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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것의 결정체 도자기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500년 전 조선 도공의 길을 배우고 찾아가는 것이다.” 20세기 최고 도예가였던 영국의 버나드 리치(1887~1979)가 세계 최고의 명문 도자학교로 불리는 미국 앨프레드 도자학교 강연에서 던진 한마디다. 도예가 나아갈 길은 조선시대 ‘분청자(粉靑瓷)’가 이미 다 제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뉴욕대 특강에선 이런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도자기를 아예 모르는 사람은 중국, 일본, 조선 순서로 좋다고 평한다. 조금 아는 사람은 중국, 조선, 일본 순이라고 한다. 도자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조선, 중국, 일본 순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양 도자기의 특색을 ‘한국은 선이고 중국은 색채이며 일본은 모양’이라고 규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국으로 돌아가 라는 책을 펴낼 만큼 한국.. 더보기
[책과 삶]겉으론 화려, 속으론 골병… 까칠한 ‘세계화의 맨얼굴’ 입력 : 2010-10-01 21:51:35ㅣ수정 : 2010-10-01 21:51:36 ㆍ40년 경력의 독일 암행기자 흑인·노숙자 삶의 고통 고발 ㆍ스타벅스 ·변호사의 이중성등 ‘멋진 신세계’ 허울도 벗겨내 ▲ 언더커버 리포트…귄터 발라프 | 프로네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독일 뵐리츠 정원의 유람선에서 고교 물리선생처럼 생긴 노신사가 한 흑인 관광객에게 다가갔다. “맥주 두 잔 주세요.” 흑인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맥주 두 잔 달라니까요”라며 채근했다. 그래도 흑인이 꿈쩍 않자 “서비스 안 해요? 노 서비스?”하며 재차 다그쳤다. 흑인은 웨이터 차림도 아니었고 맥주병 같은 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흑인은 서 있는 것도 아니었고, 노신사와 똑같이 좌석에 앉아 있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40여년 .. 더보기
비극의 의미가 웅숭깊은 이유 비극과 희극을 가장 쉽게 구분한 사람은 영국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이 아닐까 싶다. 죽음으로 끝나면 비극이고 결혼으로 끝나면 희극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 공식에 맞춰보면 중세 유럽 최고의 연애담 가 대표적인 비극이고,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명작 오페라로 탄생한 은 희극이겠다. 넓게 보면 비극은 죽음·파멸·진정성, 희극은 환희·결혼·축제·번식·재생 같은 것과 연관된다. 비극과 희극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비극적인 결점’이 그것이다. 주인공이 그걸 극복하면 희극이 되고, 극복하지 못하면 비극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은 비극적인 결점을 극복하지 못해 비극으로 분류된다. 더 중요한 차이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처리방식에 따라 나타난다. 비극은 갈등의 해결책이 없을 때 일.. 더보기
4대 성인이 인류에 던진 ‘4색 빛’ 세계 4대 성인을 꼽자면 약간의 논란이 따른다. 예수, 석가모니, 공자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서양에서는 당연히 소크라테스에게 나머지 한 자리가 돌아가야 한다는 견해가 대세다. 여기에 가장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는 게 이슬람권이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가 4대 성인의 반열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무함마드가 빠지는 건 이슬람을 견제해온 서구의 영향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없지 않다. 무함마드를 4대 성인에 포함할 수 없다는 이들은 몇 가지 이유를 댄다. 그가 포교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부잣집 과부를 만나 경제적으로 비교적 풍족하게 살았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무함마드가 4대 종교인 이슬람교의 창시자이긴 하지만 온전히 성인다운 삶을 살았다고 보긴 어렵다는 근거가 여.. 더보기
옛 그림 감상은 옛 사람 마음으로 미술사학자 오주석을 한마디로 일컫자면 ‘옛 그림을 그윽하고 향기롭게 읽어주는 사람’쯤 되겠다. 그 는 조선시대 그림을 맛깔나게 읽어주는 인물로 첫손가락에 꼽아도 손색이 없다. 그림을 감상할 때 단순히 ‘보기’보다 그림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대중에게 전도하는 데 길지 않은 평생을 바친 공력이 지대하다. 그는 우리네 옛 그림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다가 5년 전 하늘의 뜻을 채 알기도 전인 마흔 아홉에 속절없이 하늘나라로 가버려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의 저작은 그림의 문외한조차 즐겁고도 쉽게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이 강하다. 글은 하나같이 깔끔하게 정제되어 군더더기 한 점 없어 보인다. 대중적이면서도 그림만큼이나 은근한 맛과 훈향, 기품이 풍겨 나오는 문장이다. 마.. 더보기
[책과 삶]‘무능 황제’ 낙인 지우고 ‘개혁 군주’로 본 고종 입력 : 2010-08-13 21:07:11ㅣ수정 : 2010-08-13 23:53:33 ㆍ식민사관 의한 편견 없애고 파랑의 격동기 국권 지키려 부국강병 등 개혁상 재조명 ▲고종 44년의 비원…장영숙 | 너머북스 2010년은 유난히도 기억하고 되새김질해야 할 한국 근현대사 속 사건들의 마디가 지어지는 해이다. 그 절정은 8월이다. 한·일 강제병합조약이 체결된 것이 100년 전 8월22이었고,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이 65년 전 8월15일이었다. 자연히 읽을거리가 풍성하게 쏟아진다. 지난 100년, 한반도와 일본, 동아시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읽는 것은 결코 철 지난 레코드판을 듣는 것과 같을 수 없다. 강제 지배에 관한 일본 총리의 담화에 담긴 메시지가 한국과 일본에서 논란거리가 되듯 역사는 단순한.. 더보기
대권 표심은 복지국가를 향하는데 국가 차원의 복지정책을 사상 최초로 도입한 사람이 오토 폰 비스마르크 독일 총리였던 건 역설이다. 지주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철혈 재상으로 불릴 만큼 카리스마가 강하고 보수 성향인 비스마르크가 좌파·개혁 성향의 입법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비스마르크는 세계사적으로도 뜻 깊은 공적 사회보험을 역사상 처음 발의하고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1881년 발의한 산재보험 입법안에 관해 ‘무산계급의 요구와 이익에 봉사하는 공적 보험제도 수립이 곧 인륜과 기독교의 의무이자 국가를 수호하는 정치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책이 완성될 무렵 자기 이름으로 이뤄낸 위대한 복지제도를 ‘의회와 관료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스스로 혹평하는 또 다른 아이러니가 발생했지만 말이다. 당시 진보적인 사회민주당은 비스마르크.. 더보기
[책과 삶]‘사이비 보수’들에 참된 보수의 길을 가리키다 입력 : 2010-07-30 18:01:28ㅣ수정 : 2010-07-30 23:27:37 ㆍ역사속 6인의 삶과 행적 통해 청렴·강직·양심·민족애 지닌 진정한 보수주의자 전형 그려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기획위원회 | 동녘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는 1953년 4월16일, 지금이었더라면 온통 세상이 발칵 뒤집혔을 만한 발언을 한다. “이 형법만 가지고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처벌할 대상을 처벌하지 못할 조문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 도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회 연설에서다. 그렇다면 김병로는 ‘빨갱이’란 말인가. 그는 불과 다섯 달 전인 1952년 12월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 더보기
중국제국의 재건과 ‘역사 망각’ “신성하지도 않고, 로마도 아니며, 제국도 아니다.”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가 신성로마제국을 두고 퍼부은 독설에 가까운 촌철살인의 풍자다. 신성로마제국은 나폴레옹에게 멸망하기까지 시나브로 국력이 쇠잔하고 분열이 이어지면서 17세기부터는 껍데기만 남은 제국이었다. 중국이 초강대국도 아니고 선진국도 아니며 제국은 더욱 아니라는 엄살 섞인 항변을 들고 나올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볼테르의 명언이다. 현대 중국의 설계자 덩샤오핑이 ‘도광양회’(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른다)를 당부할 때만해도 그런 이중성은 납득할 만했다. 하지만 ‘화평굴기’(평화롭게 우뚝 선다)를 부르짖는 지금의 중국이라면 사뭇 달라진다. 중국은 동양 최초로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한 진시황 이래 2132년 동안 제국으로 호령한 화려무비한 전력이.. 더보기
[책과 삶]타성에 젖어버린‘인권 감수성’ 깨우다 입력 : 2010-07-16 17:16:29ㅣ수정 : 2010-07-16 17:16:30 불편해도 괜찮아…김두식 | 창비 첩보 액션 드라마 에서 이병헌은 사랑이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김태희에게 기습키스를 감행한다. 그러자 김태희는 따귀를 갈겨버린다. 하지만 곧바로 사랑에 빠진다. 일일시트콤 는 한술 더 뜬다. 희주라는 철없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따귀를 능청스레 때린다. 시청자들이 들고 일어났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날엔 뺨을 때리는 게 주로 남자였지만 요즘은 정반대가 더 많다. 어떤 이들은 드라마 작가가 대부분 여성이어서 그럴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드라마 속의 연인들이 사랑과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따귀를 많이 때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개탄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