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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뢰 사회’ 한국을 되돌아 본다 2000년 2월 아프리카 남동부의 모잠비크에 강타한 태풍으로 말미암아 50년 만의 최대 홍수가 발생했을 때의 일이다. 수도 마푸토 북쪽 200㎞쯤 떨어진 초크웨라는 도시에는 교도소까지 물이 밀려와 초비상이 걸렸다. 교도관들은 긴급회의를 열어야 했다. 그대로 있을 경우 자신들은 물론 재소자들까지 수장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교도관들은 고심 끝에 45명의 재소자 전원을 풀어 주기로 결정했다. 홍수가 지나간 뒤에도 살아남아 있으면 다시 돌아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살인 혐의자들까지 있었던 터라 이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 초크웨 교도소와 경찰서까지 휩쓴 홍수가 잦아든 열흘 후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떠났던 재소자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6명의 재소자들이 .. 더보기
[책과 삶] 다른 듯 닮은, 오롯이 외길을 걸은 ‘영원한 영웅’ 현대 육종을 창시한 바빌로프의 탐사… 5대륙 거쳐간 길 답사하며 일대기 추적 록펠러의 비리 파헤친 탐사기자 타벨, 거대권력에 홀로 맞선 삶 논픽션 조명 ▲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 | 아카이브 ▲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스티브 와인버그 | 생각비행 보통사람에겐 낯선 이름인 니콜라이 이바노비치 바빌로프(1887~1943)와 아이다 미네르바 타벨(1857~1944)은 공통분모가 별로 없어 보인다. 바빌로프는 러시아의 남성 식량학자이고, 타벨은 미국의 여성 언론인이어서 차이점이 더 많을 정도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치열하게 살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은 무척 닮았다. 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게리 폴 나브한이 쓴 는 바빌로프가 20세기 초 인류의 미래를 위해.. 더보기
한시를 보는 또 다른 시각 중국 지도자들의 한시 외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큼 유별나다. 후진타오 주석은 2008년 4월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오찬 때 건배 답사를 하면서 두보(杜甫)의 시 ‘망악(望岳·태산을 바라보며)’을 인용했다. ‘반드시 산 정상에 올라, 뭇 산의 작음을 한 번에 보리라(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무역 불균형, 위안화 절상 등의 현안에서 두 나라의 견해가 다르지만 상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은유한 것이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6월8일 베이징에서 천영우 외교통상부 차관(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에게 소동파(蘇東坡)의 시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세상에 큰 용기를 지닌 이는/ 돌연 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으며/ 억울하고 당혹해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그가 가슴에 품은 것이 .. 더보기
[책과 삶]세계 경제 위기의 대응기구 ‘G20보다 유엔’ ‘위기 주범’들이 주도한 G20 대표성 없고 최대 피해자인 약소국 배제는 후안무치 ▲ 스티글리츠 보고서-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 동녘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흘 남짓 앞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는 당면한 범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거의 유일한 경제기구로 자처하는 G20의 중재자 역할로 들떠있다. 하지만 조지프 스티글리츠 유엔총회 전문가위원회 의장을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그룹은 G20이 세계경제의 대표 자격이 없을뿐더러 중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G20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대표성이나 정치적으로 정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경제를 망친 주범인 미국과 유럽.. 더보기
전태일과 경향신문 조영래의 (돌베개·전태일기념사업회)은 전태일과 경향신문 이야기를 매우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어 이채롭다. 그것도 드라마나 영화로 치면 클라이맥스로 돋움 닫는 대목에서 하이라이트로 언급된다. 오프라인(종이신문)의 한정된 지면 때문에 ‘서재에서’ 칼럼에 생략했던 부분에는 때로는 가슴 아프고, 때로는 감격적인 장면이 적지 않다. 그 시작은 청년노동자 전태일이 1970년 11월13일 분신, 산화하기 바로 한 달여 전인 10월7일부터다. 경향신문사 신문 게시판 앞에서 가슴을 조이며 기다리던 전태일은 방금 나온 석간신문 한 부를 사들고 미친 듯이 평화시장으로 달렸다. ‘인간시장’(평화시장 노동자들은 그곳을 이렇게 슬픈 이름으로 불렀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동회(전태일이 만든 평화시장 종업원 친목회) 회원들은 바라던 .. 더보기
분신 40년, 되돌아보는 ‘인간 선언’ 당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조영래의 (돌베개·전태일기념사업회)은 ‘노동운동의 불꽃’ 전태일과 경향신문 이야기를 매우 극적으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시작은 청년노동자 전태일이 1970년 11월13일 분신자살하기 바로 한 달여 전인 10월7일의 일이다. 서울 소공동 경향신문 본사 앞에서 가슴을 조이며 기다리던 전태일은 방금 나온 석간신문 한 부를 사들고 미친 듯이 평화시장으로 달렸다. ‘인간시장’(평화시장 노동자들은 그곳을 이렇게 슬픈 이름으로 불렀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동회(전태일이 만든 평화시장 종업원 친목회) 회원들은 바라던 기사가 난 것을 확인하자 환호성을 터뜨리며 모두 얼싸안았다. 그날 경향신문에는 ‘골방서 하루 16시간 노동’이라는 큰 제목과 ‘소녀 등 2만여명 혹사’ ‘근로조건 영점…평화시장.. 더보기
[책과 삶] 공감의 시대--경쟁의 시대 넘어 ‘공감’의 시대로 2010.10.15 21:26 공감의 시대 제러미 리프킨/민음사 ㆍ부의 집중과 적자생존을 초래한 경제 패러다임에 종언을 고하고 ㆍ오픈 소스와 협력이 주도하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 선언 ㆍ인류사 전반을 섭렵하며 거시적 해법 제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색다른 질문 하나가 추가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는 전통적인 선택지를 놔두고 '공감(empathy)'이라고 대답했다. 놀라운 것은 '공감'을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한 여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인 정치학자들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더보기
한국적인 것의 결정체 도자기 “현대 도예가 나아갈 길은 500년 전 조선 도공의 길을 배우고 찾아가는 것이다.” 20세기 최고 도예가였던 영국의 버나드 리치(1887~1979)가 세계 최고의 명문 도자학교로 불리는 미국 앨프레드 도자학교 강연에서 던진 한마디다. 도예가 나아갈 길은 조선시대 ‘분청자(粉靑瓷)’가 이미 다 제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뉴욕대 특강에선 이런 말도 했다고 전해진다. “도자기를 아예 모르는 사람은 중국, 일본, 조선 순서로 좋다고 평한다. 조금 아는 사람은 중국, 조선, 일본 순이라고 한다. 도자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조선, 중국, 일본 순이라고 말한다.” 그는 동양 도자기의 특색을 ‘한국은 선이고 중국은 색채이며 일본은 모양’이라고 규정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국으로 돌아가 라는 책을 펴낼 만큼 한국.. 더보기
[책과 삶]겉으론 화려, 속으론 골병… 까칠한 ‘세계화의 맨얼굴’ 입력 : 2010-10-01 21:51:35ㅣ수정 : 2010-10-01 21:51:36 ㆍ40년 경력의 독일 암행기자 흑인·노숙자 삶의 고통 고발 ㆍ스타벅스 ·변호사의 이중성등 ‘멋진 신세계’ 허울도 벗겨내 ▲ 언더커버 리포트…귄터 발라프 | 프로네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독일 뵐리츠 정원의 유람선에서 고교 물리선생처럼 생긴 노신사가 한 흑인 관광객에게 다가갔다. “맥주 두 잔 주세요.” 흑인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맥주 두 잔 달라니까요”라며 채근했다. 그래도 흑인이 꿈쩍 않자 “서비스 안 해요? 노 서비스?”하며 재차 다그쳤다. 흑인은 웨이터 차림도 아니었고 맥주병 같은 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흑인은 서 있는 것도 아니었고, 노신사와 똑같이 좌석에 앉아 있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40여년 .. 더보기
비극의 의미가 웅숭깊은 이유 비극과 희극을 가장 쉽게 구분한 사람은 영국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이 아닐까 싶다. 죽음으로 끝나면 비극이고 결혼으로 끝나면 희극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이 공식에 맞춰보면 중세 유럽 최고의 연애담 가 대표적인 비극이고,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명작 오페라로 탄생한 은 희극이겠다. 넓게 보면 비극은 죽음·파멸·진정성, 희극은 환희·결혼·축제·번식·재생 같은 것과 연관된다. 비극과 희극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비극적인 결점’이 그것이다. 주인공이 그걸 극복하면 희극이 되고, 극복하지 못하면 비극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은 비극적인 결점을 극복하지 못해 비극으로 분류된다. 더 중요한 차이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처리방식에 따라 나타난다. 비극은 갈등의 해결책이 없을 때 일.. 더보기