의정까지 관직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보드게임의 일종이다. 관직 쟁탈전을 벌여 누가 먼저 높은 자리에 올라가나를 겨루는 놀이인 셈이다. 종경도(從卿圖), 종정도(從政圖)라고도 불리는 승경도는 ‘벼슬살이를 하는 도표’라는 뜻이다. 커다란 도표에 벼슬 이름을 쓰고, 윷가락 같은 ‘윤목’(輪木)을 굴려 나온 수만큼 말을 이동하다 영의정을 거쳐 마지막 벼슬인 ‘봉조하’(奉朝賀·은퇴한 고위 관리에게 특별히 내린 벼슬)에 도착하는 사람이 이긴다. 윷놀이가 서민의 오락이라면, 승경도.. 더보기 특활비 공개가 국익 해친다는 국회의 오만 “빨간 신호등이라도 다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 일본 영화감독이자 배우·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가 일본인들의 집단 심리를 저격한 명언이다. 개개인은 교통질서를 칼같이 지키고 공중도덕의식이 드높은 일본인들이지만, 집단광기가 발휘되면 거칠 게 없다는 걸 풍자한 촌철살인의 비유다. 이 말은 사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 돌려줘야 제격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네 이익이라면 집단으로 욕을 먹더라도 우선 챙기고 보는 관행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철석 같이 약속하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 게 우리네 국회의원들이다. 혼자 욕먹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 전체가 지탄을 받는 것은 단체기합처럼 표시가 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쌈짓.. 더보기 이명박의 돈·권력·명예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로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들곤 한다. 이 전 대통령은 닳을 정도로 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해외순방이나 휴가를 갈 때도 빼놓지 않았다고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참모들이 애써 알렸다. 이 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돈 문제로 엄청나게 시달리자, 전 재산 기부를 공약한 뒤 ‘청계재단’을 설립할 무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 스님이 입적하자,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길상사 빈소를 찾아가 조문할 정도였다. 그는 돈 욕심이 없다는 걸 기회 있을 때마다 극구 부각하려 했다. 아킬레스 건처럼 여긴 탓이다. 그는 선거 때 말썽 많았던 ‘BBK’와 ‘다스’가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고 지금도 우긴다. 이 전 대통령이 한 측근의 입을 빌려 “전 재산.. 더보기 북핵, 시지프스 신화, 고르디우스 매듭 북한 핵문제는 시지프스의 바위,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은 신화와 전설에 곧잘 비유할 만큼 지난하다. 남북한과 미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의 바윗돌 굴려 올리기 형벌처럼 소득 없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해왔다. 워낙 복잡하고 정교하게 묶여 도무지 풀 수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기도 하다. 온갖 형태와 방법의 협상이 진행돼 왔지만, 위기-파국-반전-합의-위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 온 북핵 난제는 마냥 미봉상태로 갈 때까지 가보는 듯했다. 그러던 북핵 문제가 평창 겨울올림픽을 전후해 한반도 정세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정도로 대반전을 맞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북핵 선제타격설이 사그라지지 않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에 드리워져 있던 걸 보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상황.. 더보기 ‘팀 코리아’가 엮어낸 환상적 평창 드라마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사상 처음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쓴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32·네덜란드)도 아니었다. 유일한 대회 3관왕 ‘바이애슬론 황제’ 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도 아니었다. 역대 최연소(17) 여자 금메달리스트인 재미교포 ‘천재 스노보더’ 클로이 킴도 물론 아니었다. 역대 두 번째 어린 나이로 금메달리스트가 된 러시아의 ‘피겨여왕’ 알리나 자기토바는 더욱 아니었다. 전 세계 언론이 꼽은 평창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대한민국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 여자 컬링 대표 ‘갈릭 걸스’(마늘소녀들)였다. ‘갈릭 걸스’는 주전선수 4명이 모두 마늘 명산지인 경북 의성 출신이어서 외국 언론이 붙여준 별명이다. ‘갈릭 걸스’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놓쳤으나 대회 내내 인기몰이를 하며 세계 언론들.. 더보기 평창의 태극기는 멀쩡했다 태극기가 실종되길 바랐던 극우보수 자유한국당과 일부 언론에겐 여간 실망스러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말이다. 그들의 시비와 선동은 평화 올림픽의 상징이 된 평창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만 펄럭일 것이라는 그들의 비아냥거림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개막식장 곳곳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다양한 공연 장면에서도 태극기가 자랑스럽게 등장했다. 첫 번째 장면부터 대한민국을 형상화한 태극 문양이 개최국의 자긍심을 드높였다. 곧이어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에 금자탑을 세운 전설의 스타 8명이 보무당당하게 들고 입장한 대형 태극기가 장관을 연출했다. 전통의장대가 이를 이어받고, 애국가 제창과 더불어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절정에 다다랐다. 이번.. 더보기 재난 때만 호들갑 떠는 정치인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물에 빠져 죽고, 문재인 정부선 불에 타서 죽고...’ ‘박근혜는 물로 망하고, 문재인은 불로 망할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터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악의 섞인 메시지까지 유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달여 사이에 수십 명이 애꿎은 목숨을 잃었으니 참담하고 애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는 건 이해하고 남는다. 세종병원 화재사건에서는 정치인 지도자들의 ‘네 탓 공방’이 어느 때보다 꼴불견으로 떠올랐다. 내 탓이나 예방책 제시보다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에만 함몰된 정치인들이 도드라진다.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감정을 촉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큰 사과를 하고 청와대 내각이 총사퇴를 해야 한다. 북한 현송월.. 더보기 권력기관 개혁은 선택 아닌 필수다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을 통칭하는 ‘4대 권력기관’이란 용어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고유명사나 다름없다. 네 기관은 개인이나 조직을 수사·조사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에 늘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국정원은 정권의 눈과 귀다. 검찰과 경찰은 정권의 손발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경제 검찰’이라 불린다. 정권이 바뀌면 4대 권력기관장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4대 권력기관이 ‘정권의 시녀’로 불려온 이유도 흡사하다. 그 비중만큼이나 인사 때마다 최고 권력자와의 지연·학연 같은 달갑잖은 논담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이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개혁에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청와대가 어제(14일) 발표한 권력기관 ..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