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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블랙 호크 다운’과 세월호 특별법 개정 1993년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미군 블랙 호크 61 헬기가 적진 한가운데서 격추된다. 군벌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가 이끄는 반정부 무장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이디드 군벌이 굶주림에 시달리던 소말리아 국민을 위한 유엔의 구호품마저 가로채는 등 만행의 도를 넘자, 미군은 유엔 다국적군과 함께 토벌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구출작전 도중 또 다른 블랙 호크 64 헬기가 민병대의 공격을 받고 추락한다. 미 육군의 특수부대 델타포스 저격수 2명이 헬기 추락지로 접근하다 민병대에 사살되고, 헬기 조종사 마이클 듀란트는 생포된다. 그러자 미국은 생포 병사를 구조하고, 전사자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더 많은 희생자를 낼 각오를 하고 특수부대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이 작전으로 애.. 더보기
박근혜식 제론토크라시의 폐해 , 올 2월 말 신민당 대표를 지낸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이 94세로 타계하자 93세인 권이혁 전 보건사회부 장관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자 역대 최고령 기관장 취임이 아니겠느냐는 뒷담화가 흘러 나왔다. 주목할 만한 자리는 아니지만, 뒷담화에는 장관만 세 번 지낸 후 거의 끊임없이 관변·민간 기관장을 역임해 온 권 이사장의 관운에 대한 부러움과 시새움도 섞여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김기춘 역대 최고령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출한데다 다른 요직에도 그와 흡사한 70대 이상 고령 인사가 다수 기용됐던 터라 이래저래 노인정치나 노인지배체제를 의미하는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가 새삼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명 때 나이만 보더라도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75세, 유흥수 주일 대사 77세, 이명.. 더보기
권도정치 9단 박지원과 국민의당 유권자들이 절묘한 균형추를 만들어준 20대 총선 이후 여의도 정가에 새로 떠오른 화두의 하나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권도정치’(權道政治)다. 여소야대 정국에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위상이 낳은 것이지만, 세 번째 원내대표를 맡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운 박지원 의원이라는 주인공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박지원 주의보’까지 발령했을 정도다. 더민주 안민석 의원은 최근 “권도정치 9단인 분이 세 번째 원내대표가 되셔서 대한민국 국회가 박지원 의원의 권도정치에 휘둘릴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고 논평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공감을 표시했다. “박 원내대표가 새누리당이고 더민주고 쥐었다 폈다 할 것”이라며 “각 정당들이 주관성이나 주체성, 일관성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처음부.. 더보기
금반지 대신 금수저, 돌잔치 선물 변화의 정치사회학 풍습은 세태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아기 돌잔치 선물로는 금반지가 대세였다. 여기에는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라는 소망과 음양오행의 지혜가 담겼다. 아이들은 발육 상태가 좋아 오장육부 가운데 간과 쓸개가 매우 강하다. 오행의 목(木) 기운이 넘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목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면, 위장의 기능이 약화돼 모유조차 토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금반지를 몸에 지니면 금(金) 기운으로 목 기운을 낮출 수 있다. 훗날 돈이 필요하면 요긴하게 쓰라는 다목적 의미도 내포됐다. 최근 들어 아기 돌잔치나 백일잔치 때 흔히 선물하는 금반지보다 금수저의 판매량이 많아졌다고 한다. 언론조차 주목하지 못한 세태변화다. 지난해 최고의 신조어로 꼽힌 ‘금수저·흙수저’가 낳은 상술의 산물인데다 배경을 캐 .. 더보기
세월호 참사 2주기와 대통령 심기 경호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의 기피단어 1호다. 대통령 앞에서는 ‘세’자도 꺼내지 않는 분위기다. 세월호를 떠올리는 말까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게 정부 여당의 인사들이다. 권력기관이나 새누리당 간부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된 일을 저지하면 엄청난 과업을 이룬 것처럼 청와대를 바라본다. 애국세력을 자처하는 관변단체들은 세월호 얘기만 나오면 벌떼처럼 나선다. 이런 형편이니 닷새 앞으로 다가온 세월호 참사 2주기는 유가족이나 단원고, 일부 뜻있는 시민들과 단체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채비할 뿐이다. 임박한 4·13 총선에서 야당조차 형식적인 이슈로만 삼는 것 같다. 정부는 오는 16일 ‘제2회 국민안전의 날’ 행사를 ‘세월호 지우기’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이 행사는 국민안전처 장관과 해경·소방·행정 직.. 더보기
정치인과 부끄러움, 영화 ‘동주’ 애잔하게 폐부를 찌르는 영화 ‘동주’를 관류하는 단어는 ‘부끄러움’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없이 창씨개명한 윤동주 시인은 후쿠오카 감옥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부끄러움을 안고 산다. 식민지 지식인은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참담해 한다. 동주는 행동하지 않고 시를 써야 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행동하는 지식인 고종사촌 송몽규는 동주에게 부끄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청년 동주를 만난 시인 정지용은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거지.” 그래서 영화는 부끄러움을 일깨워준 영혼의 거울로 승화한다. 사람이 금수(禽獸)와 다른 점의 하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지닌 것이라고 맹자가 일찍이 사단설(四端說)에서 가르.. 더보기
영화 ‘귀향’ 열풍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기적’이라는 표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이 지난 주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자 나온 반응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여서 18일 만에 이 정도의 관객을 모은 건 기적임에 틀림없다. 참아내기 어려운 민족의 고통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고 있어 감독도 한때 개봉을 포기하려 했을 만큼 영화는 참혹하다. 위안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촬영 내내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7만5000명에 가까운 개미 후원자들의 뜨거운 정성과 배우·제작진의 재능기부가 없었으면 빛을 보기 힘들었던 ‘작은 영화’여서 더욱 슬픈 감동을 불.. 더보기
테러방지법 없어 테러 못 막는다고? 경비지도사 자격시험은 노후 대비와 취업난 시대를 헤쳐 나가는 인기 종목의 하나다. ‘경비지도사 한권으로 끝내기’ 같은 수험서적은 물론 교육방송(EBS)에서 관련 강좌를 운영할 정도다. 인터넷 강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경한 경비지도사는 신변 보호, 국가중요시설 방호, 시설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원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다. 경비지도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개정될 때마다 인터넷에서 ‘개정문을 올리니 참고하세요’라는 안내문을 곧바로 발견하곤 한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해 온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황 총리는 그에 앞서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 더보기
젊은이를 위한 정치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 2005년 미국에서 열여덟 살 고교 3년생이 시장에 당선해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한국에서라면 투표권(선거권)도 없는 청소년 마이클 세션즈가 51세의 현역 시장 더글러스 잉글스를 2표차로 이겼기 때문에 더욱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인구가 적은 미시간 주 힐스데일 카운티지만, 선거 당시 후보의 나이가 그리 큰 쟁점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오히려 젊은이가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열정어린 선거 운동을 펼친 것에 감명 받았다고 한다. 세션즈는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시장직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보다 앞서 독일에서는 2002년 열아홉 살 여성 안나 뤼어만이 녹색당 비례대표로 연방 국회의원에 선출돼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 신기록을 세웠다. 녹색당이 뤼어만을 비례 대표로 공천한 건 단지.. 더보기
B-52 전략폭격기 vs 평화협정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나흘만인 10일, 미국은 예상보다 일찌감치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동으로 무력시위에 나섰다.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첫 대응조치를 취한데 이은 두 번째 한·미연합 전술 카드다. 이날따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기사로 마치 18번 애창곡 같은 ‘평화협정 체결’ 촉구로 속내를 드러냈다. 평화협정은 북한의 숙원이자 핵무장의 역설적인 핑계다. 북한으로서는 4차 핵실험이 강도 높은 평화협정 체결 압박 카드인 셈이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미군 B-52 폭격기는 ‘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명을 지녔을 만큼 위협적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13~14배 위력을 지닌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가운데 하나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