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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기회의 언어’ 입력 : 2006-08-27 18:20:30 1848년 ‘아테네움’이란 영국 잡지에 이런 글이 실렸다. “영어는 문법 구조가 쉽고 변형이 거의 없다. 자연에 나타나는 성(性) 외에는 성의 구분도 별로 없다. 어미와 보조동사가 간단명료하면서도 장엄함이나 표현의 강도, 풍부함에서 어떤 언어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 모국어는 구조상 세계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저명한 현대 영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이런 주장을 한마디로 일축한다. “애초부터 핵심을 잘못 짚었다.” 크리스털은 미적 가치, 효과적 표현력, 문학적인 힘, 종교적 의미 같은 거창한 것을 국제어의 본보기로 내세우는 다수의 단견을 꼬집는다. 영어에 관한 책만 60여 권을 쓴 그의 탁견(卓見)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역사상 특정 .. 더보기
[여적] 10원짜리 동전 입력 : 2006-08-15 18:23:33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조폐국장으로 일한 것은 일견 부조화다. 천재 물리학자와 돈을 찍어내는 총책이 어울리지 않아서다. 당시 영국 왕립 조폐국은 게으름과 도박의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시중에는 위조 화폐가 부지기수로 나돌았다. 총체적 개혁이 절실했다. 54살이던 1696년 우울증을 앓고 있던 뉴턴은 한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조폐국 개혁의 기수가 됐다. 그는 맨 처음 조폐국의 감사관으로 취직했다. 괴팍한 성격을 지닌 그였지만 일을 깔끔하게 매조졌다. 자연히 명성이 높아져 3년 뒤 조폐국장까지 승진한다. 화폐 개혁도 성공했다. 뉴턴이 화폐 위조범들을 잡아 사형에 처하는 것을 즐겼다는 소문까지 전해 내려온다. 위조하기 어려운 합금 동전을 만들어낸 것도.. 더보기
[여적] 수소 자동차 입력 : 2006-08-06 18:14:45 2003년 6월 유럽연합(EU)은 이번 세기 중반까지 청정 수소경제체제를 확립하겠다는 담대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은 이를 미국의 아폴로 우주계획에 비유할 정도였다. 그러자 미국 산업계는 자신들도 유사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유럽에 결정적으로 뒤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사실 부시 대통령은 유럽보다 몇 개월 앞선 2003년 1월 연두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수소경제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수소에 대한 접근법은 유럽과 차이가 크다. 유럽이 환경친화적인 ‘푸른 수소’의 미래를 지향하는 것이라면, 백악관은 환경에 유해한 ‘검은 수소’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수소는 천연가스나 석탄 같은.. 더보기
[김학순 칼럼] ‘물폭탄’ 맞은 한나라당 입력 : 2006-07-25 18:19:36 나라와 물은 자주 같은 반열에 놓이곤 한다. 사람들이 일찍부터 물을 나라처럼 다스리는 것(治水)으로 인식할 만큼 무겁게 여겼기 때문이리라. 거기에 그치지 않고 무섭게 받아들였다. 하나같이 거대한 강을 끼고 있는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에서는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저수지와 운하를 만드는 치수사업이야말로 최우선·최대 과제였음을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나라의 지도자와 목민관에게 주는 물의 첫번째 교훈은 바로 치수의 긴요성이 동서와 고금을 따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중국 최초 왕조로 알려진 하(夏)나라의 시조 우(禹) 왕도 치수의 전설로 시작된다. 우왕은 아버지 곤이 9년간이나 황허(黃河)의 홍수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벌을 받는 것을 지.. 더보기
[여적] 두바이油 입력 : 2006-07-16 18:14:28 폭우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얘기부터 꺼내기가 민망하지만 두바이에서는 비구경을 일년에 기껏해야 서너번 하면 잘한다. 사막이라 연간 강수량이 130㎜에 불과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석유보다 물이 더 비싸다는 두바이에서 한국의 두산그룹이 바닷물을 정수(淨水)하는 대규모 첨단시설을 만들어 자부심을 드높인 적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만든 물 소비량의 70% 이상을 골프장, 낙타경주장에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두바이는 석유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지금은 석유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다. 하루 생산량이 15만 배럴 안팎이다. 우리나라 하루 석유소비량의 6%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다. 그것도 2010년쯤이면 고갈되고 만다는 예측이 나왔다. 이.. 더보기
[김학순 칼럼] 北 미사일과 ‘죄수의 딜레마’ 입력 : 2006-06-27 18:16:59 남북한관계나 북·미관계에서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이 곧잘 부상한다. 주로 북한의 전략적 국면전환 카드로 시작되는 게임에서 미국이나 남한이 약속위반에 대한 ‘되갚기’ 여부를 고민해야할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 이론화한 ‘죄수의 딜레마’는 간결하게 풀이하면 이렇다. 범죄를 함께 저지른 두 사람이 경찰에 체포된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에 갇혀 사전에 입을 맞출 수 없다. 경찰은 두 혐의자에게 각각 이런 제의를 한다. 먼저 공범을 배신하고 자백을 하는 사람은 바로 풀려나겠지만 상대방은 15년 징역형을 받는다. 그렇지 않고 두 명 다 자백하면 나란히 10년 형을 선고받게 될 것이다. 만약 둘 다 자백을 거부하면 불법무기 소지만 문.. 더보기
[여적] 앨버트로스 입력 : 2006-06-06 18:15:40 씨알 사상을 주창한 함석헌은 ‘바보새’를 자처했다. 그는 스승인 남강 이승훈에게 이렇게 털어놓은 적이 있을 정도다. “선생님, 저는 신천옹(信天翁)이라는 바보새가 좋습니다. 신천옹이라 이름한 이유는 이 놈이 날기는 잘해 태평양의 제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고기를 잡을 줄 몰라서 갈매기란 놈이 잡아먹다 이따금 흘리는 것을 얻어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새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보새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가 사는 꼴도 바보새 같다 할 수 있습니다.” 바보새는 나는 새 중에선 따를 자가 없을 만큼 커 ‘전설의 새’로 불리는 앨버트로스의 별명이다. 앨버트로스의 이런 별명은 무료한 선원들이 놀림감 삼아 붙여준 것이다. 90㎏가량의 거구와 2~3m에 달하는 .. 더보기
[김학순 칼럼] 투표일 아침의 단상 입력 : 2006-05-30 18:07:02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여전히 통한다고 인식되는 곳이 정치판이다. 적어도 한국인들의 뇌리에는 오랫동안 그렇게 각인돼 왔다. 여기엔 선거야말로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는 비관주의가 바탕에 도도히 흐른다. 다른 한편으로 좋은 것의 적(敵)은 나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이라는 역설도 선거전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상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흥미로운 현상의 하나도 이런 역설적인 적(敵)개념이다. 보다 적확하게 얘기하자면 인기있는 후보의 적은 더 인기있는 후보인 셈이다. 이미지가 이미지를 눌렀다는 시선도 맥락은 흡사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인 서울시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초기에는 한동안 여야를 통틀어 한나라.. 더보기
[김학순 칼럼] 공자와 마부, 그리고 평택기지 입력 : 2006-05-02 18:08:17 공자(孔子)가 타고 다니던 말이 어느날 한 농부의 밭으로 들어가 농작물을 망쳐 버렸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농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말을 끌고 가 버렸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누가 가서 말을 찾아오겠느냐?” “제가 가서 찾아오겠습니다.” 말재주가 좋다고 소문난 제자 자공(子貢)이 선뜻 나섰다. 그러자 마부도 함께 나서서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을 잘 지키지 못해서 생긴 일이니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그래도 자공이 가는 것이 좋겠다.” 공자의 말에 자공이 휘파람을 불며 농부에게 갔다. 하지만 자공이 손이 닳도록 빌고 설득해도 농부는 말을 돌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에 잡혀 있는 말고삐를 강제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 더보기
[김학순칼럼] 정주영과 신문대학 입력 : 2006-04-04 17:59:37 고인이 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신문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남달랐다. 이런 일화를 들으면 금방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게다.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정회장을 청와대로 불렀을 때였다. “소(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분이 어떻게 우리나라 최고 명문을 나온 직원들을 그렇게 잘 다루십니까?” “제가 왜 소학교밖에 안 나왔습니까? 저도 대학을 나왔습니다.” 정회장이 섭섭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저는 정회장께서 소학교만 졸업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어느 대학을 나왔습니까?” “신문대학을 나왔지요.” “신문대학이라뇨?” 박대통령은 정회장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 나오자 약간 당혹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