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는 조 국 전 법무부장관이 좋아하는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레비는 대표작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전체주의 비판을 바탕으로 한 ‘신철학’을 주창한 참여지식인이다.


 조 전 장관은 오래 전 한 칼럼에서 레비의 다른 저서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의 제목을 빌려 좌파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조 전 장관은 이 글에서 “설사 누가 나를 ‘좌파 부르주아’라고 부르며 폄훼할지라도, 나는 의식적으로 왼편에 서서 나의 존재에 대한 ‘배신’을 계속하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나는 사회주의자다”라고 했다.


 ‘우울한 좌파’라는 별명을 지닌 레비는 이 책에서 “오늘날의 좌파는 인권, 자유와 평등, 진보와 성장, 분배와 복지 등 좌파가 중시했던 가치를 잊어버렸다”고 슬퍼했다. 그는 이런 말로 자신이 속한 좌파를 통타했다. “불의가 아무리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을지라도, 혹은 그것을 바로잡는 데 아무리 많은 비용이 든다 할지라도 좌파에게 중요한 건 도덕이다.”

                                                                       

         
 여전히 진행형인 ‘조국사태’와 추미애 현 법무부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의혹을 다루는 진보정권과 팬덤의 행태는 레비를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두 전·현직 법무장관에 대한 무리한 옹호는 한국 사회의 정의와 상식의 기준을 파괴한다. 집권여당에서는 현직 법무장관 아들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 국 옹호 움직임까지 다시 일고 있다. 내년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조국 표를 얻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온다.


 지난달 나온 ‘조국백서’의 조 전 장관 옹호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조국백서는 조 국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을 ‘견강부회’하기에 여념이 없다. ‘자녀 입시와 관련한 이 사건은… 사회적 연줄망 안에서 작동하는 우리 사회의 평균적 욕망 실현 방식과 비교하면 특별히 부도덕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이렇게 두둔한다. ‘재테크와 관련해서는 투자에 안목이 있는 친인척이나 지인, 하다못해 은행창구 직원의 도움이라도 받는 게 상식이다.’


 문재인정부 198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사모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조 전 장관 외에 왜 아무도 없는지는 무시해버린다. 고위공직자 비위를 감시하는 최고책임자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처럼 무심해도 되는가 싶은데도 말이다. 필진은 조 전 장관이 오랫동안 설파하면서 명성을 쌓은 철학과 정반대의 논리를 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조국백서의 결정적인 위선은 개혁 인물에겐 잘못이 있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궤변적 발상이다. ‘예부터 지배세력 내 개혁 운동가들은 한편으로 자기존재 자체에 주어진 혜택을 받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율배반적 면모를 보이곤 했다. 이런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비난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사건은 “소설 쓰고 있네”라며 일축해온 장관 자신이 일을 더 키우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뒤늦게, 그것도 페이스북을 통해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흠집난 도덕성은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를 무마하려는 집권여당의 비상식적 벌떼 대응은 논리가 꼬여 도리어 사과하고 자책골을 넣는 희극을 낳았다. 공익제보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범죄자로 매도하는 황 희 의원의 언행은 국회의원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역풍을 불러왔다. 박근혜정부 때 우병우 민정수석 아들의 ‘꽃보직 스캔들’을 일제히 비난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호위무사처럼 방어하는 모습이 희극 같다는 게 평범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공교롭게도 정의와 공정을 주 업무로 삼는 두 전·현직 법무장관의 처신은 위법 여부를 넘어서는 도덕적 중대 사안이다. 국민의 평범한 삶에 좌절과 상처를 주는 특권과 반칙의 시대는 반드시 끝내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의 다짐에 금이 가게 한 일이다. 소시민들은 여전히 법무장관 추미애의 공정과 정의는 무엇인지 물을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도덕성이 살아야 정의도 살 수 있고, 무너진 원칙도 다시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뭘 덧붙인다면 사족이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

 

 


Posted by 김학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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