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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남북한의 고민, MZ·장마당 세대

  남북한 모두 요즘처럼 2030세대가 나란히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없는 듯하다. 남한에선 MZ세대, 북한에선 장마당세대로 불리는 청년층이 2030세대다. 남북한 집권층에게 다 같이 걱정스럽고 두려운 존재다. 이들의 최대 관심사가 ‘돈벌이’라는 것도 같다. 탈이념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북한에서 장마당세대가 돈에 여념이 없게 한 것은 체제 모순이고, 남한에서는 집권층의 부동산·경제정책 실패가 MZ세대의 광적인 재테크 열풍을 부추겼다.


 북한의 장마당세대는 여태껏 보지 못한 변화의 원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자신과 같은 장마당세대의 충성심 이반이 가장 무서운 체제 위협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3주년인 4월27일부터 사흘간 기념행사가 아닌 장마당세대 조직인 청년동맹 제10차 대회를 5년 만에 평양에서 대대적으로 열어 기강잡기에 나섰다. 청년동맹은 노동당 외곽 기구 가운데 최대 규모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초 당세포비서대회에서 장마당 세대의 ‘인간개조론’을 언급해 시선을 모았다. 청년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뜯어고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 19 같은 나라 안팎의 위기요인 속에서 외부문화 유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젊은 층을 단속하겠다는 내심이 투영됐다.

                                                                               


 북한이 일당독재국가인데도 당이 2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고 한다. 노동당과 장마당이 그것이다. 장마당 세대는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다. 여기에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노동당과 국가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특성을 보여준다. 북한 인구의 14%가량인 장마당 세대는 어릴 때부터 장마당을 통해 남한의 노래와 드라마를 비롯한 외부 문물을 받아들여 왔다. 


 북한에선 돈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 일상화됐다. 직업선택에서도 돈이 우선순위이고, ‘투잡(겹벌이)’이 정상이다. 장마당 세대가 북한 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하면서 시장화 확산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에 저항하는 의식들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낡은 주입식 정신교육으로 가치관이 다른 북한 청년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한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4·7 재보궐선거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집권당 표밭이었던 MZ세대가 1년 만에 등을 돌렸다. 이들이 내년 대통령선거판까지 바꿀 것으로 보이자 정치권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 MZ세대는 사회 전반의 불공정에 가장 크게 분노한다. 치솟는 집값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자신들의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좌절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대학생들마저 지난해 주식 광풍을 타고 ‘동학개미’ 대열에 합류한 데 이어 가상(암호)화폐 투자에 목숨을 거는 듯한 모습을 기성세대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MZ세대의 투자 열풍은 ‘아트테크’(미술품 투자)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월급을 아껴 모으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었던 세대는 월급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MZ세대의 절박감을 모른다. 불공정에 분노하는 이들은 ‘투자는 공정하다’는 명제에는 선뜻 동의한다. 투자는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자신의 선택이고, 금수저든 흙수저든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공정하다고 여긴다.


 가상화폐에 빠진 MZ세대는 “가보자. 어차피 인생은 한강 물 아니면 한강 뷰다”라는 말을 처연하게 되뇐다고 한다. 가상화폐 투자로 한몫 벌면 한강 풍경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살 수 있고, 실패하면 한강 물에 빠져 죽는다는 자조적인 언어다.


 정치권은 MZ세대의 분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보궐선거 도중 여당 후보가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다”라고 말해 한차례 논란을 불러왔다. 선거에 참패하고 나서도 한 여당 인사는 “(청년들이) 이명박·박근혜 교과서를 보고 커서 역사의식이 없다”고 가르치려 해 다른 당 MZ세대 국회의원으로부터 타박을 들었다.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가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이 알고, 다음 세대보다 더 현명하다고 믿는다.”고 했던 조지 오웰의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전체 인구의 33%가량을 차지하는 남한의 MZ세대 역시 과거 역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이념에 대한 관심도 적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화폐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4만 명(4월 30일 기준)을 넘어선 것도 심상치 않은 현상이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인 MZ세대가 분노한 것은 이 대목이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 줘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청원인의 주장에는 날이 서 있다.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가르치려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투자와 빚투(빚내서 투자하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지만 MZ세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희망의 사다리’,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사회’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눈앞에 보이는 표만 모으겠다는 단기전략으로는 2030세대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게다. 시대변화를 슬기롭게 수용하는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진정성만이 청년들의 미래를 구원할 수 있다.

 

                                                                                                    이 글은 내일신문 칼럼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