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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박근혜와 엄호세력의 협박과 계략 국민에게 법과 질서, 원칙을 그토록 역설하고, 때론 강요하다시피 하던 그 대통령과 지지세력이 맞나 싶다. 탄핵심판에서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침대축구 전략도 모자라 이제 국민을 향해 협박과 판깨기 술수까지 동원하는 그들이다. 대통령 대리인들은 막말 퍼레이드로 헌법재판을 능멸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내란”을 운운하고 “아스팔트길이 피로 덮여 버릴 것”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위협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주말 태극기 집회에도 참석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무조건 승복하는 것은 헌재에게 복종하는 노예가 되라는 것”이라고 을러댔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김 변호사의 변론을 인터넷에 퍼 나르면서 감정적인 댓글을 유도하자 일부 극우단체 .. 더보기
위기관리 최악정권 재확인한 황교안 국가 지도자와 정권의 역량은 위기대처능력으로 측정된다. 위기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하기 때문에 평소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을 제외하고도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골든타임을 놓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무능을 적실하게 보여줬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사태, 2016년 조류 인플루엔자, 2017년 구제역 같은 초대형 국가위기로 말미암아 해마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 위기인지 판단할 능력조차 없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가 탄핵 사유의 하나로 꼽힌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뒤 권한대행을 맡은 황교안 국무총리도 대선주자 코스프레를 하느라 자신의 책무를 잊어 .. 더보기
친박 보수의 유일한 무기 ‘종북’ 노란색을 보면 가슴이 뛰는가→‘예’→종북!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가→‘아니요’→종북! 촛불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는가→‘예’→종북! 고위공직자는 병역을 필해야 하는가→‘예’→종북!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하는가→‘예’→종북! 국정원은 개혁되어야 하는가→‘예’→종북!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일은 민주항쟁인가→‘예’→종북! 친일파는 척결되었어야 하는가→‘예’→종북!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인가→‘예’→종북! 이승만은 독재자인가→‘예’→종북! 박근혜 정부 초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 ‘종북 자가진단표’(종북 셀프테스트)의 일부다. 한 누리꾼이 만든 풍자물이었지만,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무조건 종북 딱지를 붙여 공격하는 정치권과 광.. 더보기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염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개고기를 즐겼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던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영삼 대통령 임기 초반, 공식 오찬 일정이 없던 어느 날 자기 공관에 고품질 개고기 요리를 준비해 놓은 뒤 대통령을 모시고 가려했다. 청와대 경내에서 개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 아래 장소까지 꼼꼼히 고려한 것이다. 그러자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내 앞에서 개고기의 ‘개’자도 꺼내지 말그래이” 하며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단호히 거절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개고기 먹는 것 때문에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거 잘 알제. 그런데 대통령이 개고기를 먹었다는 소문이 나면 우째 되겠노.”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야만인의 .. 더보기
범죄심리학으로 본 박근혜 범죄자들은 먼저 자기 행동부터 정당화한다. 자기 합리화는 죄책감과 처벌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미국 사회학자 데이비드 마차와 그레샴 사이크스는 이런 범죄자의 행태를 ‘중화이론’(Techniques of Neutralization Theory)으로 풀이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사유를 전면 부인하고 버티는 심리행태도 중화이론을 적용하면 분석이 가능하다. 중화이론은 자기 행위가 실정법상 위법임을 알면서도 적절한 명분을 내세워 합리화시킨다는 견해다. 이때 동원되는 자기 정당화는 다섯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가 자기 책임 부정이다. 자기 행위는 고의성이 없고,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는 방식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행위를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게 헌법상 연좌제 금지 위반이라고 주.. 더보기
루이 16세와 박근혜 “국민이여, 짐은 죄 없이 죽는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쫓겨난 왕 루이 16세는 콩코드 혁명 광장의 단두대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는 단두대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중얼거렸다. “나의 죄를 조작한 사람들을 용서한다…이 땅에 두 번 다시 무고한 피가 뿌려지지 않도록, 신이여, 돌보아주소서.” 1793년 1월 21일, 오전 10시가 지날 즈음이었다. 루이 16세는 그에 앞서 1789년 7월14일 아침잠이 채 깨기 전 바스티유 감옥 함락 소식을 전해 듣고선 “폭동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최측근인 라 로슈푸코 리앙쿠르 공작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폐하! 혁명입니다.” 왕은 어쩔 수 없이 혁명을 받아들였지만, 마음은 ‘구체제’(앙시앵 레짐)에 머물러 있다가 끝내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 더보기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주군과 비루한 충성 잘못보다 더 나쁜 건 시인하지 않는 오만이다.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문제도 내가 뭘 그리 큰 잘못을 저질렀느냐는 태도다.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한 원로 인사에게 박 대통령이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라고 반문했다는 전언을 청와대가 부인했지만, 이제 국민은 그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거짓말을 너무 자주, 많이 한 탓이다. 엄청난 잘못이 새로이 불거질 때마다 ‘선의’(善意)로 포장해 오리발을 내미는 꼴이어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의 생각을 전하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최순실과 공범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인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여기에다 “인격 살인”이라는 표현까지 써 어안이 벙벙하게 했.. 더보기
하야하면 국정혼란 온다고?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일요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잠은 잘 잔다’는 요지의 기사 한 줄을 읽고서다. 며칠 전 청와대로 가 박 대통령을 만난 종교 지도자가 전했다는 당초의 워딩은 이랬다. “박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상당히 밝은 표정과 맑은 눈이었다. 그래서 ‘잠은 잘 주무시나 봅니다’고 인사말을 건넸더니 미소를 지으며 ‘잠이 보약이에요’라고 하더라.” 대통령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태평성대인 듯 잠을 잘 잔다니 제정신인가 싶었다. 인터넷판만의 작은 기사지만,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가 곧 정정보도 요청에 나섰다.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게다. 워딩이 달랐지만, 종교지도자는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텐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라는 박 대통령의 말을 “잘 자고 있다는 뜻.. 더보기
진실은 끝내 순실을 이긴다 태블릿 PC 하나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꼭 일주일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 카드를 꺼내들자 나라를 걱정하던 국민에겐 당혹감이 홍수처럼 몰려왔다. 야당들도 일순 허를 찔린 표정이 역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이렇게 개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는가 싶었다. 진실은 끝내 묻히고 정의는 권력에 멱살이 잡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던 국민은 나뿐만 아니었으리라. 친박계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다. ‘요건 몰랐지’ 하는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비박계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조차 “이 정권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고 했을까.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도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며 의기양양했다. 그들의 내심 환호작약은 10시간을 넘기지 못했.. 더보기
정의가 사라진 대한민국 ‘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저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정의론’에서 존 론스가 정의의 위상을 규정한 대목이다. 이는 국가와 사회공동체에서 정의가 얼마나 긴요한지를 보여준다. 인류 최초로 정의론을 세운 플라톤 이래 정의에는 평등과 공정성이 핵심가치였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면 정의는 우리를 평등하게 하리라’는 명언도 그래서 나왔다. 상징물인 ‘정의의 여신상’에서 저울이 다툼을 공평하게 저울질하겠다는 형평성을 표상하고, 칼은 법을 위반했을 때 엄격하게 처벌하겠다는 강제성을 나타내며, 두 눈을 가리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갖지 않고 판결을 내리겠다는 공정성을 의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부독재의 굴레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