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톺아보기-칼럼

이완구 이전과 이후 “이완구도 인사청문회 통과하고 국무총리가 됐는데 나는 왜 안 되느냐.” 앞으로 국무총리는 물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고위공직자 후보들 가운데 이렇게 하소연하면 국회의원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 수위가 이완구 총리보다 조금이라도 낮으면 말이다. 대통령이 흠집투성이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수첩인사’로 밀어붙일 경우 대책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인준을 통과하고 취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완구 총리는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본받지 말아야할 대표적인 인물이다. ‘길어봤자 49일’이라는 일본속담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완구의 만신창이 전력(前歷)도 잊힐 게다. 그럼에도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이완구처럼 잔꾀로 출세하고 재산을 모아야 떵떵거리고 ..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면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말을 했다는 기록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좋아하는 말에 속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직전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을 때 외에는 이 낱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라는 뜻을 지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수와 기득권층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열쇳말(키워드)이다. 그럼에도 박대통령은 물론 우리나라 보수진영은 이 말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마음속에 켕기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발탁하는 고위 인사들은 대부분 노블레스 오블리주 덕목과 거리가 멀다. 그.. 더보기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인식 간극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원인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소통미흡’이다. 취임 초 첫 손가락에 오르던 인사실패와 순서가 바뀌었지만, 불통(不通)과 인사실패는 무관하지 않다.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 불통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스멀스멀 나온다. 소통에 대한 인식부터 대통령과 국민이 천양지차라는 게 확연해졌기 때문이다. 소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임에도 인식의 기본부터 아귀가 서로 맞지 않는다. 생각의 괴리는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주말 서둘러 발표한 국무총리 교체와 청와대 인사 개편내용에서도 새삼 드러난다. 국민은 대통령이 직접 다방면에 걸쳐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기를 원하지만 대통령은 내각이나 청와대 특보(특별보좌관)를 통해 ‘대리소통’.. 더보기
‘국제시장’ 세대의 추억 vs ‘미생’ 세대의 절망 연말연시를 달구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과 드라마 ‘미생’은 한국 사회의 세대 정서를 표징하는 문화콘텐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념이나 갈등요소를 빼놓고 즐기자는 주문이 많지만, 정치와 사회는 그냥 두지 않는다. 나무가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멎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진영논리나 세대갈등을 부추기지 말자면서 은근히 싸움을 붙이는 시누이 같은 이들도 적지 않다. ‘국제시장’이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해 온 장년들에게 최루성 회억으로 다가가는 것은 분명하다. “영화 ‘국제시장’의 한국인 세대는 위대했다.” 보수 진영의 대표 논객이라고 자부하는 한 원로언론인은 이처럼 강렬하게 표현했다. “오랜만에 꼭 보고 싶은 영화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띄운 언론인도 있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떴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에 .. 더보기
적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 미국 언론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붙여준 별명은 ‘검은 링컨’이다. 오바마는 21세기 ‘링컨의 부활’이라고 할 정도로 에이브러햄 링컨의 길을 좇는다. ‘노예해방’을 단행한 링컨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탄생하는 시발점이 된 사실을 떠올리면 너무나 당연한 듯싶다. 하지만 반드시 그 때문만은 아니다. 통합과 관용의 정치철학을 지녔던 링컨의 리더십이 안성맞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게 더 큰 요인이다. 오바마는 링컨의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바마가 일리노이 주에서 정치에 입문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취임식 때 링컨처럼 필라델피아에서 ‘통합의 열차’를 타고 워싱턴에 입성했다. 그는 취임선서 때도 링컨이 사용했던 성경에 손을 얹었다. 역대 대.. 더보기
‘내적 소모효과’의 최적 모델, 정윤회 사건 정윤회 씨 국정개입의혹 사건의 전개 양상을 보노라면 게잡이 어부의 바구니 속에 담긴 게들을 연상하게 된다. 게가 한 마리일 때는 쉽게 기어 나온다. 이때는 반드시 바구니 뚜껑을 덮어야 한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 잡아넣으면 뚜껑이 필요 없다. 서로 엉켜 절대로 기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 한마리가 바깥으로 나가려 하면 나머지 게가 집게발을 이용해 밑으로 끌어내린다. ‘게가 엄지발을 떨구고 살랴’는 속담이 있을 만큼 게의 집게발은 강력하다. 다른 게가 출구에 다다를 때쯤이면 또 다른 게가 끌어내린다. 자기만 올라가 살려는 본성이 나타나서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모든 게가 기진맥진해 거품을 내뿜으며 포기할 수밖에 없다. 구성원이 장기적인 공동 이익을 도외시하고 눈앞의 자기이익에만 급급하면 모두가 죽는다.. 더보기
새 교육문화수석에게 기대해도 좋을까? 지난 주 장·차관급 인사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인사의 초점과 논란의 대상이 단연 국가안전처 장·차관과 인사혁신처장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자리에 발탁된 김상률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가 교육문화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어서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건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기용하던 인물성향과 다른 점이다. 추천 경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더러 있으나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의 전공분야와 언행, 대외활동 같은 것들이 주류와 거리감이 있거나 진보적인 성향에 가까워 정권과 코드가 같지 않은 사실이 눈길을 끈다. 김 수석은 미국문학사 외에 미국소수자문학,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등 진보적 사상을 연구하고 가르쳐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대학의 시장화와 .. 더보기
전투에선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지도자라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평생 잊지 않고 실천한 지도자다. 만델라는 1994년 실시된 남아공 최초의 자유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하자마자 지긋지긋한 아파르트헤이트(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를 청산하고 흑백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게 조국의 최급선무라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했다. 백인 정권과의 투쟁과정에서 처절했던 27년간의 감옥살이는 잊었다. 그는 전환점을 이듬해 6월 자국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대회로 잡았다. 럭비는 남아공에서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이었다. 때마침 남아공과 뉴질랜드가 월드컵 결승에서 맞붙었다. 만델라가 백인 문화의 상징인 럭비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럭비대표팀의 별칭 ‘스프링복스’ 유니폼인 녹색·황금색 .. 더보기
이순신 장군 표준영정 논란 율곡 이이의 초상이 담긴 5천원권 지폐가 1972년 처음 발행되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율곡의 얼굴이 갸름하고 콧날도 오뚝해 서양사람 같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술 부족으로 화폐의 원판 제작을 외국에 맡겨야 했다. 이를 대행했던 영국의 토머스 데라루 사가 은연중에 서양인 얼굴을 닮은 율곡을 만든 것이다. 그렇잖아도 역사적 인물의 동상이나 영정을 제작할 때마다 모습이 차이가 나 물의를 빚는 일이 잦았다. 그러자 정부는 1973년 선현(先賢)의 동상 건립과 영정 제작 때 표준영정만 사용하도록 제도화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윤주영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하는 형식을 취했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문화공보부는 ‘동상·영정심의위원회’를 만들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 더보기
일본의 극우, 한국의 극우 올해 노벨 평화상 발표를 보고 속으로 가장 기뻐한 사람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닐까 싶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9조’가 탈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가 공표한 수상 예측 리스트에 ‘일본 헌법 9조’가 1위에 올라 아베 총리는 내심 걱정이 태산 같았을 게다. ‘일본 헌법 9조를 지키는 일본국민’이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면 아베 총리가 떨떠름한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을 것이다. 헌법 9조 개정을 공약으로 내건 아베가 집권하자 ‘헌법 9조 노벨평화상 수상 운동’을 처음 시작한 한 일본 전업주부가 그를 대표 수상자로 찍어서다. ‘일본 헌법 9조’가 예상 후보 1위에 오른 데에는 이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한 아베의 극우 노선에 대한 세계인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