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나꼼수’와 사회통념 논쟁 ‘사회통념’이란 말을 만들어낸 사람은 사회학자나 법학자가 아니라, 의외로 경제학자다. 걸작 ‘풍요한 사회’의 저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1908~2006) 전 하버드대 교수다. 갤브레이스는 이 말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사회통념은 비록 진리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간단하고 편리하며 편안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게 갤브레이스의 견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이렇다. “우리는 진실을 편익과 연관시킨다. 진실을 이기심과 개인의 안녕, 혹은 미래와 결부시킴으로써 인생에서 자신 없는 일이나 원치 않는 일탈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또한 자존심을 만족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경제적인 행동과 사회적인 행동은 매우 복잡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는 작업은 지적으로 .. 더보기
뮤지코필리아/올리버 색스·알마 지은이의 이름만 보고 책을 선택해도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 사람 가운데 하나가 올리버 색스다. 신경과 의사이자 작가인 색스의 글은 공감의 인간미가 넘친다. 그의 책 대부분은 인간의 뇌와 정신에 대한 이야기들을 글맛과 감흥을 함께 포장해 선물한다. 가 문학과 의학을 접목한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상찬한 게 명증하고 남는다. , 가 그렇듯이〈뮤지코필리아>도 예외가 아니다. ‘뮤지코필리아’는 지은이가 만들어낸 합성어다. ‘음악’(music)과 ‘필리아’(philia)를 결합해 ‘음악사랑’, ‘음악애호’란 뜻이 담겼다. 탁월한 절대음감을 지녀 2,000곡이나 되는 노래를 30개의 언어로 부를 수 있는 자폐증환자. 마흔 두 살에 번개를 맞고 느닷없이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꿈을 키우는 의사. 치매로 모든.. 더보기
애정남이 애정남을 부른다면 판사야말로 진정한 ‘애정남’이다. 다툼과 갈등을 대화로 풀지 못하고 소송으로 비화하면 사법부가 ‘마지막 애정남’(물론 여성판사도 포함한다)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그 콘서트의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애정남)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일까지 명쾌하게 판결해줘야하는 의무를 지닌 게 판사다. 그런 판사들의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면서 ‘종결 애정남’의 권위와 신뢰가 화살처럼 부러지고 있다. ‘부러진 화살’의 실화인 ‘석궁 테러사건’뿐만 아니라 앞서 상영된 영화 ‘도가니’의 실제 사건, 일련의 최근 판결들이 겹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급해진 ‘부러진 화살’의 주심 판사가 위법을 무릅쓰고 선고 전 합의 내용을 공개하는가 하면, 지난..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3)--<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 개척자인 에리히 프롬은 인류 역사가 불복종 행위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불복종하는 능력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종말을 막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확언한다. 프롬은 란 역작에서 ‘신화’를 동원해 자신의 논리를 풀어나간다. “아담과 이브에 관한 히브리 신화와 마찬가지로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모든 문명이 불복종의 행위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으로부터 불을 훔침으로써 인류의 진보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만약 프로메테우스의 범죄행위가 없었더라면 인류 역사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담과 이브와 마찬가지로 프로메테우스도 불복종으로 인해 벌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후회하지도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 있게.. 더보기
고려대장경의 비밀--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 천년의 신비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새 한지에다 불과 몇 달 전 인쇄한 것처럼 보이는 저 두루마리 책이 1천 년 전의 것이라니. 서울대학교 인근에 있는 호림박물관에서 100권에 가까운 초조대장경 인출본(印出本·인쇄본)을 본 첫 느낌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게다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한데 모은 불교 경전 총서이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불교지식의 총람이라는 대장경의 1천 년 전 인출본이라는 점을 떠올리는 순간 주체할 수 없는 감격 때문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대부분 변색이나 훼손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전이었다. 훼손된 인출본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건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온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탓이다. 종이와 먹 1천 년의 세월을 견뎌내고 초조대장경 인출본이 지금까지도 마치 새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는 비.. 더보기
오세훈과 고승덕의 역설 한나라당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고승덕 의원이 달구치고 싶을 정도로 미울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당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고 여기는 시각이 대다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대세론에 안주해 있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진영은 그로기 상태에서 급소에 마지막 결정타를 얻어맞은 기분일수 밖에 없을 듯하다. 오세훈에 대해선 순항하던 당의 미래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대종을 이룬다. 정치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질 게 뻔한 무모한 싸움을 벌였다는 분석이 바탕에 깔렸다. 본인과 참모들의 정치판을 읽는 시력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느냐는 개탄이 곁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를 되돌아보면서 오세훈의 행보를 복기해 보면 화가 치민다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내에선 여전히 많다. 무상급식문제를 시의.. 더보기
2012년에는 이 책을 읽어라 “시간이란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너무 느리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빠르고, 슬퍼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길고, 기뻐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짧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영원하다.” 미국 성직자이자 교육철학자 헨리 반 다이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얘기한 ‘시간의 상대성원리’를 빌려 이처럼 절묘하게 말했습니다. 또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떠오릅니다. 이채 시인의 ‘새해엔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란 시가 새해맞이 인사로 안성맞춤일 듯합니다. 당신이 아무리 큰 나무라 해도 한그루의 나무로는 산을 이룰 수 없으며 당신이 아무리 찬란한 별이라 해도 별 하나로는 하늘을 채울 수 없습니다 홀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하루하루 참으로 어려운 이때 있어야 나눌 수 있는 게 물질이라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것은 .. 더보기
대권 후보들의 최대숙제, 통일 채비 차기 대통령은 남북통일의 문을 열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것도 평화적으로 말이다. 어쩌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일지도 모른다. 너무 앞선 생각이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역사의 흐름을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극력 반대가 예견되는 남북통일은 지난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국제정치적 정세 분석에는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남북한 당사자들은 중국의 반대를 능히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한밤중에 도둑 같이 오는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남북한이 합의를 거쳐 체제의 기틀을 새로 마련하고 점진적 평화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그것이다. 전적으로 옳은 말이다. 다만 통일이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 더보기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2)--<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스코트 니어링 산업혁명 직후인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일자리를 앗아가는 방직기계를 파괴하자는 러다이트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졌다. 정보혁명과 더불어 디지털시대가 도래하자 지구촌에서는 네오러다이트운동(neo-luddite movement)이 들불처럼, 그러나 낮은 목소리로 번져갔다. 네오러다이트 운동가들은 첨단기계를 파괴하진 않았지만, 컴퓨터로 대표되는 과학기술혁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과 어우러져 인간답게 사는 걸 목표로 삼았다. ‘빨리빨리’라는 말이 표징하는 속도의 시대에 맞서 ‘반기술·인간성 회복’을 기치로 ‘느리고 단순하게 살기’를 추구한 것이다. ‘속도가 빨라지면 생각은 짧아진다’는 경구를 가슴 깊이 새기면서. 물리현상에서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따르듯, 사회현상도 예외가 아님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이런 .. 더보기
박근혜 아우라가 한나라당 구할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아우라를 지닌 정치인으로 꼽힌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고 추어올린 한 종합편성채널의 낯 뜨거운 아부가 외려 희화화했으나, 이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치인 박근혜가 아버지 박정희와 어머니 육영수의 후광을 받았지만, 스스로의 아우라가 이를 극복해 가고 있다는 주장도 마냥 부인하긴 어렵다. 박근혜의 아우라는 진보진영에서도 일정 부분 수긍한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다. “박근혜한테는 묘한 미망인의 아우라가 있어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의 아우라죠. 적어도 공개적으론 미국 언론이 재클린에 대해 비난하지 않습니다. 박근혜도 양친 모두를 비명에 보낸 가련한 딸이죠. 그런 정서적 지지의 기반을 정책이나 윤리로 쉽게 무너뜨릴 순 없..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