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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餘滴)

[여적] 모유 먹이기

2003-08-06
몽골족의 시조는 개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래선지 몽골족의 조상 짐승은 개다. 우리 민족의 곰에 해당한다. 전설과는 달리 칭기즈칸은 갓난아이 때 말젖을 주로 먹었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몽골인들이 말젖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이 어려서부터 좋은 말을 구별할 수 있었던 게 말젖으로 양육된 덕이라는 구전도 있다.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인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의 젖을 빨며 컸다. 이탈리아에서 늑대의 젖을 물고 있는 쌍둥이 그림이나 동상을 쉬이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신화가 바탕에 깔렸다.

인류가 동물의 젖을 짜먹기 시작한 것은 이미 1백만년 전인 홍적세 때부터다. 아기에게 동물의 젖, 특히 우유를 본격적으로 먹이기 시작한 것은 여권신장과 맥을 같이한다.

서울 강남의 일부 잘난 엄마들 사이에서는 뉴질랜드 산양분유를 먹이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시중의 최고급 분유보다 2배나 비싼 것은 물론이다. 양젖을 마시면 훌륭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는다는 역술적 전언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모유의 성분이나 엄마젖을 먹일 때의 장점은 이미 수많은 연구결과로 입증된 바 있다. 유럽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자손들의 건강과 두뇌를 위해 반드시 모유를 먹여기르는 가법(家法)을 정했던 것만 봐도 더 설명이 필요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데다 모유먹이기도 겨우 10%안팎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북유럽의 모유수유율이 80%이상이며 대부분의 선진국이 50∼80%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유엔아동기금이 매년 8월 첫주를 모유먹이기 주간으로 정해 갖가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막무가내다. '아름다운 가슴'에 집착하는 여성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직장여성들이 마음놓고 젖을 줄 공간을 마련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사회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엄마젖을 먹고 자라기 힘든 시대는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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