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지혜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실패는 학문적 연구대상으로 꼽힌다. 그의 성공은 번성기를 누렸던 외양만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아이의 진짜 엄마 찾아주기 판결 일화에서 보듯이 그는 출중한 슬기로 나라의 기초 질서를 세웠다. 빼어난 경영 마인드로는 막대한 국부를 쌓았다. 전국을 요새화해 외침의 공포를 차단했다. 탁월한 외교적 수완과 리더십으로 국제 질서까지 다졌다. 이만하면 뭘 더 바랄 게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권력과 웅장하고 화려한 왕궁은 실패의 지름길이었다. 위대한 치적이 외려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는 원흉이었기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솔로몬의 실패 원인을 우상 숭배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지목하지만, 세속에서 보면 자기 문제에 대한 판단력 결핍이 첫 손가락에 든다. 과다한 부역과 조세 부담은 국가 분열로 가는 길을 닦았다. 그에겐 1000명에 달하는 이교도 첩과 후궁들로 북적였다는 기록도 전해온다.


 캐나다 워털루대의 이고르 그로스먼 심리학 교수 연구팀은 자기 일과 남의 일을 해결하는 방법을 대학생 실험을 통해 관찰했다. 연구팀은 상당 기간 연인 관계인 학생 집단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에는 자기 애인이 몰래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게 된 상황을 제시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가장 친한 친구의 연인이 친구를 속인 채 바람을 피워온 일을 인지한 상황을 과제로 주었다. 연구팀은 그 뒤 참가자들에게 똑같이 바람피운 파트너들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하고, 지혜롭게 처리하는 지 살펴봤다.

                                                                          


 그 결과, 내 일이 아닌 친구의 일로 생각한 참가자들이 더 현명하게 판단하고 수습해 나갔다. 자기 애인이 바람을 피운 상황에 있던 학생들은 전혀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 또 자기 애인이 다른 사람과 바람피운 상황이 제시된 학생들 가운데 일부에게 ‘나’ 대신 ‘그’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생각하도록 해 봤다. 이처럼 ‘거리 두기’를 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에 비해 더 지혜롭게 해결책을 찾았다. 슬기로운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제3자 관점에서 사고해야 한다는 사실이 실험결과 밝혀졌다. 연구팀은 자기 일이 아닌 타인의 문제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현상을 ‘솔로몬의 역설’이라고 명명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 족집게 예측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평이 났다. 2016년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대해 ‘내가 김무성(당시 새누리당 대표)이라면 항의 시늉에 그치는 게 아니라, 대표 직인 들고 최소 1주일 사라진다.’라고 글을 올리자 실제 상황이 벌어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MB(이명박)를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글에서도 소름이 돋았다는 평이 뒤따랐다. 2010년 출판한 ‘진보집권플랜’은 진보진영 필독 지혜가 담겼다는 평판을 얻었다.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의 멘토’로 불리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조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일에 맞닥뜨리자 ‘솔로몬의 역설’을 떠올리게 할 때가 적지 않다. 야당의 공격 표적임을 감안하더라도 재야 시절의 판단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실한 인사검증, 조직관리 실패, SNS를 통한 과도한 국정 참견, 개혁 과제의 지지부진이 비판의 대상이다.

                                                                        


 부실 인사검증 논란은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감을 안겨준다. 최근 개각과 헌법재판관 임명 때 비판의 정점에 이르렀다.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고,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현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15번째 고위공직자가 됐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고위직은 9명이었다. ‘진보정권이 보수정권보다 더 나은 게 뭐냐’는 비판이 나오는 데는 고위공직자 도덕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법 개혁,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같은 개혁안도 국회에서 막혀 버리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민정수석실 내부 기강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일이다.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사태 등을 처리하는 정무 감각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의중보다 ‘국민의 눈높이’이라는 제3자의 관점에서 국정을 보면 ‘솔로몬의 역설’을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