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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치킨호크 ‘법무총리’ 후보자 오늘부터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는 야누스의 얼굴을 닮았다. 법과 양심의 잣대가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겐 한없이 관대하다. 남에게 매서운 원칙을 들이댄 그의 삶은 편법·탈법·반칙투성이로 얼룩졌다. 남들에겐 철저하게 적용하는 애국심과 국가관도 정작 본인에겐 느슨하고 형식논리에 급급하다. 그의 프로필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공직자다. 실제로 그는 준엄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하고 ‘미스터 국가보안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청와대도 그를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운다.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강요하는 황 후보자는 막상 의심쩍은 병역.. 더보기
사전에 등재된 국해의원(國害議員) 한 고등학교에서 한자능력시험을 치렀다. ‘다음에 열거되어 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를 통폐합해 하나의 사자성어로 표현하시오. 마이동풍(馬耳東風), 우이독경(牛耳讀經), 후안무치(厚顔無恥), 용두사미(龍頭蛇尾), 조령모개(朝令暮改), 일구이언(一口二言), 횡설수설(橫說竪說), 중구난방(衆口難防), 갑론을박(甲論乙駁), 당동벌이(黨同伐異), 우왕좌왕(右往左往), 이합집산(離合集散), 풍전등화(風前燈火), 유야무야(有耶無耶), 오합지졸(烏合之卒), 안하무인(眼下無人), 막무가내(莫無可奈), 안면박대(顔面薄待), 부정축재(不正蓄財), 뇌물수수(賂物授受), 책임회피(責任回避), 일단부인(一旦否認)’ 답을 제대로 쓴 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 학생은 장학금을 받아 중국유학을 가게 됐다. 정답은 국회의원(國會議員).. 더보기
개구리와 6070 정치 사람들은 곧잘 애꿎은 개구리를 비판의 도구로 삼는다. ‘냄비 속의 개구리’라는 그럴듯한 예화가 대표적이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이 담긴 냄비에 넣으면 금방 뛰쳐나오지만 차가운 물이 담긴 냄비에 넣은 뒤 서서히 데우면 뜨거운 줄 모르고 그 안에서 죽고 만다는 얘기다.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과 조직을 비판할 때 비유하곤 한다. 이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줄기차게 인용된다. 잘못 알려진 지식임에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과 언론, 인터넷의 전파력이 낳은 부작용이다. ‘냄비 속의 개구리’ 일화는 19세기에 했던 한 과학자의 실험이 잘못 전해져 오늘날까지 내려온다. 그 후 수많은 실험 결과, 정상적인 개구리는 어느 정도 온도가 높아지면 냄비에서 뛰쳐나온다. 개구리가 뇌사 상태.. 더보기
시기와 순서가 중요한 정상외교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은 남다르다. 그의 지지자들도 그것만큼은 추호의 의심을 품지 않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운동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애국심을 믿어달라고 할 정도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서도 선거 세일즈 포인트의 하나로 여긴다는 뜻이 담겼다. 김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에도 “지금 정치인 중에서 박근혜만큼 애국심이 깊은 사람은 없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한참 뒤떨어진다”고 비교했다. 박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국민에게도 애국심을 다그치듯 당부한다. 사관학교 졸업식 때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청와대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 때면 ‘불타는 애국심’까지 주문하곤 한다. 블록버스터 영화 ‘국제시장’에서 부부싸움 도중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국기에 대한 경례.. 더보기
성완종, 박근혜, 리콴유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메모와 인터뷰 육성녹음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올려야할 사람은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다. 최근 타계한 리콴유야말로 박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의 장례식에 참석한 첫 사례로 리콴유를 선택한 것도 그런 상징성이 크다. 리콴유의 가장 탁월한 업적이 부정부패를 서릿발같이 다스려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가장 청렴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만든 일이다. 싱가포르가 세계 최상위권 부자국가로 우뚝 선 것은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을 일벌백계로 척결한 덕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그 비결은 자신과 최측근에게 한층 더 엄격한 법의 잣대를 적용해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낸 데 있다. 1995년 리콴유의 부.. 더보기
거꾸로 가는 언론·표현의 자유 18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에선 정부를 비판하는 일은 무엇이든 범죄행위였다. 말이든 문서로든 정부를 비판하면 모두 처벌 대상이 됐다. 국왕의 권위를 하늘처럼 여기는 ‘보통법’(Common Law)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진실이 더 클수록 명예훼손도 그만큼 커진다’는 발상까지 담고 있었다. 진실할수록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여기에 도전한 이들은 ‘케이토’라는 필명으로 편지 형식의 연재 에세이를 쓴 정치철학자 존 트렌처드와 토머스 고든이었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운영되려면 국민에게 언론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정부정책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 사상이다. 두 사람은 1720년 ‘진실이 명예훼손의 방어기제가 돼야 한다’는 혁명적인 생각을 처음 전파했다. .. 더보기
'가장 안전한 서울 한복판 미국 대사 테러’ 테러 행위는 당초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불똥이 튀기 일쑤다. 모든 테러리즘은 정치적 목적과 동기, 폭력 사용과 위협, 심리적 충격과 공포심 유발, 소기의 목표나 요구 관철 같은 4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무모한 극단주의자의 테러도 미국에 대한 충격보다 외려 부머랭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올 개연성이 더 크다. “전쟁 훈련 때문에 남북 이산가족이 못 만나지 않느냐. 키리졸브 훈련에 반대한다.” 미국 대사에게 겁만 주기 위해 칼을 휘둘렀다는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테러의 파문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우려로 퍼져 나갔다.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동맹국 서울 한복판에서 미국 대사 테러가 있었다.” “어떻게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괴한이 대사의 얼굴에 칼로.. 더보기
이완구 이전과 이후 “이완구도 인사청문회 통과하고 국무총리가 됐는데 나는 왜 안 되느냐.” 앞으로 국무총리는 물론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고위공직자 후보들 가운데 이렇게 하소연하면 국회의원들은 할 말이 없게 됐다. 후보자의 도덕적 흠결 수위가 이완구 총리보다 조금이라도 낮으면 말이다. 대통령이 흠집투성이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수첩인사’로 밀어붙일 경우 대책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인준을 통과하고 취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완구 총리는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 본받지 말아야할 대표적인 인물이다. ‘길어봤자 49일’이라는 일본속담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완구의 만신창이 전력(前歷)도 잊힐 게다. 그럼에도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대한민국에서 이완구처럼 잔꾀로 출세하고 재산을 모아야 떵떵거리고 .. 더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면할까?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동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이 말을 했다는 기록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좋아하는 말에 속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직전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을 때 외에는 이 낱말을 거의 쓰지 않았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라는 뜻을 지닌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보수와 기득권층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열쇳말(키워드)이다. 그럼에도 박대통령은 물론 우리나라 보수진영은 이 말을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마음속에 켕기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발탁하는 고위 인사들은 대부분 노블레스 오블리주 덕목과 거리가 멀다. 그.. 더보기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인식 간극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원인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소통미흡’이다. 취임 초 첫 손가락에 오르던 인사실패와 순서가 바뀌었지만, 불통(不通)과 인사실패는 무관하지 않다. 지난 2년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보면 불통 기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스멀스멀 나온다. 소통에 대한 인식부터 대통령과 국민이 천양지차라는 게 확연해졌기 때문이다. 소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임에도 인식의 기본부터 아귀가 서로 맞지 않는다. 생각의 괴리는 신년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주말 서둘러 발표한 국무총리 교체와 청와대 인사 개편내용에서도 새삼 드러난다. 국민은 대통령이 직접 다방면에 걸쳐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기를 원하지만 대통령은 내각이나 청와대 특보(특별보좌관)를 통해 ‘대리소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