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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대통령의 홍보부족 타령 박근혜 대통령의 정부 홍보부족 타령은 조금 유별나다. 언론이 크게 부각하지 않아 일반 국민의 체감온도는 낮지만, 박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홍보 불만을 쏟아놓는다. 공직사회는 홍보 노이로제가 걸려 있을 정도다. 지난달 중순 출범한 2기 내각에 박 대통령이 특별히 주문한 것도 바로 ‘정책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는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데 10%의 힘을 기울였다면 나머지 90%는 홍보와 점검에 쏟아주길 바란다.” 임명장을 준 뒤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 때도 홍보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역설했다고 한다. ‘90% 가운데 홍보가 40%, 점검이 50%’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덧붙였다는 뒷얘기도 들린다.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 더보기
불신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끝내 낙마한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뜻을 몰라 쩔쩔매던 모습은 박근혜 정부의 현주소를 간접적으로 상징하는 듯하다. 배석한 교육부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답변하자, 한 국회의원은 “무신불립의 뜻까지 직원들로부터 답을 얻어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직역하면 ‘믿음이 없으면 설수 없다’는 의미인 이 말은 ‘논어’ 가운데서도 유명한 구절이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국방을 튼튼히 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자공이 그 가운데 하나를 버린다면 무엇이냐고 하자 공자는 군대라 했고, 또 하나를 버린다면 뭐냐고 묻자 식량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공자는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차알디니는 사람들이 승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대상은 대학생들이었다. 그는 미식축구 경기를 보고 나온 학생들에게 경기 결과를 설명해 보라고 주문했다.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자기 대학이 승리했던 경기에 대해, 나머지 절반에게는 패배한 경기에 관해 설명하도록 했다. 이긴 경기를 설명하는 학생들은 “우리가 이겼어요!”라는 등의 표현으로 ‘우리’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이와는 달리 진 경기를 얘기하는 학생들은 “그들(선수들)이 졌습니다”는 표현을 주로 썼다. 차알디니는 사람들이 승자와는 자신을 연결시키려 하고 패자와는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듯 사람들은 ‘패배’를 받아들이기 싫어하고 자기 잘못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주식투자자들이 주.. 더보기
선거민심 오독이 낳은 치명상 민심에 격랑이 일고 있는 까닭은 지도자가 선거 결과를 잘못 읽은 탓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이 40%대 초반으로 급락한 것은 직접적으론 최근 인사실패의 귀결이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박 대통령이 6·4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흘린 눈물이 통했다고 여긴 것이다. 기존의 인사 철학을 바꾸지 않은 것도 이런 안이함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심정으로 ‘국가개조’를 다짐했다. 적폐 타파와 국정 혁신은 민심의 지지 없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개혁 추진을 위한 지지율의 심리적 방어선이 40%라고 본다. 그 방어선 붕괴가 눈앞에 다가왔다.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 여론조사결과, 박 대통령.. 더보기
공직사회의 여의봉 “현행법상 문제없다” 국회의원이 지방의회의원 등으로부터 고액의 후원금을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여기에 동의한다. 국회의원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공직 후보자들로부터 많은 액수의 후원금을 받는 건 윤리와 대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현행법상 문제없다”는 한마디로 논란은 ‘끝’이다.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이 변호사 개업 5개월 만에 16억 원을 벌어들인 것도 ‘전관예우 금지법’을 교묘하게 피해간 결과다. 역시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는 말로 끝난다. ‘5개월 16억 수임료’는 전관예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이구동성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엔 여론도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2011년 정규섭 마산회원구청장이 임기 도중 사임 후 엿새 만에 ㈜.. 더보기
'작은 영웅들의 전당’을 세우자 살만한 세상은 정치 지도자나 고관대작들이 아니라 평소엔 드러나지 않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만든다는 게 세월호 참사에서도 명징해졌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 게, 선원은 맨 마지막이야”라고 말했던 아르바이트 승무원 박지영 씨. 결혼을 앞두고서도 자신들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승객들의 탈출을 도운 동갑내기 커플 김기웅·정현선 씨.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라고 했던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씨. 더 많은 제자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남윤철·최혜정 교사를 비롯한 단원고 선생님들.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정차웅 군. 이 작은 영웅들의 고귀한 희생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군상(群像)은 염치와 책임을 바닷물에 던져버린 이들이다... 더보기
미래세대가 원하는 국정개혁을! 박근혜 대통령은 ‘미래’라는 낱말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가 이끄는 조직에는 어김없이 ‘미래’란 단어가 들어간다. 2002년 이회창 총재의 한나라당을 탈당해 만든 당부터 ‘한국미래연합’이다. 2010년에 띄운 대통령선거용 싱크탱크 이름은 ‘국가미래연구원’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부처도 ‘미래창조과학부’다. 청와대에도 ‘미래정책수석비서관’ 자리를 신설했다. 현실은 이런 명분적 의지와 정반대다. 박 대통령은 유독 미래세대로부터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그 폭은 훨씬 확장됐다. 가장 최근의 갤럽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전반적인 긍정 평가도 46%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 50%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특히 20대와 30대의 부정 평가는 각각 53%와 .. 더보기
세월호는 김영란법을 애타게 부른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개조론이 절실할 만큼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허점을 발가벗겨 보여줬다.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국무총리의 기자회견에서도 켜켜이 쌓인 폐단이 자성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다양한 비리와 잘못된 관행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그런 적폐들이 시정되어서 더 이상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 총리가 맹성(猛省)한 비리와 나쁜 관행의 심연에는 공직사회의 무책임과 부정부패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썩은 뇌물공화국의 하나로 꼽힌다. 2013년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부패인식지수에서 34개 회원국 중 27.. 더보기
뺄셈정치 속의 통일대박론  문득 가정법 질문 하나가 뇌리를 스쳐간다. 남북 통일이 이뤄지면 우리는 15년 안에 북한 출신 대통령(최고지도자)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공산주의 독재체제의 동독 출신 정치인을 총리로 선택한 독일처럼 말이다. 통일의 낌새도 보이지 않는 터에 부질없는 생각이라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물음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는 한 나라의 관용성 척도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통일독일의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것은 통독 후 15년만의 일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미 통독 10년째 되던 2000년부터 보수야당이던 기독교민주당 당수를 맡아왔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고한 메르켈 총리의 한마디는 매우 시사적이다. “(통일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사람들을 만나게.. 더보기
푸들에게 진돗개 정신을? 푸들은 영리하고 애교만점인 반려견의 상징이지만 정치지도자나 고위공직자의 별명이 되면 달갑잖은 오명으로 표변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총리,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푸들 정치인이란 별명의 대표주자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잘도 따랐기 때문이다. 블레어는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그에게는 나라 안팎에서 ‘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이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아 있다. 노동당에 우호적인 신문인 데일리 미러조차 노동당 출신 총리인 그를 ‘블레어 총리’(PM Blair)라는 표현 대신 ‘푸들 블레어’(Poodle Blair)라고 썼다. 블레어가 총리직에서 물러날 당시 이를 의식한 부시가 적극 두둔하고 나섰지만 깊은 낙인이 사라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