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21 |
소설가 웰레스의 '노벨상'이라는 작품에는 민족에 따라 가장 수치스럽게 여기는 신체 부위가 다르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만약 벌거벗은 스웨덴.프랑스.미국 여성이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맨 먼저 손으로 치부를 가릴 것이며, 아랍 여성이라면 얼굴을, 중국 여성이었다면 발을, 사모아 여성이면 예외없이 배꼽을 가장 먼저 가릴 것이다'원시종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사실을 창세기 신화에서 옷의 기원을 찾으려는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근거로 삼는다. 아담과 이브가 뱀의 유혹으로 지혜의 나무 열매를 먹은 뒤 나신을 부끄럽게 생각한 나머지 나뭇잎으로 치부를 가리게 됐다는 성서의 기록을 사실로 믿지 않는 학설은 적지 않다. 몇 가지 실례를 보자. 브라질 무구라의 여성들은 '사이아'란 하의를 걸치면 오히려 수치심을 느껴 나체로 외출하는 게 관습처럼 돼 있다고 한다. 타몰과 안다만의 한 종족이나 바론다나로안고의 토인들의 경우 남자들은 몸에 장착물을 달고 있으나 여자들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는다. 남녀가 이성을 끌려는 동기에서 옷을 입게 됐다는 이성흡인설을 믿는 학자들도 있다. 신체 일부를 감추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는 게 이성흡입설의 논리다. 장식설은 식욕과 성욕을 충족시킨 뒤 꾸밈의 본능 때문에 옷을 입게 됐다는 주장이다. 장식설과 더불어 가장 합리적인 학설로 평가받는 것은 환경적응설이다. 여기엔 보온설.신체보호설.실용설 등을 포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인류가 옷을 입게 된 이유에 대한 연구에 비해 옷의 기원에 관한 탐구는 초기 단계의 유물이 잔존하기 어려워 성과가 미약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이 사람의 몸에 붙어 사는 기생충 '이'의 미토콘드리아 DNA 관찰을 토대로 옷의 기원을 7만년 전으로 추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를 개나 고양이에게 옮겨 놓으면 24시간 안에 죽는다는 학교 가정통신문에서 힌트를 얻은 것도 흥미롭다. 공포의 전염병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등 백해무익한 '이'가 옷의 기원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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