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톺아보기-칼럼 썸네일형 리스트형 트럼프의 협상 주특기 '정박효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 협상에서도 사업가의 주특기를 영리하게 써 먹는다. 그 가운데 ‘정박효과(anchoring effect)’는 값을 흥정할 때 무시로 등장한다. 부동산 재벌이기도 한 트럼프는 돈 많이 버는 비결을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건축 의뢰를 받으면 언제나 가격에 5000만 달러나 6000만 달러 정도를 더 붙입니다. 고객이 75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이면 될 것 같다고 말하면, 나는 1억2500만 달러 정도 들 것이라고 하곤 실제로는 1억 달러에 짓습니다. 치사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박효과’는 닻을 내린 배가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맨 처음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을 해 이후의 판단에 .. 더보기 ‘지성의 비관·의지의 낙관’ 이탈리아 혁명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투쟁 정신인 ‘지성의 비관, 의지의 낙관’이 지금이야말로 절실해 보인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여전히 접점이 잘 보이지 않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절망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에 맞서 감옥에서 싸운 그람시는 동생 카를로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란다. 어떤 상황이건 나는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는데 내가 비축해놓은 의지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있단다. 나는 절대로 환상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실망하는 일도 없어. 나는 언제나 끝없는 인내심으로 무장되어 있단다. ”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라는 말을 가장 먼저 쓴 사람은 그람시 석방운동에 앞장선 프랑스.. 더보기 상습 오염 정치 언어의 정화 영국 출신 유럽의회 의원이 2010년 3월 유럽의회 본회의장에서 유럽연합(EU)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막말을 퍼부었다가 3000유로(약4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벌금 액수는 의정활동비 열흘치였다. 의회 정치의 선진국인 영국의 국회의원 막말금지 규정은 오래 전부터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나지르 아프매드 노동당 소속 상원의원은 2012년 파키스탄 테러범에 대해 1000만달러 현상금을 내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난하면서 “오바마에게 1000만 파운드 현상금을 걸겠다”고 말했다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가 자신을 공격하는 야당 의원에게 영국 정치사상 가장 모욕적인 발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수위로 반격해 화제가 된 걸 한국인들이 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존경하는 의원님께서 내가.. 더보기 민주주의 위협하는 극우세력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강국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더구나 식민지 시대를 겪은 나라로서는 대한민국이 독보적이고 경이적이라고 자평한다. 국제사회도 인정한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나라 대열에 일곱 번째로 진입했다. 2018년 총수출액도 6000억 달러로 세계 5위다. 국내총생산(GDP)은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167나라 가운데 21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2018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미국(25위), 일본(22위)보다 앞선다. 부끄럽지 않을 한국 민주주의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짙어졌다. 30년 넘게 곡절을 겪으면서 진전시켜온 민.. 더보기 누군가 죽어야 법 만드는 나라 요즘 들어 대한민국은 ‘네이밍법’ 나라 같다. 정식 이름이 따로 있지만, 홍보 효과나 주목도가 높다는 이유로 특정인의 이름을 딴 네이밍법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무고하고 억울한 누군가의 죽음이 선행돼야 법이 생기는 나라처럼 됐다. ‘김용균법’, ‘윤창호법’, ‘임세원법(안)’이 그렇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태완이법’ ‘최진실법’ ‘신해철법’ ‘유병언법’ 같은 특정인 사후 네이밍법을 여럿 가졌다.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딴 법은 대개 세 부류로 나뉜다. 발의한 사람의 이름을 붙인 법, 가해자의 이름을 붙인 법, 피해자의 이름을 붙인 법이다. 줄 잇는 특정인 사후 입법은 달라진 사회 인식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위험 사회에 무심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 연말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김용균법’은 .. 더보기 고위 공직자들의 치명적 윤리의식 중남미 국가에서 미국 하버드대에 유학을 온 가난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는 강의실 청소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함께 수업을 듣던 부잣집 남학생이 이 여학생에게 성희롱을 일삼았다. 두 학생은 윤리학 과목을 두 번씩이나 함께 수강했다. 그 남학생은 공부도 잘해 늘 A+를 받았다. 여학생은 마음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그는 자퇴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공부만으로 개인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착하고 올바른 사람이 되려고 꾸준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선(善)을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신학자인 댈러스 윌라드의 명저 ‘하나님의 모략’ 서문에 나오는 일화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가 실제 삶이 아니라 관념으로만 머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적실한 사례.. 더보기 희망고문의 정치 유대인 랍비가 고리대금업을 한 혐의로 종교재판소 감옥에 갇힌다. 절망에 빠져 힘겹게 버티던 랍비는 어느 날 저녁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탈출구를 발견한다. 다시 자유의 몸으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잔뜩 부푼다. 온몸에 생기가 돌고 삶의 의욕으로 충만했다. 그는 상상하기 시작한다. 밤새 도망쳐서 산속에 숨어들 수만 있다면 살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삶을 만끽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종교재판소 소장이었다. 랍비는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 운명의 저녁은 미리 준비된 고문이었다. 바로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 19세기 프랑스 작가 비예르 드 릴라당의 단편소설 ‘희망고문’은 형용모순적인 신조어를 지구촌에 퍼뜨렸다. 이렇듯 ‘.. 더보기 “영원히 패권 추구 않는다”는 중국 개혁·개방 40돌을 맞은 중국의 다짐 가운데 영구적 패권 포기 선언은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대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기념식에서 “어떤 수준으로 발전하더라도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쯤은 국제정치의 상식적 판단으로도 가능하다. 시 주석은 “자국의 의지를 타국에 강요하거나,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거나, 강자라며 약자를 깔보는 것을 반대한다”고 구체적인 설명도 덧붙였다. 중국의 패권주의 배격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지만, 이번엔 ‘영원히’를 추가해 강도를 높인 게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은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는 DNA가 없다”고까지 주장했다. 지금이야 패권 추구 포기를 언급하기에 이르렀지만, ‘패권’이란 말은 중국이 옛 소련.. 더보기 투명인간들을 위한 정치 고 노회찬 의원이 즐겨 쓰던 ‘투명인간’이란 말은 공상과학소설에서 유래했다. 현대 공상과학소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영국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1897년 ‘투명인간’이란 제목의 소설을 발표한다.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의 인간을 뜻한다. 투명인간이 되려면 신체의 굴절률이 공기의 굴절률과 같아야 한다. 소설의 주인공 그리핀 박사는 굴절률을 같게 만드는 데 성공한다. 투명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겨울에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필요에 따라 존재를 드러내려면 옷을 입거나 붕대로 몸을 감는 방법 밖에 없다. 그리핀 박사는 연구에 몰두해 투명인간이 되었으나, 보통 인간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과학적으로 따져 봐도 투명인간처럼 불쌍한 사람도 없다. 우.. 더보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20대 국정지지율 급락 영화 흥행은 사회 분위기와 직결될 때가 흔하다. 블록버스터가 아닌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1월 비수기에 최고 흥행을 이어가는 것도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개봉 25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이 영화가 역대 뮤지컬 영화 흥행작인 ‘레미제라블’(592만 명)이나 ‘미녀와 야수’(513만 명)를 넘어설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한다.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영국 록그룹 퀸의 음악 세계를 다룬 이 영화가 퀸을 회억하는 40~50대가 아닌 20~30대 젊은 관객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 특이하다. 여기에는 흡입력 높은 노래를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젊은 세대의 불만을 카타르시스하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는 ‘나는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