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음식으로 생각되던 ‘임파서블 버거’ 바람이 돌풍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쇠고기 맛과 같게는 낼 수 없을 것으로 여겼던 식물성 고기가 대중의 입맛 시험에 너끈히 통과해 글로벌 체인업체에서까지 본격 판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은 식물성 패티로 만든 ‘임파서블 와퍼’ 판매를 지난 8일부터 미 전역 7000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쇠고기 와퍼를 주문한 손님들에게 몰래 임파서블 와퍼를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손님들은 진짜 쇠고기 버거를 먹은 것으로 감쪽같이 속았다.


 눈치를 보던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도 내년 초부터 ‘임파서블 버거’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2만여 햄버거 식당들은 이미 임파서블 버거를 메뉴에 올려놓았다.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가 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임파서블 버거’는 지구 온난화와 환경 보호의 화급함을 절감해온 패트릭 브라운 전 스탠퍼드대 생화학 교수의 집념어린 소산이다. 축산업은 기후와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힌다.

                                                                             


 채식주의자이기도 한 브라운 교수는 2009년 연구년(안식년)을 맞아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도전에 나섰다. 출시된 지 30년이 넘은 식물성 콩고기가 동물 고기의 풍미를 결코 흉내 낼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해 보겠다는 각오가 당찼다. 1년 반 동안 쇠고기를 쓰지 않고도 쇠고기 맛을 재현하는 연구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는 혈액 헤모글로빈 속의 ‘헴(heme)’이라는 분자가 고기 맛의 핵심이란 사실을 발견했다. 시카고대에서 DNA를 전공한 브라운은 1988년부터 스탠퍼드 의대에서 관련 연구를 이어오던 터였다. 그는 곧이어 분자화학을 활용해 콩에서 ‘헴’을 추출하고 아몬드와 밀 등을 첨가해 실제 고기처럼 붉은 육즙이 흐르고 맛과 질감, 영양분도 같은 버거를 구현하는 비법 개발에 성공했다.


 막상 문제는 상용화였다. 관련 학회에서도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러자 브라운 교수는 2011년 대학에 사표를 내고 9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임파서블 푸즈’ 회사를 직접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 후 5년 간 추가 연구와 시제품 생산에 온힘을 쏟았다. 이윽고 효모를 이용한 발효기술로 헴 분자를 대량생산해 식물성 햄버거 패티를 거의 무제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했다. 브라운의 꿈에 공감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더스틴 모스코비치, 구글벤처스 같은 저명 기업인과 기업이 임파서블 푸즈에 투자했다. 2016년엔 뉴욕의 한국계 셰프인 데이비드 장이 ‘임파서블 버거’를 처음 시판하면서 시장화에 들어갔다.

                                                                        

임파서블 프드를 발명한 패트릭 브라운 박사


 2018년 6월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파서블 푸즈의 안전을 승인하면서 신뢰도는 더욱 높아졌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국제비정부기구인 유엔지원SDGs협회가 지난 7월 ‘임파서블 버거’를 지속가능한 브랜드 1위로 선정해 날개를 달아주었다. 디즈니, 스타벅스,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그 뒤를 잇는 걸 보면 얼마나 대단한 미래산업인지 방증한다. 브라운 박사의 목표는 2035년까지 임파서블 푸즈가 동물고기 식품을 완전히 대체하기를 바랄만큼 야심차다.


 임파서블 버거의 성공은 일본의 첨단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로 겁박을 받고 있는 한국 기업과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절박한 상황과 동기부여, 집념이 어우러지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브라운 박사의 집념은 10년 만에 성공가도에 들어섰다.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며 회의적인 사람들이 다수다. 원료 확보, 기술개발,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난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도발했다는 설이 유력한만큼 한국은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일본의 경제전쟁 촉발은 다소 느슨해졌던 도전의식과 동기부여에 안성맞춤이다. 카이스트 전·현직 교수 100여 명과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기술자문단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임파서블 버거의 탄생 때처럼 상서로운 징조다. 자유기업인의 표상으로 불리는 제이 밴 앤델은 자서전에서 “세상에 끈기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천재도 끈기를 대신할 수 없다.”고 갈파했다. (뉴욕에서)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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