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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톺아보기-칼럼

금반지 대신 금수저, 돌잔치 선물 변화의 정치사회학 풍습은 세태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아기 돌잔치 선물로는 금반지가 대세였다. 여기에는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라는 소망과 음양오행의 지혜가 담겼다. 아이들은 발육 상태가 좋아 오장육부 가운데 간과 쓸개가 매우 강하다. 오행의 목(木) 기운이 넘친다는 의미다. 하지만 목의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면, 위장의 기능이 약화돼 모유조차 토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금반지를 몸에 지니면 금(金) 기운으로 목 기운을 낮출 수 있다. 훗날 돈이 필요하면 요긴하게 쓰라는 다목적 의미도 내포됐다. 최근 들어 아기 돌잔치나 백일잔치 때 흔히 선물하는 금반지보다 금수저의 판매량이 많아졌다고 한다. 언론조차 주목하지 못한 세태변화다. 지난해 최고의 신조어로 꼽힌 ‘금수저·흙수저’가 낳은 상술의 산물인데다 배경을 캐 .. 더보기
세월호 참사 2주기와 대통령 심기 경호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의 기피단어 1호다. 대통령 앞에서는 ‘세’자도 꺼내지 않는 분위기다. 세월호를 떠올리는 말까지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게 정부 여당의 인사들이다. 권력기관이나 새누리당 간부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된 일을 저지하면 엄청난 과업을 이룬 것처럼 청와대를 바라본다. 애국세력을 자처하는 관변단체들은 세월호 얘기만 나오면 벌떼처럼 나선다. 이런 형편이니 닷새 앞으로 다가온 세월호 참사 2주기는 유가족이나 단원고, 일부 뜻있는 시민들과 단체만 안타까운 마음으로 채비할 뿐이다. 임박한 4·13 총선에서 야당조차 형식적인 이슈로만 삼는 것 같다. 정부는 오는 16일 ‘제2회 국민안전의 날’ 행사를 ‘세월호 지우기’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이 행사는 국민안전처 장관과 해경·소방·행정 직.. 더보기
정치인과 부끄러움, 영화 ‘동주’ 애잔하게 폐부를 찌르는 영화 ‘동주’를 관류하는 단어는 ‘부끄러움’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없이 창씨개명한 윤동주 시인은 후쿠오카 감옥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부끄러움을 안고 산다. 식민지 지식인은 시로 세상을 바꿀 수 없음을 참담해 한다. 동주는 행동하지 않고 시를 써야 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행동하는 지식인 고종사촌 송몽규는 동주에게 부끄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청년 동주를 만난 시인 정지용은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부끄러운 거지.” 그래서 영화는 부끄러움을 일깨워준 영혼의 거울로 승화한다. 사람이 금수(禽獸)와 다른 점의 하나는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지닌 것이라고 맹자가 일찍이 사단설(四端說)에서 가르.. 더보기
영화 ‘귀향’ 열풍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붐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한결같이 ‘기적’이라는 표현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그린 영화 ‘귀향’이 지난 주말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자 나온 반응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흥행과는 거리가 먼 스토리여서 18일 만에 이 정도의 관객을 모은 건 기적임에 틀림없다. 참아내기 어려운 민족의 고통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고 있어 감독도 한때 개봉을 포기하려 했을 만큼 영화는 참혹하다. 위안부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촬영 내내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7만5000명에 가까운 개미 후원자들의 뜨거운 정성과 배우·제작진의 재능기부가 없었으면 빛을 보기 힘들었던 ‘작은 영화’여서 더욱 슬픈 감동을 불.. 더보기
테러방지법 없어 테러 못 막는다고? 경비지도사 자격시험은 노후 대비와 취업난 시대를 헤쳐 나가는 인기 종목의 하나다. ‘경비지도사 한권으로 끝내기’ 같은 수험서적은 물론 교육방송(EBS)에서 관련 강좌를 운영할 정도다. 인터넷 강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경한 경비지도사는 신변 보호, 국가중요시설 방호, 시설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경비원을 효율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다. 경비지도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 개정될 때마다 인터넷에서 ‘개정문을 올리니 참고하세요’라는 안내문을 곧바로 발견하곤 한다. ‘테러방지법’ 제정을 촉구해 온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 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황 총리는 그에 앞서 범정부 차원의 대테러.. 더보기
젊은이를 위한 정치는 어디에도 없는 나라 2005년 미국에서 열여덟 살 고교 3년생이 시장에 당선해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한국에서라면 투표권(선거권)도 없는 청소년 마이클 세션즈가 51세의 현역 시장 더글러스 잉글스를 2표차로 이겼기 때문에 더욱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인구가 적은 미시간 주 힐스데일 카운티지만, 선거 당시 후보의 나이가 그리 큰 쟁점은 아니었다. 주민들은 오히려 젊은이가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걸고 열정어린 선거 운동을 펼친 것에 감명 받았다고 한다. 세션즈는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 시장직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이보다 앞서 독일에서는 2002년 열아홉 살 여성 안나 뤼어만이 녹색당 비례대표로 연방 국회의원에 선출돼 ‘세계 최연소 국회의원’ 신기록을 세웠다. 녹색당이 뤼어만을 비례 대표로 공천한 건 단지.. 더보기
B-52 전략폭격기 vs 평화협정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나흘만인 10일, 미국은 예상보다 일찌감치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동으로 무력시위에 나섰다.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첫 대응조치를 취한데 이은 두 번째 한·미연합 전술 카드다. 이날따라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기사로 마치 18번 애창곡 같은 ‘평화협정 체결’ 촉구로 속내를 드러냈다. 평화협정은 북한의 숙원이자 핵무장의 역설적인 핑계다. 북한으로서는 4차 핵실험이 강도 높은 평화협정 체결 압박 카드인 셈이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미군 B-52 폭격기는 ‘하늘을 나는 요새’라는 별명을 지녔을 만큼 위협적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13~14배 위력을 지닌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 가운데 하나다. .. 더보기
자승자박의 정치 그 옛날 영국 어느 마을의 빵장수에게 아침마다 버터를 공급해 주는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빵장수는 어느 날 갑자기 납품되는 버터가 정량보다 적은 것 같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상하게 여긴 빵장수는 며칠 동안 납품되는 버터를 일일이 저울로 달아 보았다. 걱정했던 대로 버터는 한결같이 정량보다 모자랐다. 분통이 터진 빵장수는 버터를 납품하는 농부에게 변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을 진행하던 판사는 농부의 진술을 듣고 깜짝 놀랐다. 버터를 공급하던 농부가 집에 저울이 없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판사는 농부에게 어떻게 무게를 달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농부는 빵장수가 만들어 놓은 1파운드짜리 빵의 무게에 맞추어서 버터를 잘라 납품했다고 답변했다. 빵장수가 줄인 빵의 무게에 맞추어 버터를 만들었으니 함량미달.. 더보기
기본적 자유 논란과 국가 이미지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 대학가에서 불거진 표현의 자유 논란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 자유 지수를 심각하게 곱씹어보게 한다. 그에 앞서 1·2차 ‘민중총궐기 대회’를 계기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둘러싸고 한바탕 첨예한 갈등이 빚어진 뒤끝이어서 표현의 자유는 한층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 김수영 시인의 1960년대 시 ‘김일성 만세’가 2015년 대한민국 대학가에서 대자보로 나붙은 것은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문학과 예술은 상징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 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로 시작하는 이 시는 55년 전 당시 표현의 자유와 검열을 비판한 도발적인 작품이다. 11월말 경희대에서 맨 먼저 나붙은 이 대자보는 강제 철거 때문에 오히려 고.. 더보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와 한국 민주주의의 숙제 베트남전쟁 비판이 고조됐을 당시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 사설의 위력을 ‘2개 사단의 가치’와 맞먹는다고 비유했다. 워싱턴 포스트 주필 앞에서 한 말이어서 공대(恭待)와 당부의 의미를 담았겠지만, 언론의 힘을 흥미롭게 평가한 것은 분명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의 하나인 뉴욕 타임스 사설의 영향력은 때론 워싱턴 포스트를 넘어선다. 뉴욕 타임스의 주요 사설은 다른 나라 언론이 인용, 보도할 만큼 파급효과가 지대하다. 그런 뉴욕 타임스가 지난 19일자 신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주의 역행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사설을 실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이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최고지도자를 이처럼 뼈아프게 비판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뉴욕 타임스가 우려한 한국 민주주의 상황은 평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